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뉴스는 어떻게 틱톡 세대를 사로잡았나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전통 뉴스에 Z세대 감성 입히다

데스크 칼럼입력 :2021/03/12 17:00    수정: 2021/03/12 17:0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중년층들은 요즘 TV가 친숙하다. ‘그 때 그 시절’ 인기 스타들이 많이 출연하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좋아했던 스타를 다시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올드 스타들이 다시 부활한걸까? 그렇진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TV가 젊은층들에게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TV 주시청자는 중장년층이다. 그러니 그들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가 대세를 이룰 수밖에 없다. 젊은 가수들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트로트를 부른다. 7080 세대들이 사랑했던 노래를 젊은 감성으로 부른다. 그래야 TV 주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재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뉴스도 마찬가지다. 젊은층은 전통적인 포맷의 뉴스를 잘 보지 않는다. 그래서 전통 매체들은 저변을 확대하기가 더 힘들다. 젊은 그들은 뉴스 대신 그들의 감성에 소구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즐긴다. 

그런데 최근 야후뉴스가 화제다. Z세대들이 좋아하는 틱톡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틱톡에 야후뉴스 계정을 만든지 1년 만에 팔로워 110만 명을 돌파했다.

야후 뉴스 틱톡 계정.

한 발 먼저 틱톡에 발을 들여놓은 경쟁사들과 비교해도 의미 있는 성과다. CBS뉴스의 팔로워가 94만7천명이며, USA투데이(89만5천명), 워싱턴포스트(89만4천명)도 야후뉴스엔 한참 미치지 못한다.

사실 전달에 주력하면서도 재미와 유머 최대한 가미 

야후뉴스는 ‘젊은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야후 자체가 인터넷 세상에선 잊혀진 이름에 가깝다. 게다가 야후뉴스는 뉴스 자체 생산보다는 100개 가량의 파트너 언론사 뉴스를 모아주는 서비스다. 뉴스룸 인력은 40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 야후뉴스가 어떻게 ‘틱톡 열풍’을 잘 만들어냈을까? 미국의 저널리즘 전문 매체 니먼랩이 야후뉴스의 성공 전략을 잘 분석했다. 그 글을 중심으로 야후뉴스가 어떻게 Z세대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는지 살펴본다.

야후뉴스는 틱톡 계정을 만들면서 ‘Z세대가 Z세대에게 전하는 뉴스’란 관점으로 접근했다. 편집 책임을 맡고 있는 줄리아 먼스로우는 올해 24세에 불과하다. 그는 야후뉴스 스페셜 프로젝트 에디터 자격으로 틱톡 전략을 진두 지휘하고 있다.

바이든이 취임 첫 날 한 일을 다룬 뉴스.

먼스로우는 야후 뉴스에 올라오는 콘텐츠를 훑어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 중 틱톡 용으로 제작할만한 것들을 고른다. 선택 작업이 끝나면 틱톡에 최적화된 콘텐츠로 탈바꿈 시킨다. 이 때는 특히 부제와 영상 설명 쪽에 많은 신경을 쓴다. 주독자층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제 아무리 틱톡 계정이라도 야후 뉴스의 정체성까지 버릴 순 없다. 먼스로우 역시 니먼랩과 인터뷰에서 “신뢰할 수 있는 뉴스를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춘다"고 강조했다. 정파성을 가능한 배제하고 사실을 충실하게 전달하는 데 주력한다는 의미다.

이런 전략이 Z세대들에게 통할 수 있을까? 먼스로우는 “독자들과 대화할 수 있는 전략에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인다. 이 부분이 야후뉴스 틱톡 전략의 핵심이다.

틱톡은 접근성이 뛰어나고 유연하다. 게다가 재미있다. 독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선 이런 문법을 잘 적용해야 한다.

그래서 야후뉴스도 사이트에 올라온 기사를 그대로 옮기는 방식은 지양한다. 사실을 충실하게 전하면서도 재미와 참여 요소를 곁들이는 데 주력했다.

일단 뉴스 소재부터 Z세대 취향에 맞췄다.

그렇다면 Z세대는 어떤 뉴스에 관심을 가질까? 니먼랩은 “Z세대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좀 더 정치적인 참여도가 높으면서도 정파의 영향은 덜 받는다”고 분석했다.

Z세대가 결코 정치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란 의미다. 특히 Z세대는 기후변화, 사회정의, 학자금 대출 등을 다룬 동영상 기사에 많은 반응을 보인다. 생활비, 투자, 돈 관련 뉴스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

왜 그럴까?

니먼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부모들이 실직하는 것을 옆에서 직접 지켜본 경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오면서 이런 뉴스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진지한 뉴스도 젊은 감성으로…편집자가 직접 휴식 영상 찍어 올리기도 

그렇다고 해서 야후 뉴스의 틱톡 계정이 가벼운 뉴스만 다루는 건 아니다. 가벼운 얘기만으론 차별화하기 힘들다. 젊은층이 언론사 계정을 찾는 건 뭔가 새로운 정보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후뉴스 틱톡 계정에서 의사당 폭력 사태를 비롯한 각종 사회 문제도 깊이 있게 다룬다.

다만 이 때 틱톡스럽게 만드는 데 주력한다. 그래서 제목과 영상 캡션에 각별하게 신경을 쓴다. 편집 책임자인 먼스로우 자신이 Z세대이기 때문에 그들의 감성을 더 잘 담아낼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장을 다룬 뉴스도 색다르게 접근했다. '코로나19 백신은 어떻게 생겼나(What’s like COVID-19 vaccine)'란 제목과 함께 젊은 감성을 최대한 살렸다. 어머니가 백신 접종 받는 현장을 직접 따라갔다. 그런 다음 접종 받는 장면까지 영상으로 찍어 올렸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첫날을 다룬 뉴스도 인상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첫날에 한 일(What Biden did on day 1)’이란 제목으로 새 대통령의 하루 일과를 흥미롭게 담아냈다.

Z세대스럽게 접근한 이 영상 뉴스는 큰 반향을 몰고 왔다. 덕분에 24시간 만에 팔로워 9만2천명을 새롭게 확보할 수 있었다.

정신건강도 챙기면서 살자고 강조하는 뉴스 영상.

틱톡 플랫폼의 특성을 감안해 유머도 많이 섞는다. 정신 건강을 위한 휴식(mental health break)도 그런 전략의 일환이다.

야후뉴스 티톡 계정엔 수시로 ‘정신건강을 위한 휴식’이라 콘텐츠가 올라온다. “괜찮냐(Are you OK)”란 질문과 함께 커피 한 잔 마시기, 쿠키 굽기 같은 다양한 활동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뉴스 편집자들이 직접 출연한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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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예전처럼 사이트에 찾아와 보는 독자들은 갈수록 줄고 있다. 특히 모바일 뉴스는 더더욱 그런 경향이 강하다.

그런 측면에서 야후뉴스의 틱톡 전략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독자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같은 뉴스라도 그들의 감성에 맞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