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국내 인공위성 벤처기업인 쎄트렉아이에서 무보수 등기 이사로 활동한다. 기업을 경영하는 '감독'이 아닌, 인공위성 신기술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뛰는 '선수'가 되겠다고도 강조했다.
22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쎄트렉아이는 이날 개최한 이사회에서 김동관 사장에 대한 등기임원 추천을 결의했다. 이 회사는 김 사장 외에도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와 김승모 한화 방산부문 대표도 무보수 비상무이사로 추천했다.
박성동 쎄트렉아이 이사회 의장은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절실한 과제여서 한화 측에 제안했다"며 "김 사장이 조건 없이 수락해 이사회에서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별 1호'를 개발한 KAIST 인력들이 지난 1999년 설립한 쎄트렉아이는 국내 유일의 민간 인공위성 제조·수출 기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13일 이 회사의 지분 30%를 인수했다.
항공우주업계는 쎄트렉아이의 기술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금과 김동관 사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더해진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2010년부터 해마다 다보스를 찾은 김 사장은 지난 10년간 현장에서 20여개국 관료, 세계적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왔다.
이러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화솔루션은 미국·영국·독일에서 태양광 모듈 시장 1위로 올라섰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페이스북 데이터센터에 태양광 모듈 35만장을 설치했다.
쎄트릭아이 측은 "당사는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필요하고, 이 점이 김동관 사장과 손을 잡고자 했던 이유"라며 "세계 시장에 쎄트렉아이를 어필하기 위해선 김 사장의 이름을 앞세우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차를 만드는 테슬라와 위성을 만들어 쏘는 스페이스X의 경영자도 한 사람"이라며 "항공우주 분야를 비롯한 미래 먹거리 산업들은 서로 맞닿아 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이끌면서 만들어온 김 사장의 네트워크가 항공우주사업의 해외 시장 진출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이 쎄트릭아이에서 무보수 이사로 활동하는 이유에도 관심이 모인다. 한화 측은 "기존 경영진의 독자 경영을 보장하면서 기술의 세계 진출을 돕는 역할을 맡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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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장도 쎄트릭아이의 무보수 이사직을 수락하면서 "당장의 돈벌이가 아닌, 미래를 함께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항공우주사업 경영의 첫 번째 덕목은 사회적 책임이라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자리를 따지지 않고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가서 무슨 역할이든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쎄트렉아이는 다음달 주주총회를 열고 김 사장 등의 임원 등재를 승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