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창업 이후 IT산업의 부침 속에 쉼 없이 달려온 정명천(61) 대원씨티에스 대표. 그는 국내 IT종합 유통산업의 산 증인이자 인터넷·정보화 산업 성장기를 밑바닥부터 온 몸으로 부딪혀 온 기업인이다.
그는 당시 대원컴퓨터 창립과 함께 삼보컴퓨터, 삼성전자 총판 계약을 시작으로 HP, 에이수스,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해 웨스턴디지털, AMD 등과 파트너십 계약을 맺으면서 회사를 연매출 1조원(작년 기준 9천200억원)에 달하는 IT 종합유통 기업으로 일궜다.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정 대표는 "당시 운도 좋았고, 초기 어려움을 수월하게 넘겼다"고 웃어넘긴다.
그러나 1990년대 인터넷 정보화 시대 컴퓨터 산업사에서 흥망성쇠를 겪은 기업은 부지기수다. 대표적인 업체가 바로 세진컴퓨터랜드. 세진은 전국 57개의 직영매장을 확보하고 창업 4년만인 1996년,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에 이은 국내 3위 컴퓨터 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격적이고 방만한 경영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정 대표가 남모를 숱한 위기와 어려움을 뚫고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함께 성장하는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겠다는 상생 경영이다. 파트너십은 정 대표에게 가장 소중한 자산이자 IT 유통 생태계를 개척한 에너지원이다. 그런 만큼 그의 산업을 바라보는 안목과 식견이 넓고 깊다. 지금도 고객과 파트너사와의 상생을 위해 부단히 골몰한다. 그래서 올해 공동 프랜차이드 사업 등 신규 사업 아이템도 구상 중이다.
정 대표는 “그래도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지금까지 회사가 존재하는 것은 나의 이익보다는 공동체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왔고, 파트너와의 관계도 단기적인 이익이 아니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장기적인 상생을 중요히 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평상시 직원들에게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도전하라고 강조한다. 개개인의 역량을 키우고 문제해결과 목표 달성의 경험이 축적된다면 성장하는 조직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담금질을 하지 않은 철이 제 구실을 못하듯이 개인도 조직도 부단한 노력과 훈련을 통해 강해지기 마련이다.
새해 정 사장의 바람은 국내 IT 유통사도 이제 제조사의 그늘에서 벗어나 전문성과 대형화를 이뤄 4차 산업혁명 시대 융·복합 혁신을 이끄는 산업으로 인정받는 토양이 마련되는 것이다.
그는 요즘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IT산업의 변화 속도에 깜짝 깜짝 놀란다고 한다.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고, 융합 시너지가 새로운 방식의 경쟁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자신을 단련시키는 일에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로 제약이 많긴 하지만 그는 지금도 다양한 업계 대표와 전문가들과 많은 이야기 나누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밝은 명(明)에 하늘 천(天), 정 대표의 이름처럼 IT유통 업계의 거목으로 오랫동안 밝고 맑은 상생의 길을 내어주기를 기대해 본다.
다음은 정명천 대표와의 일문일답.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전자상거래로 수요가 몰렸다. 제품 수급 문제로 주문이 들어와도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는데,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우리가 취급하는 IT 제품들의 상당수가 글로벌화된 제품들이라 중국을 포함해서 여러 나라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 초기에는 중국이 셧다운 되면서 공급 이슈가 있었고 지금은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수요뿐만 아니라 물류 등의 영향을 받고 있어 제품 수급에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 회사에서는 선제적인 예측 등 공격적인 주문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온라인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으나 우리 회사는 컴퓨터 코리아 (computer.co.kr)라는 B2B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고, 온라인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팀이 별도로 있어, 현 상황을 잘 극복하고 있습니다."
-유통하는 대부분의 제품들이 해외 유명 제조사 제품인 반면 많은 제품들이 극심한 단가 경쟁을 겪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쉽지 않은 시장인데 경쟁 업체 대비 어떤 전략을 갖고 있나요.
"대원씨티에스의 전략은 다음과 같이 세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번 째로는 대원씨티에스의 ‘전문 조직’을 활용한 시장 세그먼트별 공략입니다. 취급하는 모든 아이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장을 세분화하고, 각 시장에 맞는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시장 내 최종 소비자의 최접점에 있는 리셀러들과의 거래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유통단계를 줄여 경쟁력을 갖추는 효과도 있지만, 최종 소비자의 니즈를 알 수 있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습니다."
"두번째는 ‘컴퓨터코리아’를 활용한 B2B 플랫폼을 통해 롱테일 시장을 확대하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원씨티에스의 기존 빅(Big) 채널들 뿐만 아니라, 모든 채널들이 ‘컴퓨터코리아’에서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세번째는 상생을 기반으로 한 경영 전략입니다. 대원씨티에스는 30년 이상 된 IT유통기업의 업력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동안 여러 제조사 및 채널들과 신뢰를 쌓아 왔으며, 또한 상생의 가치관을 선포할 만큼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빠른 고객지원을 통하여 동일한 제조사의 제품이라도 대원이 공급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더 큰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PC 컴포넌트 유통 이외에도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 확대를 추진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새해 중점적으로 확대할 분야나 눈여겨보고 있는 영역이 있습니까.
"컴퓨터 부품이나 컴퓨터 관련 하드웨어 제품들의 라이프사이클 면에서 본다면, 성숙기를 많이 지나고 쇠퇴 시기에 진입했다고 보입니다. 특히 지금은 클라우드라는 새로운 시장이 생겨나고 있고, 팬데믹 영향으로 비대면 재택근무 등으로 많은 회사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이전 아이템이나 유통방식으로는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단기적으로 해야 할 일과 중장기적으로 해야 할 일을 구분하여 그 상황에서 우리 역할과 그 밸류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가장 관심 있게 보고 있고,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분야가 '시장이 클라우드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 상황에서 우리의 역할 찾기입니다. 또 하나는 우리가 운영하는 컴퓨터 코리아라는 B2B 플랫폼을 변화하는 시장에 맞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시장에서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 시리즈 품귀현상, AMD 라이젠 5000 시리즈 / 라데온 RX 6000 시리즈 품귀현상 등 재고부족 문제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여러 기사에서 보도되었듯이, AMD CPU 및 RADEON의 성능이 경쟁사 대비 뛰어나거나 동등 수준까지 올라온 게 사실입니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커서 부족 현상이 벌어졌으며, 특히 글로벌 제조사(HP, LENOVO, ASUS 등)의 AMD SKU의 PC나 노트북의 생산이 증가되면서 그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 여파로 인한 가정용 게임기인 엑스박스(X BOX)나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AMD에서 공급하고 있는 CPU / GPU수요도 급증했습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수급 불균형이 있긴 하지만 최대한 공급 이슈가 없도록 AMD CPU팀과 조율해서 제품 수급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유통하는 제품 카테고리에 변화가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SSD와 HDD 양대 제조사 중 한 쪽이라고 할 수 있는 씨게이트 유통은 포기한 반면 새로 DJI 드론 유통도 시작했는데, 제품 포트폴리오 조정에 대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씨게이트 유통을 포기하게 된 것에 대해 아쉬움이 너무 많은 게 사실입니다. 유통 철학의 차이로 인해서 그만두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드론을 제조하는 DJI의 새로운 총판이 된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됩니다. 우연한 기회에 연결된 인연이 총판으로 이어진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습니다. 특별히 제품 포트폴리오의 변화를 염두에 두지는 않았습니다."
-IDC 등 국내외 시장조사업체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PC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입니다. 국내 PC 시장도 코로나19 확산 추세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전망과 시장 전략을 어떻게 그리고 계신지요.
"IT 시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영향으로 매년 어느 정도 성장을 해왔습니다.
다만, 성장하는 시장의 영역이 우리와 관련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해 보입니다.
팬데믹 영향에 개인과 기업이 대응하느라 일시적인 수요가 생겼고,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리라 생각됩니다. 다만 이러한 현상은 지속되어서도 안되고, 지속될 수도 없다고 봅니다. 장기화되면 그 누구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우리가 예측을 잘해서 필요한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역할을 다하려고 합니다. 팬데믹은 언젠가는 극복되리라 생각하고 중장기적으로 클라우드로 변화하는 시장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가에 집중하려 합니다."
-30년 넘게 대한민국 IT 유통 전문기업으로 성장해 온 비결은 무엇인가요.
"정확히는 1988년도에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올해로 33년 입니다. 운 좋게도 컴퓨터 유통을 성장기에서 할 수 있어서, 초기 어려움을 수월히 넘길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지금까지 회사가 존재하는 것은 나의 이익보다는 공동체의 이익을 생각해왔고, 파트너와의 관계도 단기적인 이익이 아니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장기적인 상생을 중요히 해왔기 때문이라 보입니다."
-경영 철학과 좌우명은 무엇인지요.
"우리 회사가 2012년에 핵심가치와 비전을 만들었습니다. 핵심가치가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자는 '책임', 과감하게 시도하자는 '도전', 함께 성장하자는 '상생' 입니다. 비전은 '다이내믹 밸류 크리에이터(Dynamic Value Creator!) 2020년 1조 기업이 된다'를 넘어 올해부터는 ‘지속 가능한 1조기업의 기반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입니다. 비전을 만들고 실행해 오면서, 제가 많이 강조해 왔던 것은 직원 개개인들의 역량 향상입니다. 제가 조직의 대표로서, 인생 선배로서 우리 조직 구성원들이 100세 시대를 맞아 오랫동안 어떤 분야에서건 인정받는 사람으로 대우받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새로운 것을 지속적으로 받아들이고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꾸준한 노력과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성장을 위해서 과감한 도전을 하되 그 과정에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키워서 문제해결 및 목표 달성의 경험이 축적된다면 성장하는 조직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새해 IT 컴퓨터 유통산업과 관련해 바람이 있으면 한마디.
"우리나라의 IT 유통 업체들에 비해 제조사들의 영향력이 워낙 크다 보니 유통회사로 인식되기보다는, 대리점으로 불리어 지듯이 제조사에 편입되어 있습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제조사와 유통사의 역할이 구분되어 각각의 강점을 극대화, 전문화 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 같은 융∙복합 시대에는 유통회사들의 역할이 더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제조사에 편입된 대리점보다는 유통이라는 전문 분야의 회사로 성장할 수 있는 정책이나 토양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대원씨티에스 회사연혁
-1988 대원컴퓨터 창립. 삼보컴퓨터 총판 계약
-1990 삼성전자 정보기기 총판 계약
-1995 부산 대구 대전 광주지사 설립. HP 총판 계약
-1999 연 매출 1천억원 달성
-2000 LG전자 비즈니스 파트너 계약
-2001 연 매출 2천억원 달성
-2003 연매출 3천억원 달성
-2005 에이수스 총판 계약. MC 총판 계약
-2006 웨스턴디지털 총판 계약. 연 매출 4천억원 달성.
-2008 AMD 총판 계약
-2009 다인디지탈 설립
-2010 사명 변경 대원씨티에스(대원CTS)
-2012 델 테크놀로지스 총판 계약
-2013 B2B 플랫폼 '컴퓨터코리아' 오픈. ERP '두드림1.0' 개발
-2014 최첨단 물류센터 이전 및 WMS 개시
-2015 삼성전자 대리점 계약
-2018 자브라 총판 계약. 유프라자 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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