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여성 사외이사'를 영입하려는 보험사의 움직임에 속도가 붙었다. 금융소비자보호와 같은 굵직한 현안에 대응하는 한편,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에 앞서 이사회 내 여성 인재를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주요 상장 보험사가 정기 주총 안건을 확정한 가운데, 여성 전문가를 사외이사 후보에 포함시키면서 시선을 모으고 있다.
먼저 삼성생명은 오는 18일 주총에서 조배숙 전 의원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1956년생인 조배숙 전 의원은 서울대 법학과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은 인물로, 2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서울지검과 인천지검에서 검사로 활동했고 서울고등법원 판사로도 재직했다. 16대부터 20대까지 국회의원을 지낸 4선 의원 출신이기도 하다.
삼성생명에 합류하는 조배숙 전 의원은 일신상의 사유로 사외이사직을 내려놓는 이창재 전 법무부 차관을 대신해 회사의 법률적인 현안을 책임질 전망이다.
한화생명도 15일 주총을 앞두고 통계청장을 역임한 이인실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이인실 교수는 하나경제연구소 금융조사팀장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거쳤고 통계청장까지 역임해 금융업 전반에 해박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주총에서 주주의 지지를 얻으면 그는 한화생명의 첫 번째 여성 이사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메리츠화재는 김명애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경영학과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에 올렸다. 한국장기신용은행과 한국신용정보,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 등에서 몸담은 금융 전문가다. 메리츠화재 역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DB손해보험의 경우 소비자보호 전문가인 문정숙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발탁했다.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보)과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소비자 권익 보호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만큼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업계가 올 들어 유독 여성 인사 영입에 주력하는 이유는 기업의 이사회 구성 요건 등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시행(내년 8월)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개정된 자본시장법에선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 법인이 이사회 전원을 특정 성별(남성 또는 여성)로 구성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따라서 각 기업은 늦어도 2022년 7월까지 최소 1명의 여성 이사를 확보해야 하는 실정이다.
사실 보험업계엔 여성 사외이사가 상당히 드물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보험사 12곳 중 여성 이사를 둔 회사는 현대해상과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등 3곳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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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후보를 물색하는 보험업계도 조급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엔 상대적으로 여성 인력풀이 적은데다, 같은 숙제를 안은 다른 업계와도 경쟁해야 하는 탓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에 앞서 각 보험사가 서둘러 여성 사외이사를 모셔오려는 분위기"라면서 "이를 계기로 다소 보수적인 업권에 새로운 경영 문화가 자리 잡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