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美 배터리 5조 투자...바이든 거부권 안개속으로

미국에서만 배터리 생산능력 70GWh 이상 추가 확보 목표

디지털경제입력 :2021/03/12 13:01    수정: 2021/03/12 13:21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배터리 시장에서만 5조원 이상의 '통큰 투자'를 단행한다. 미국 정부가 코로나 확산을 계기로 전기차배터리 공급망 검토에 나선 가운데, 수급 우려를 낮춰 현지 업계와의 협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으론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 판결 이후 대규모 투자 카드를 꺼내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반기 미국 내 신규 공장 2곳을 선정하고 현지 배터리 시장에 독자적으로 5조원을 투입한다고 12일 밝혔다. 미국에서만 70기가와트시(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추가 확보한다는 목표다. GM과의 합작법인은 상반기 내 현재 건설 중인 1공장에 이어 2공장 투자도 확정한다.

GM 전기차 '볼트'에 탑재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사진=LG에너지솔루션)

"美 시장변화에 투자 결정"…바이든 의중 찔렀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 상반기까지 최소 2곳 이상의 후보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사업 적합성 검토와 이사회 의결 과정을 신속하게 거쳐 본격적인 투자를 집행할 방침이다. 투자가 이뤄지면 독자적인 배터리 생산능력(CAPA)은 미시간 공장(5GWh)을 더해 총 75GWh으로 늘어난다.

GM 합작법인 2공장이 완공되면 총 생산능력은 140GWh를 넘어서게 된다. GM은 2025년까지 신규 전기차 모델 30여 개를 출시하고 이 중 20여 개는 북미에서 판매할 방침인데, 이번 투자로 양사 협력관계는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투자 결정에 대해 "미국 시장 환경의 변화를 고려해 배터리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여러 완성차 업체와 미국 내 사업 확대를 논의 중인 만큼, 발빠른 생산능력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미국 내에서 배터리와 차량 반도체 등 주요 부품의 수급 불안이 점차 커지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산 전기차의 필수 조건은 배터리 셀 현지 생산이다. 미국 정부는 미국산이 아닌 전기차를 현지에 판매할 경우 10%의 징벌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럼에도 배터리 수급 불안이 커지자, 바이든 대통령은 배터리 공급망에 대해 전면 검토를 지시했다.

미국은 전기차배터리 산업에 한해 국내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와 일본 파나소닉 등에 기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미시간 공장과 현재 건설 중인 오하이오 GM 합작공장을 통해 현지 공급망에 일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동맹 관계에 있는 국가의 배터리 업체들과 협력을 강화하려는 만큼, 이번 투자는 미국 정부의 의중과 시기적절하게 맞아 떨어진 결정"이라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왼쪽)과 SK이노베이션(오른쪽) 관계자들이 각사가 제조한 전기차배터리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각 사

LG도 SK도 "추가 투자하겠다"…美 대통령 거부권 안개속으로

일각에선 LG에너지솔루션의 이번 투자가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을 염두에 둔 행보로도 해석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달 10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 측에 최종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LG로선 끝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 남은 심의기간 동안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ITC가 내린 수입금지 명령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내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미국 행정부가 기업 간 지식재산권 다툼에 어느 정도로 개입할 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정책적인 이유를 들어 소송 판결에 거부권을 꺼내들 가능성도 없진 않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1·2공장이 가져올 일자리 효과를 들며 미국 정부 설득에 나섰다. 이 공장 투자에만 3조원 이상이 들어간다. 회사는 2025년까지 24억 달러(약 2조7천억원)을 추가 투자하겠다는 카드도 꺼내들었다. 어떻게든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을 이끌어내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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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이 이번에 5조원 이상의 투자로 맞불을 놓은 이상, 이제 결과는 더욱 예측할 수 없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측도 SK 측의 요청에 대응해 최근 USTR에 ITC 최종 판결을 그대로 유지해달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바라는 것은 양사가 합의해 조지아공장에 닥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지만, 합의금을 둘러싼 양사 간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LG의 추가 투자로 인해 미국 정부의 고심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