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사업 접나요?" "저희도 모릅니다"...답답한 LG전자 MC 직원들

[정진호의 饗宴] 미래 불안감 호소...북미·제3세계 중저가 시장 공략 해볼만

데스크 칼럼입력 :2021/02/25 09:09    수정: 2021/02/25 17:43

"현재 내부 직원들의 일상 업무는 변함이 없어요. 국내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낮은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LG MC사업본부의 스마트폰 사업이 오랜 전부터 해외 시장에서 적잖은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어요. 지금 그 사업을 쉽게 포기할 수 있을까요?"

LG전자가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바일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 내부 직원들이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장에서는 지난해 연말 스마트폰 사업 철수설이 불거진 이후 회사 측의 모바일 사업 재검토 공식화, 그리고 최근 롤러블폰 개발 중단 소식까지 이어지면서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매각이나 철수 수순을 밝고 있는 게 아니냐는 기류가 강합니다.

LG전자가 올 1월 온라인 'CES 2021'에서 공개한 'LG 롤러블' 티저 영상. (사진=LG전자)

이런 탓에 일선 직원들은 속시원히 속내를 털어놓고 이야기 하고 싶지만 회사 내 분위기가 그럴 사정도 아니어서 속앓이만 하고 있습니다. 윗선에서는 '변하는 것은 없다. 서로 말 조심하자'는 말만 오가고 개인 안부를 묻는 연락이나 현지 이동통신사에서 사업 방향에 대한 문의가 오면 '확정된 것이 없다'는 말 밖에 마땅히 답변할 말도 없어 가급적 전화도 피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MC사업본부 한 과장급 직원은 "고용은 유지한다고 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집에 가서도 편히 쉬지 못 한다"며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이 기회에 낮은 연봉에 많은 이직을 성사시키려는 헤드헌터들의 연락이 계속 오는데 일이 손에 잡힐 리 있겠느냐"며 속내를 토로했습니다.

글로벌 해외영업을 담당하는 모 직원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데)밖에서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이게 언론에 보도되고...너무 앞서 간 것 아니냐"며 "지금은 마치 (사업을)접으라고 부추기는 듯하다"며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최근까지 북미 등 해외 세일즈를 비롯해 실제 LG전자 MC사업부의 일상 업무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위치한 LG전자 전광판 앞에서 LG G8X ThinQ(국내명: LG V50S ThinQ)를 소개하고 있다.

LG 휴대폰은 2000년대 초중반 피처폰 시절엔 노키아,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시장 3위까지 치고 올라갔던 브랜드입니다. '셀스타'·'화통'·'프리웨이'·'싸이언'(CION, CYON) 등으로 거슬러가면 LG전자의 모바일의 사업 역사는 30년에 가깝습니다. 이밖에 초콜릿, 샤인, 와인, 롤리팝 등 히트했던 펫네임 제품들도 많습니다. LG전자가 금지옥엽으로 키워왔던 게 바로 모바일 사업입니다.  

그런 탓에 LG가 모바일 사업에서 손을 뗄 경우 부품 협력사 등 국내 스마트폰 생태계에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글로벌 브랜드인 LG가 단번에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게 되면 많은 중소 협력사들이 어려워지고 위축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선택지도 그만큼 줄어들게 됩니다.

LG전자가 2019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국제컨벤션센터(CCIB)에서 5G 스마트폰 'LG V50 ThinQ'를 공개했다.(사진=LG전자)

일각에서는 LG전자가 이번 기회를 사업 재편의 기점으로 삼고, 제품 포트폴리오 모델을 중저가로 다변화해 사업을 전개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모바일 사업을 버리지 않고 꾸려 나가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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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라는 브랜드가 북미와 제3 세계에서 아직까지 구매 영향력이 크고, 중저가 시장에서 중국 스마트폰 빅3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브랜드이기 때문입니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한해 2천470만대(점유율 1.9%) 가량의 스마트폰을 팔았습니다. 세계 9위권 정도인데, 텃밭인 북미 시장에서는 아직도 10%대 초반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 누적적자 5조원을 기록 중인 MC사업본부는 지난해 기준 연 매출은 5조5천억원, 연 적자는 9천억원 규모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전자 단말 사업은 국내와 해외의 상황이 다르다. 북미 지역 사업이 매우 크다. 지금까지 펼쳐놓은 수많은 사업을 한 번에 중단할 수 없을 것"이라며 "실제로 LG전자 MC사업부의 매출은 국내 매출보다 해외 매출에 의존하고 있다. 기존 고가형 정책에서 중저가형 모델로 사업 포토폴리오를 변화시키고 좀더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을 축소 조정하면서 손실을 줄여나가며 연착륙하는 방안이 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