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금융 회장, 캄보디아 부동산 사기에 '진땀'

노조 "진상 규명해야"…DGB금융 "자금 회수 노력"

금융입력 :2021/03/23 07:16    수정: 2021/03/23 07:19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이 연임을 앞두고 한바탕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룹 안팎에서 대구은행 캄보디아 부동산 사기 사고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확산되면서다.

특히 대구은행 노동조합은 이번 사태의 최종 책임자로 김태오 회장을 지목하며 해명을 촉구하는 한편, 연임 반대 투쟁에까지 나선다는 방침이라 진통이 예상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지주는 오는 26일 대구은행 제2본점에서 제10기 주주총회를 열고 김태오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등을 비롯한 주요 안건을 표결에 부친다. 이 자리에서 주주의 동의를 얻으면 김태오 회장은 새로운 3년의 임기를 이어가게 된다.

(사진=DGB금융)

그러나 대구은행 노조는 물론이고 간부로 구성된 제2노조도 캄보디아 부동산 사기 사고에 대해 김태오 회장 책임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조 대구은행지부는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3년 전 연임하지 않겠다는 공언을 지키지 않은 것과 은행장 재임 중 추진했던 주력 사업 실패의 책임을 묻는다"며 김 회장의 답변을 요구했다.

이어 "지주의 경영 간섭으로 대구은행이 몸살을 겪고 있다"며 "은행 평가 방식 변경으로 경영 압박을 시도하고, 디지털과 글로벌 사업에 간섭해 불필요한 갈등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대구은행 3급 이상 간부로 구성된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 대구은행노조(2노조) 역시 노사공동 조사위원회를 꾸려 해외 현지법인 부지매입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노조의 움직임은 대구은행이 캄보디아 부동산 매입을 추진했다가 손실을 입은 데서 비롯됐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캄보디아 법인 DGB 스페셜라이즈드뱅크(SB)를 통해 상업은행을 입점시킬 캄보디아 정부 소유 건물 매입을 추진했고, 총 계약금 약 1천900만 달러(약 214억원) 중 1천200만 달러를 중도금으로 지급했다. 그러나 계약상 문제로 이를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놓이자 은행 차원에서 대손충당금을 적립한 상태다.

여기에 최근엔 당시 현지 행장이 법률 대리인을 통해 대구은행이 캄보디아 부동산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하려 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증폭되기도 했다.

따라서 주총에 앞서 이에 대한 해명을 원하는 노조와 김태오 회장 측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DGB금융 측은 이 같은 의혹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현지 중개인의 부도덕성과 실무진의 과오로 손실이 발생했을 뿐, 비자금과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아울러 현지에서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중도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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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금융 관계자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중도금을 되찾고,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현지 관계자와 연락해 자금 회수에 힘쓰고 있으며 노조 측과도 이러한 내용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성훈 대구은행장도 지난 18일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려 이번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고 투명하게 처리하겠다고 임직원과 약속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