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모바일 시장과 국내 유통 시장의 리더인 네이버와 신세계 수장이 직접 만나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28일 분당에 위치한 네이버를 찾아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만난 건데요, 두 사람의 만남으로 유통업계는 바싹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국내 1위 검색 포털 네이버를 바탕으로 급성장한 네이버 쇼핑과,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서 강한 힘을 가진 신세계가 힘을 모으는 그림이 경쟁사 입장에서 좋아보일리 없기 때문입니다.
네이버-신세계, 지분 교환 또는 전략적 제휴로 온오프라인 유통 경쟁력 강화
일단 업계에서 예상하는 가장 유력한 두 회사 협력은 지분 교환이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온오프라인 유통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입니다.
네이버는 신세계의 다양한 상품과 지역 곳곳에 위치한 물류망을 활용하고, 신세계는 스마트스토어 등 네이버 커머스 플랫폼을 이용해 판로를 확대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중소상공인 제품군을 빠르게 늘려온 네이버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브랜드와 상품을 네이버 커머스 플랫폼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신세계는 SSG닷컴 등을 통해 온라인 판매망을 늘려온 만큼 네이버와의 협업을 통해 이커머스 영역에서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쿠팡이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고, SK텔레콤 자회사인 11번가가 아마존과 손을 잡은 만큼 네이버와 신세계 입장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5조 몸값 이베이코리아 인수 논의했을까?
또 다른 가능성은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두 회사가 손을 잡는 그림입니다. 현재 이베이코리아는 기업가치 약 5조원에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국 이베이가 “한국 사업과 관련해 전략적 검토 중”이라고 발표한 만큼 업계는 이베이코리아의 매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이베이코리아 인수 가능 기업으로는 신세계, 롯데, 현대 등 국내 유통사를 비롯해, MBK파트너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사모펀드사들이 거론돼 왔습니다. 하지만 5조원에 가까운 돈을 주고 누가 이베이코리아를 품을 수 있을까란 질문에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만약 신세계와 네이버가 손을 잡고 이베이코리아를 나눠 품는다면 어떨까요. 물론 이 그림은 ‘시나리오’에 지나지 않지만 온라인 유통에 목마른 신세계와, 돈 되는 유통 영역에서 경쟁력을 확 키우고픈 네이버의 니즈가 잘 맞는다면 전혀 불가능한 그림은 아닌 듯 보입니다. 두 회사에게 있어 혼자 갖기엔 부담이지만 나눠 가지면 너무 좋은 대상이 이베이코리아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미래 먹거리 개척에 거침없는 네이버·신세계
네이버는 유통, 금융, 콘텐츠 영역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마치 지금 때를 놓치면 망한다는 절박함이 느껴질 만큼 각 영역에서의 강자와 손을 잡거나 피를 섞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이달 BGF리테일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온오프라인 분야에서 양사가 가진 역량을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예를 들어 온오프라인 데이터 기반의 판매 제품 추천을 통해 편의점 점주의 매출 향상에 기여하거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가 선별한 상품들을 CU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것도 가능합니다.
특히 네이버는 물류와 콘텐츠 분야에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CJ ENM, 스튜디오드래곤과 각각 1천500억원의 상호 지분을 교환했고, CJ대한통운과는 3천억원의 지분 교환을 했습니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비대면 시대에 수요가 늘어난 콘텐츠를 적극 확보하고, 한계가 있었던 배송(물류) 영역에서 든든한 우군을 갖게 됐습니다.
나아가 네이버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인 비엔엑스에 4천억원이 넘는 투자를 단행하는 등 K팝 중심의 엔터 시장에도 발을 뻗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이미 YG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해 주요 주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신세계 이마트는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1천352억원에 인수하는 등 고객 경험 확장을 꾀하고 있습니다. 야구장을 ‘라이프 스타일 센터’로 바꿔 야구뿐 아니라 신세계그룹의 서비스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정용진 부회장은 특히 지난 2017년 11번가가 매물로 나왔을 때 “11번가 인수를 비롯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온라인 사업 강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습니다.
당시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11번가 인수를 검토했으나, SK측이 경영권을 넘기지 않는 조건 하에 지분 투자를 요구하는 바람에 협상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온라인으로 뻗어가려는 신세계의 움직임은 타 기업에 비해 부지런한 것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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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GIO와 정용진 부회장의 독대를 두고 그려 본 그림은 아직 스케치 정도에 불과합니다.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헤어졌을지, 아니면 상당히 구체적인 협력 방안까지 논의했을지 아직은 확인할 수 없습니다.
다만 쿠팡과 네이버쇼핑의 급성장, 그리고 이베이코리아의 매각이 추진되는 국내 유통 시장에 머지않아 강력한 폭풍이 몰려올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폭풍의 눈’을 지나는 시점이란 것도 틀림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