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디지털 손해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이 결국 한화손해보험에 남게 됐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지연에 한화자산운용으로의 매각이 전면 백지화되면서다. 우여곡절 끝에 자리를 지킨 캐롯손보가 친정 한화손보와 함께 새로운 도약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손보는 지난달 25일 한화자산운용과의 캐롯손보 주식처분 계약을 해제했다. 당초 계약 체결일로부터 8개월 이내 대주주 변경 승인을 포함한 거래를 매듭짓기로 했으나, 사실상 어려워지자 이 같이 결정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해 9월 한화손보는 캐롯손보 보유 지분 51.6% 전량을 총 542억원에 한화자산운용으로 넘기기로 했다. 그룹 차원의 전략적 판단이었다. 경영개선계획을 이행 중인 한화손보는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자회사를 정리해야 하고, 자산운용은 디지털 전환의 일환으로 캐롯손보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들의 계획은 대주주 한화생명이 지난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에 해당하는 기관경고를 받으면서 무산됐다. 기관경고를 받으면 대주주 적격성에 결격사유가 발생해 자회사 인수가 어려워지고, 1년간 신사업 진출도 금지된다.
이에 따라 캐롯손보는 한화손보를 대주주로 하는 현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한화손보 측은 지금으로서는 거래를 재추진할 계획이 없으며, 지난해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된 만큼 캐롯손보의 성장을 적극 돕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단 캐롯손보에 부정적인 결과는 아니다. 주주로 남은 한화손보로부터 상품 개발과 리스크 관리, 소비자 민원 등 보험업 전반에 대한 변함없는 조언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다만 자본 확충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지목된다. 한화손보에 이를 뒷받침할 만한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캐롯손보로서는 자본 확충이 절실하다. 주행거리 연동 후불형 상품인 ‘퍼마일 자동차보험’을 앞세워 차츰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고 하나, 1천억원 수준인 지금의 자본금으로 공격적으로 사업을 펼치기엔 제약이 뒤따르는 탓이다. 당분간 손실도 불가피하다.
사실 한화손보가 한화자산운용으로 캐롯손보를 이관하려던 것도 이를 고려한 행보였다. 자산운용이 지난해 한화생명의 증자로 5천100억원을 확보한 바 있어서다. 특히 그 중 3천100억원을 디지털 역량 강화 등에 쓴다는 방침이라 장기적으로 캐롯손보에 대한 증자를 검토할 것으로 점쳐지기도 했다.
반면 한화손보는 여전히 내실 다지기에 집중해야 하는 처지다.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42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적자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올해도 회복세를 이어갈지 장담하기 어려워서다. 무엇보다 야외활동이 줄면서 자동차보험 등 손해율이 개선된 이른바 '코로나19 반사이익'이 지속될지 여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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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업계에선 그룹 차원에서 캐롯손보의 자본 확충을 위한 차선책을 마련할지 주목하고 있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해소되는 오는 9월 지분 매각을 다시 시도하는 등의 시나리오도 흘러나온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한화자산운용과의 캐롯손보 지분 매각 계약 해지는 현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자본 확충과 관련해선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