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폰은 어떻게 존폐 위기에 서게 됐나

권봉석 LG전자 사장 "모든 가능성 열어놨다"...'버티기' 임계점 도달한 듯

홈&모바일입력 :2021/01/20 18:40    수정: 2021/01/22 10:30

정진호, 황정빈 기자

LG전자가 20일 스마트폰 사업을 관장하는 MC사업본부 폐지를 비롯해 매각·철수, 사업부 흡수통합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이젠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그룹 경영진의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그동안 LG폰을 책임지는 LG전자 MC사업본부는 지난 수년간 돛대 없이 이리저리 표류해 왔다고 표현하는 게 더 현실적이다. (☞관련기사)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2015년 2분기 이래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5년간 누적 손실액만 5조원에 달한다. 한해 매출이 63조원, 영업이익이 2조~3조 수준인 LG전자가 오래 감당하기엔 벅찬 금액이다.

그래서 LG전자는 3~4년 전부터 조직 정비와 생산기지 이전 등을 통해 적자 폭을 줄여나가면서 버티기 전략에 돌입했고, 이제 그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것이 이번 스마트폰 사업 존폐 여부의 배경이다. 스마트폰 사업 부진이 타 부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계속되는 인력 재배치와 적자 행진이 부서간 협력과 소통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2016년 당시 LG전자 MC사업본부장 조준호 사장이 스페인 바르셀로나 ‘산 호르디 클럽’에서 열린 ‘LG G5 Day’ 행사에서 전략 스마트폰 ‘LG G5’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사실 LG 스마트폰의 도전과 부침은 그 역사만큼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LG전자 MC사업부가 경쟁자로 생각했던 삼성전자 IM 부분의 갤럭시 시리즈 브랜드가 스마트폰 단일 브랜드로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확대를 해온 것에 비해, LG전자는 2012년 옵티머스 시리즈를 처음 내놓은 이후 G 시리즈, V 시리즈, Vu 시리즈 등으로 다양한 브랜드 변신을 시도했다.

LG윙. (사진=LG윙 공개행사 유튜브 영상 갈무리)

급기야 지난해에는 G시리즈를 폐기하고 피쳐폰 시절 때처럼 제품의 펫네임을 브랜드로 사용하는 '벨벳' 브랜드까지 들고 나오게 됐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냉혹했다. 오히려 이런 잦은 브랜드 변경이 LG전자 스마트폰에는 득보다 독이 됐다는 평가다. 기함인 플래그십 브랜드의 변화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과거 사라진 셀스타-화통-프리웨이-싸이언(CION, CYON)과 비견될 만하다.

또한, 한판 뒤집기 승부에 너무 오랜기간 힘을 소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LG전자는 2015년 이후 조준호 MC사업본부 사장 시절부터 스마트폰 사업 정상화를 전사 제1의 목표로 전력투구를 해왔다. LG만의 성공방식으로 이를 재현하려고 했고, 독창적인 모델로 삼성과 애플과의 경쟁에서 한판 뒤집기를 통한 부활을 꿈꿨다. 2016년 3월 MWC에서 발표한 세계 최초 모듈형 스마트폰 G5가 대표적이다. 발표 당시에는 엄청난 주목을 받았지만 소비자들의 사용 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시장에서 외면 받았다.

LG벨벳. (사진=LG전자)

LG전자가 사용자가 원하는 스마트폰 자체의 본질적인 가치 증대보다는 '기믹(Gimmick)'적인 요소에 너무 치중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것도 이 때부터다. 물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였지만 본질을 벗어난 무리수였다는 시장의 냉혹한 평가가 꼬리표처럼 뒤따랐다. 시장은 점점 줄어들고 텃밭인 북미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한때 노키아를 제치고 세계 시장 4위, 브랜드로는 3위까지 차지했던 LG전자 MC사업부는 결국 2019년 세계 시장 9위 수준으로 내려앉았고, 중국 빅3인 화웨이, 샤오미, 오포(OPPO)에 밀리면서 기타(Others)에 배치되는 굴욕을 겪었다.

LG전자가 1월 11일 열린 온라인 'CES 2021'에서 'LG 롤러블'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LG전자)

LG에 정통한 소식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를 스마트폰 사업의 마지막 마지노선으로 정했다는 게 정설이다. 전문가들은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실험작으로 끝날 수 있는 파일럿 제품까지 출시 라인업에 올려 놓고 마지막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시장에서는 최근 영상이 공개된 '롤러블폰'이 그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롤러블폰 출시 여부와 상관 없이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중단할지, 다른 곳으로 매각을 할지, 아니면 ODM를 확대하면서 사업부(HE) 통폐합을 통해 명맥을 유지할 지 이제 그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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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LG 전자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부품사는 LG폰에 대한 매출 비중이 높지 않아서 LG전자가 사업을 접는다고 해서 연쇄적인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게 일반론이다. 또 MC 사업본부 내부 연구개발 역량이 이미 많이 쇠락했다는 점도 사업 폐지나 매각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컨트롤러로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는 미래 핵심 기기라는 점에서 사업 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와우(Wow Factor)' 성공을 이루기에는 늦은 감이 있다"며 "조금 더 시장과 사용자의 요구를 반영하면서 자신의 위치에서 작은 성공을 추구한다면 큰 결과를 이룰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