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높아지는 실손보험 가입 문턱

미래에셋생명 판매 중단...금감원 "문제없어"

금융입력 :2021/03/04 08:21    수정: 2021/03/04 08:33

#경기도에 거주하는 A씨는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에 가입하고자 대형 손해보험사와 법인보험대리점(GA)을 찾았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응급실을 이용하고 산부인과 등에서 진료를 받은 과거 이력이 원인이었다. 의사로부터 완치됐다는 소견서를 받아 보험사에 제출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서울의 B씨는 한 보험사 설계사에게 실손보험 상담을 받던 중 도수치료와 같은 비급여 진료 내역이 많아 가입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에 관련 질환을 ‘부담보’(보장하지 않음)하는 조건으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다.

보험업계가 실손보험 판매를 기피하면서 소비자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높은 손해율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보험사의 해명이나, 결국 적자에 대한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사진=이미지투데이)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보험사별로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거나, 심사 기준을 높여 가입을 거절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먼저 미래에셋생명은 이달부터 실손보험을 판매하지 않는 것은 물론, 오는 7월 금융위원회 주도로 출시되는 4세대 실손보험에도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GA '미래에셋금융서비스'를 통해 다른 회사의 실손보험 상품을 판매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로써 17개 생명보험사 중 실손보험을 취급하는 회사는 8곳으로 줄었다. 2011년 라이나생명을 시작으로 오렌지라이프와 AIA생명,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DGB생명 등이 실손보험 판매 중단 대열에 합류한 바 있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AXA손보와 에이스손보, AIG손보 등 10여 곳이 실손보험 판매를 멈춘 상태다.

그나마 상품을 유지하는 보험사도 가입 문턱을 높여 판매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손보험 단독 가입을 허용하지 않거나, 방문 진단 대상 연령을 낮춰 신규 가입을 제한하는 식이다. 일례로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보, 메리츠화재 등 대형 손보사는 61세 이상의 소비자가 가입을 원하면 반드시 방문 진단심사를 거치도록 한다. 가입자의 혈압과 혈액, 검사 등 검진을 보험사가 직접 실시해 가입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동양생명처럼 가입 연령 상한선을 낮춘 곳도 있다.

아울러 주요 손보사는 4월부터 구(舊) 실손보험(2009년 9월까지 판매)의 보험료를 17.5~19.5% 올리기로 하고 갱신 대상자에 대한 안내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처럼 보험업계가 실손보험 판매 전략에 변화를 주는 것은 일부 가입자의 과잉진료 등 문제로 손해율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실제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2017년 121.3% ▲2018년 121.2% ▲2019년 133.9% 등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위험보험료에서 보험금 지급액을 뺀 ‘위험손실액’은 2019년 2조8천억원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팔수록 적자를 보는 상품"이라면서도 "수요가 많아 판매를 중단하긴 어려운 만큼 인수 심사 등 기준을 높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귀띔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보험사가 판매 기준을 강화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존 가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게 아니라면, 리스크 관리 등 정책은 개별 회사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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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소비자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험사의 보수적인 기조로 가입자가 부담을 떠안는 것은 물론, 한편에선 혜택을 받지 못하는 보장 공백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4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돼도 업계가 판매 방침을 바꾸지 않는 이상 별다른 효과를 누리지 못할 것이란 부정적인 인식도 적지 않다.

한 소비자는 "손해율을 관리해야 하는 보험사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이처럼 문턱을 높이는 것은 결국 건강한 사람에게만 상품 가입을 허용하겠다는 의미"라며 "보험 본연의 취지인 상부상조의 정신에 어긋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