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노사가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을 놓고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하면서 향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현재 노조 측이 은행의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를 명분으로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을 서둘러달라고 촉구하는 가운데, 디스커버리펀드 등 분쟁 현안을 떠안은 윤종원 행장이 이를 수용할지 주목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최근 노사 협의회를 통해 '노조 추천 이사제'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도입 여부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중이라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그간 기업은행 노조는 사외이사 4명 중 적어도 한 명을 노조 측 추천 인사로 채우는 것은 물론, 은행 정관을 개정해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을 정례화하자고 요구해왔다. 주주 동의가 필요한 타 시중은행과 달리,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행장의 제청을 거쳐 금융위원장이 임명하는 자리인 만큼 내부 합의로 이러한 문화를 정착시키자는 입장이다. 아울러 이들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과 맞물려 노조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영입함으로써 소비자와 직원 모두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업은행 노사는 몇 차례 회의를 거친 뒤 '노조 추천 이사제'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낼 전망이다. 김정훈·이승재 사외이사가 2월과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늦어도 다음달 초엔 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기업은행 노사는 "상장회사의 경우 상법상 사외이사를 세 명까지 유지하면 된다"며 "이달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의 자리를 잠시 공석으로 둬도 이를 충족하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신중히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노조 추천 이사제'는 노조가 이사를 추천하는 제도다. 정식으로 선임된 인물은 법률과 정관에서 정한 바에 따라 사업계획·예산·정관개정·재산처분 등 경영 사안에 대한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투명성을 높이고 경영자와 근로자가 성과를 함께 책임지는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다. 그러나 아직까지 금융기관 중 노조 추천 이사제를 도입한 곳은 없다. KB금융과 수출입은행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으나 결실을 맺지는 못했다.
이에 업계에선 윤종원 행장이 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이를 시도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는 지난해 취임 후 노조와 이를 추진하기로 합의했으며, 같은해 2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선 "과도하면 문제가 생기겠지만, 경영에 여러 의견을 수렴하는 장점이 있다"는 견해를 내비친 바 있다.
관련기사
- 윤종원 기업은행장 "금융지원 방식 미래지향적으로 개선해야"2021.02.07
- 금감원, '디스커버리 불완전판매' 기업은행에 일부 업무정지 1개월2021.02.05
- 기업은행, 지난해 순이익 1조5천497억원…전년比 4.1%↓2021.02.05
- 기업은행-캠코, 부산·경남 중소기업에 최대 3억원 대출 지원2021.02.05
다만 사측은 여전히 도입 여부를 단언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노사가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사안인 만큼 신중히 접근하고, 은행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좋은 관행을 쌓아가야 한다는 기존 방향엔 변함이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