일론 머스크는 왜 비트코인에 공을 들일까

대량 매입→결제수단 인정…자산 분배·홍보 등 효과 노린듯

카테크입력 :2021/03/25 14:50    수정: 2021/03/25 16:0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일론 머스크가 암호화폐 시장에 또 다시 큰 메시지를 던졌다. 24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 차량 판매 때 비트코인도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행보다.

머스크는 2월초 “테슬라가 비트코인 15억 달러 어치를 구매했다”고 밝혀 큰 관심을 모았다. 당시 테슬라는 “조만간 비트코인을 거래수단으로 인정할 계획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비트코인으로도 테슬라 차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조치는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 비트코인 보유량 50억 달러 넘어…"금의 화폐기능 대체" 신념도 

일론 머스크의 ‘비트코인 사랑’은 유명하다. 수시로 비트코인을 지지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말 뿐 아니다. 머스크는 실제로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테슬라, 스페이스X 같은 기업과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합하면 50억 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2018년 2월 한 친구에게 보낸 트윗에서 “몇 년 전 친구가 선물한 0.25 비트코인만 갖고 있다”고 밝힌 적 있다. 따라서 현재 갖고 있는 비트코인은 대부분 최근 3년 내에 구매한 것들이다.

그렇다면 일론 머스크는 왜 비트코인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걸까?

테슬라 모델3.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백악관 공보국장을 역임했던 앤소니 스카라무치는 “머스크는 미래를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주장한 적 있다. 스카라무치는 올초 스카이 브리지 비트코인 펀드란 회사를 설립했다.

첫째. 재생 에너지가 화석 연료를 대체한다.

둘째. 비트코인이 금을 비롯한 각종 자산의 화폐 자격을 박탈할 것이다.

머스크가 테슬라 전기차에 주력하는 것은 첫번째 신념에 따른 것이다. 반면 비트코인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두 번째 미래관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브랜드 관리 효과도…'혁신가' 이미지도 비슷 

미국 경제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한다. 마켓워치는 머스크가 "테슬라를 통해 비트코인 15억 달러 어치를 매입했다"고 발표한 지난 2월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에 관심을 갖는 이유를 크게 네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자산 다양화

테슬라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 서류를 통해 “비트코인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다양화 할 좋은 기회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기업은 일반적으로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을 과도하게 비축하고 있다.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테슬라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양 이외의 현금 자산은 다양화와 수익 극대화를 위해 좀 더 유연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정책을 바꿨다”고 밝혔다.

물론 이런 정책은 위험 부담도 크다. 특히 비트코인처럼 가격 등락폭이 클 경우엔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된다.

실제로 테슬라는 2월초 비트코인 급등으로 최소 10억 달러 평가수익을 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2020년 한해 동안 전기차 50만 대를 판매해서 올린 수익 7억2천100만 달러보다 더 많았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할 경우엔 순식간에 자산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둘째. 홍보 스턴트

홍보 스턴트란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계획된 행사를 의미한다.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활용하는 것 역시 비슷한 차원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가 지난 2월 “비트코인 15억 달러를 구매했다”고 발표할 당시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홍보 스턴트’라고 규정했다. 테슬라를 지켜보는 사람들을 심심하지 않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당시 공언대로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편입시켰다. 당시 분석을 그대로 옮기자면 “또 한번의 홍보 스턴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셈이다.

'화성을 정복하라'는 티셔츠를 입고 아이를 안고 있는 일론 머스크. (사진=머스크 트위터)

셋째. 브랜드 관리

비트코인은 법정 화폐를 파괴하겠다는 야심에서 출발했다. 그런 측면에서 사토시 나카모토를 비롯한 비트코인 창시자들은 ‘우상 파괴자’ 이미지가 강했다.

이는 일론 머스크가 그동안 만들어진 평판과 비슷한 측면이 많다.

머스크 역시 화석연료가 주축이 된 자동차 시장을 파괴하겠다는 야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게다가 테슬라는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직접 고객 판매를 단행하면서 자동차 시장의 전통 문법을 파괴하고 있다.

마켓워치는 “비트코인의 분산 자산 이미지는 테슬라와 일런 머스크가 그 동안 보여준 것과 흡사한 부분이 많다”고 분석했다.

넷째. 달러 대체할 새로운 패러다임 

테슬라가 비트코인 15억 달러 어치를 구매했다고 밝힐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2차 대전 이후 세계 기축통화 역할을 했던 달러 헤게모니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장벽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아직도 비트코인이 미래의 지불 수단이 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분산시스템인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이 달러 중심의 세계 금융 시스템을 대체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사들이고, 또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는 것은 그런 패러다임을 향한 움직임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마켓워치는 분석했다.

■ 첫 출발인 '페이팔'은 비트코인 혁명의 선구자 

머스크는 전기차와 배터리, 그리고 우주기업인 스페이스X를 통해 혁신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마켓워치는 “머스크의 초기 모험 중 하나는 결제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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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는 집2(ZIP2)란 인터넷 기업을 매각해서 번 2천200만 달러 대부분을 엑스닷컴(X.com)이란 신생 벤처에 투자했다. 엑스닷컴은 나중에 결제업체 페이팔이 된다.

지금은 테슬라와 스페이스X로 유명하지만 머스크의 출발점은 결제 사업이었다. 마켓워치는 “페이팔은 비트코인 혁명의 선구자 중 하나다”고 지적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