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산업에서 IT 기술이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으면서, 실력 있는 소프트웨어(SW) 개발자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클라우드, 인공지능, 데이터분석 같이 혁신 기술을 잘 다루는 개발자에 대한 수요는 커지는데, '초고수'라 불리는 고급 개발자들은 소수에 불과하니 기업들이 앞다퉈 개발자 채용에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을 수 밖에 없어졌다.
게임 업계에서 시작한 개발자 연봉 인상 바람은 이 같은 상황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기업이 실력 있는 개발자를 뽑고 싶다면 그에 걸맞은 높은 수준의 연봉을 제시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연봉이 고급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절대적인 요건은 아니다.
최근 이노베이션아카데미가 발행한 '개발자채용 가이드북'에는 좋은 개발자를 채용하기 위한 준비과정과 개발자들이 떠나기 싫은 회사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조언이 담겼다. 이노베이션아카데미는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과 산업 발전의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재단이다.
가이드북에서도 좋은 개발자를 뽑기 위한 중요한 요건으로 연봉을 꼽고 있다. "중고차 시장에 ‘싸고 좋은 차는 없다’는 말처럼, 개발자 세계도 연봉이 낮으면 좋은 개발자를 구할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다"며 "회사에서 뽑을 개발자의 등급을 정했다면 최소한 그에 맞는 평균 이상의 연봉을 준비하고 영입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렇다고, 대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여력이 적은 중소중견 기업, 스타트업들이 좋은 개발자를 확보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가이드북은 이런 경우 "개발자들에게 '일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일의 의미는 개발자들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나 본인이 만든 제품이 ‘대박’나서 회사의 중역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 등 다양하게 제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민석 이노베이션아카데미 학장은 가이드북을 통해 "이제 그 규모나 업종에 상관없이 개발자와 친한 회사, 개발자를 잘 뽑는 회사, 개발자를 중히 여기는 회사, 개발자가 성장할 수 있는 회사가 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이드북에서 제시하고 있는 '성공적인 개발자 채용을 위한' 팁 중 눈여겨 볼 만한 몇 가지를 소개한다.
■유능한 동료와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라
“최고의 직장은 복지가 좋거나 급여가 많은 곳이 아니라 탁월한 동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곳이다." 이노베이션아카데미는 개발자채용 가이드북에서 넷플릭스 최고인사책임자인 패티 매코드의 말을 인용하며, "개발자 세계에는 이 말이 더욱 확실하 게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개발자들은 본인이 최고인 것보다는 더 유능한 개발자가 있는 회사를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동료를 통해 다양한 것들을 배우며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개발자가 전혀 없는 회사에서 처음 개발자를 뽑는다면 절대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이런 회사에 가면 본인이 결정한 대로 모든 것 이 흘러갈 수는 있지만 자기 발전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즉, "개발자들은 함께 즐겁게 일하며 서로에게 배울 수 있는 곳에서 근무하는 것을 바란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기업은 인재 관리를 통해 좋은 동료와 일할 확률을 높이고, 꾸준한 노력을 통해 이런 환경을 일궈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발자들은 회사의 개발 문화를 중시한다
개발자들이 회사를 선택할 때 중요하게 보는 부분 중 하나가 개발 문화다. 개발 문화가 자신이 추구하는 개발 방법론이나 일하는 방식과 맞는지 궁금해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개발 문화란 무엇일까? 이노베이션아카데미 가이드북은 개발 문화에 대해 "개발하는 코드에 대한 꾸준한 리뷰, 애자일 프로세스를 활용한 개발, 비슷한 성향을 가진 동료와의 협업 등 구성원들이 함께 공유하고 실행해 나가야 할 목표와도 같다"며 "개발을 하면서 같이 지켜 나가야 할 공감대 형성을 통해 개발 문화가 만들어진다"고 정리했다.
또 "개발만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우리 회사 서비스의 품질(코드의 품질)을 향상하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개발 문화의 시작이며, 회사는 이러한 개발 문화가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높은 연봉은 좋은 개발자 채용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개발자뿐 아니라 모든 구직자들에게 연봉은 회사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다. 가이드북에서도 "좋은 개발자를 구하려면 그에 맞는 연봉을 충분히 주어야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회사에 오더라도 이직할 확률이 낮아진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의 사례를 소개했다. 넷플릭스는 주기적으로 시장조사를 해 해당 개발자의 연봉시세를 파악하고, 더 높은 연봉을 주는 곳이 있으면 그 기업보다 더 많은 연봉으로 협상한다고 한다.
"이는 최고의 직원을 뽑아서 유지하고 관리 하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얘기"라며, "우리 회사에서 뽑을 개발 자의 등급을 정했다면 최소한 그에 맞는 평균 이상의 연봉을 준비하고 영입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 원하는 수준의 개발자를 뽑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에서 의미를 찾도록 도와줘라
가이드북은 개발자들의 성향에 대해 "대부분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흥미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이 있다"며 "본인의 일에서 ‘의미’를 발견하면 어떤 일이 주어지더라도 재미있게 일한다"고 소개한다.
즉, 회사는 개발자들이 ‘일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좋은 개발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소중견 기업, 스타트업 등의 작은 규모의 기업 특히 개발자들에게 '일의 의미'를 제공하는 데 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가이드북에서는 소규모 기업은 복지와 연봉, 네임 밸류 등 어느 하나 제대로 해줄 수없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좋은 개발자를 뽑지 못하고 바라만 볼 것이 아니라 개발자 입장에서 회사에 올 수 있는 ‘일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회사에 입사하게 되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을 최고의 개발자 팀 혹은 CEO 와 함께할 수 있다. 개발자 본인이 만든 제품이 소위 말해 ‘대박’이 나 서 회사의 중역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회 제공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개발자들에게 ‘일의 의미’를 찾아주는 것은 CEO와 회사의 몫이며 개발자들이 그 의미를 느낄 수 있도록 조직 문화, 가치관, 소통 방법을 잘 만들어 놓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동기는 개발자를 춤추게 한다
개발자들이 개발을 즐길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 하는 것도 중요하다. 연봉을 많이 주면 동기가 부여될까?
가이드북에서는 "소스코드 공개 사이트 깃허브에는 수 많은 개발자들이 본인이 만든 코드를 무료로 공개해 놓고 있다"며 "돈이 곧 동기로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어 "본인이 즐기며 하는 개발을 좋아하는 동시에 본인의 역량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개발자들의 성향을 잘 이해한다면 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가 더욱 쉬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개발자의 동기를 자극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개발자들은 본인이 하는 개발이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전 세계) 차원의 변화를 가져오기를 바란다. 앞서 깃허브 사례를 언급한 것처럼 본인이 즐거워서 개발하고, 그 결과물을 여러 사람들이 활용해주는 것을 좋아한다. 또한, 이들은 개발을 통해 새로운 것을 꾸준히 배우고 성장해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난이도가 낮은 개발 업무를 계속하는 것을 좋아하는 개발자는 거의 없다. 무언가를 배우고 성장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도 움을 주어야 한다. 개발중인 서비스나 기술이 미래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가치를 심어주는 것도 좋다."
■네이버·카카오·엔씨소프트, 그저 따라하지 말아라
가이드북은 또 유명한 기업의 기업문화를 무작정 따라하기 보다, 구성원들이 상호 협력해 회사만의 문화를 만들 것을 추천하고 있다.
"어떤 제품을 생산하고 서비스하는지, 그리고 어떤 유형의 직원들을 채용하는지에 따라서 기업 문화는 천차만별이고, 비슷한 업종의 기업이라도 CEO와 구성원에 따라서 그 문화는 전혀 다르게 형성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른 기업의 좋은 문화만을 골라서 우리 회사에 적용하거나, 재택 근무나 무제한 휴가 같이 유행하는 제도를 모두 가져 온다고, 좋은 기업 문화가 형성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이어 "CEO는 이런 기업 문화를 만드는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잘된 사례를 참고하되 우리 회사의 업무 환경, 개발자들의 특성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하여 이들이 ‘일의 의미’를 찾으며 근무할 수 있는 여건 과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노베이션아카데미가 발행한 '개발자, 채용 가이드북' 전문은 깃허브(☞링크)에서 확인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