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웬만한 건 다 되는 스마트폰.
제조사는 이것저것 좋은 기능이 많다고 소개하지만, 이제 스마트폰 기능은 내가 쓰는 것보다 안 쓰는 기능이 더 많을 정도다. 더 좋은 칩셋을 써서 성능이 더 좋아졌다고 소개하지만, 이것도 대부분 상향 평준화된 상태다.
과포화되고, 상향 평준화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기준은 무엇이 되는 걸까. 소비자들은 이것저것 깐깐하게 따진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 것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까.
삼성전자가 이번에 내놓은 상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1' 시리즈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든 건 우연일까.
이번 '갤럭시S21'은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폰이라고 말하겠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갤럭시노트20에서 엿보였던 삼성전자의 고민과 욕심이 이번 갤럭시S21에서는 더욱 명확히 보였다.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전략은 이대로 유효한 걸까.
■ "툭 튀어나온 카메라, 안 튀어나온 듯 예쁘게"
스마트폰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디자인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양강 구도를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도 바로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그 회사의 얼굴이자, 정체성이다. 디자인은 포장이기도, 전부이기도 하다. 삼성 스마트폰의 얼굴인 '갤럭시S21'의 디자인을 보자.
갤럭시S21 시리즈는 ▲6.2인치 갤럭시S21 ▲6.7인치 갤럭시S21 플러스 ▲6.8인치 갤럭시S21 울트라 3종으로 출시됐다. 갤럭시S21과 갤럭시S21 플러스는 후면에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했으며, 갤럭시S21 울트라는 후면에 쿼드 카메라와 레이저 자동초점 센서를 탑재했다. 카메라 개수와 사양에 따라 카메라 모듈 디자인도 달라졌다.
이중 최상위 모델인 갤럭시S21 울트라는 1천2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 1억800만 화소 광각 카메라, 10배 광학 줌이 가능한 망원 카메라를 넣으면서 카메라 부분이 튀어나오고 두드러졌다. 이는 고품질의 사진을 위해 큰 이미지 센서를 넣으면서 어쩔 수 없이 튀어나오게 된 부분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튀어나온 부분을 줄이더라도, 아예 없앨 수 없다면 이를 세련되게 만들고 강조하자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카메라와 본체가 부드럽게 연결되는 디자인을 채택해 카메라가 '덜'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또 갤럭시S21의 경우 본체와 카메라 하우징의 색상을 달리해 오히려 도드라지게 만들어 디자인으로 승화했다.
디자인은 호불호의 영역이기도 하기에, 사람마다 느끼는 바는 다르겠지만 기자의 경우 갤럭시S21 카메라 하우징과 본체의 서로 다른 색상은 처음엔 예쁜 듯 보였으나, 며칠간 대여해 가지고 다녀본 결과 쉽게 질리고 촌스러워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오히려 갤럭시S21 울트라의 카메라 하우징과 본체의 통일된 색상이 훨씬 세련되고 예뻐 보였다. 네모난 직사각형 모양의 카메라 하우징 부분은 여전히 투박해보였다.
그립감은 갤럭시S21과 갤럭시S21 울트라 모두 좋았다. 단, 갤럭시S21 울트라의 경우는 큰 크기 때문에 손이 작은 여성의 경우는 한 손에 온전히 쥐고 있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갤럭시S21 울트라는 무게도 무겁다. 227g으로 일반 모델(169g)보다는 약 60g이나 무거우며, 전작인 갤럭시S20 울트라(220g)보다도 7g 무겁다. 침대에 누워 손으로 들고 영상을 보기에는 손목에 무리가 가는 무게다.
■ 같은 '갤럭시S'지만 더 벌어진 '급 차이'
이번 갤럭시S21 시리즈는 같은 '갤럭시S' 시리즈지만, 모델 간 급 차이는 더욱 벌어졌다.
갤럭시S21과 갤럭시S21 플러스는 '플랫' FHD+ AM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했으며, 갤럭시S21 울트라는 '엣지' QHD+ AM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전작인 갤럭시S20 시리즈는 전 모델 모두 QHD+ AM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기에, 이번 갤럭시S21 시리즈는 최상위 모델을 제외하고는 해상도가 낮아진 셈이다.
플래그십 라인업인데도 불구하고 해상도를 낮췄다는 점은 충분히 아쉬울 만한 사항이다.
후면 소재의 경우, 갤럭시S21 일반 모델은 플라스틱의 일종인 강화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를 적용했으며, 갤럭시S21 플러스와 갤럭시S21 울트라는 유리 소재인 코닝의 고릴라 글래스 빅투스를 적용해 차이를 뒀다.
이번 갤럭시S21 울트라의 경우, '갤럭시투고' 체험 서비스로 대여한 모델에서 동영상을 촬영하거나 고사양 게임을 실행할 때 발열 현상이 심하게 발생한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기자의 경우 대여한 기기로 직접 게임을 실행해 봤을 때, 열이 발생하긴 했지만 심하게 뜨거워지지는 않았다. 성능 테스트를 해봤을 때는 확실히 발열 현상이 심해졌다. 온도는 최고 43도까지 올라갔다.
갤럭시투고 체험 서비스를 통해 대여한 기기와 기자가 대여한 기기 모두 직접 판매하는 제품이 아니기에 실제 양산품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발열 현상에 대해 현재 내부에서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갤럭시S21 시리즈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3개 모델 모두 퀄컴 스냅드래곤888 또는 엑시노스2100이 탑재됐다. 국내 출시 모델은 엑시노스2100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전작 대비 CPU는 20% 이상, GPU는 35% 이상, AI 프로세서는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작동된다.
■ '100배' 줌에 '1억 화소' 카메라…들고 다니는 'S펜' 유용할까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모델의 미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 '갤럭시S21 울트라'. 무엇이 강점이냐고 물어본다면 단연 카메라라고 답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전화를 하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게 되면서 그 '이상의' 역할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은 카메라다. 삼성전자 뿐 아니라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모두 카메라 기능에 대단히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중에서도 달까지 찍을 수 있는 100배 줌이 가능한 카메라, 1억800만 화소 카메라를 내세워 카메라 성능을 과시하고 있다. 동영상의 경우도 8K 화질로 촬영 가능하며, 3천300만 화소의 이미지를 캡처할 수 있다. 이외에 손떨림 방지 기능인 슈퍼 스테디 기능, 촬영 장면을 미리 볼 수 있는 디렉터스 뷰, 브이로거 뷰 등 다양한 영상 촬영 기능 등을 갖췄다.
이번 갤럭시S21 시리즈는 최상위 모델인 갤럭시S21 울트라에 한해 S펜을 지원한다. 단, 노트처럼 기기에 탑재된 방식은 아니기 때문에 따로 S펜 케이스에 넣어 들고 다녀야 한다. 기자의 경우, 태블릿을 쓸 때도 펜을 종종 놓고 다니는데 스마트폰에 쓸 펜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면 과연 유용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 99만9천900원에 담긴 의지
갤럭시S21 시리즈 출고가는 ▲갤럭시S21(8GB 램·256GB 내장 메모리) 99만9천900원 ▲갤럭시S21 플러스(8GB 램·256GB 내장 메모리) 119만9천원 ▲갤럭시S21 울트라(12GB램·256GB 내장메모리) 145만2천원/갤럭시S21 울트라(16GB램·512GB 내장메모리) 159만9천400원이다.
삼성전자가 100만원에서 100원을 빼면서까지 99만9천900원이라는 출고가를 고집한 데에서 이번 갤럭시S21 시리즈에 대한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삼성전자가 100만원 이하로 5G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갤럭시S' 시리즈여도 급을 더욱 나누고, 일반 모델은 가격을 100원을 빼서라도 100만원 이하로 출시한 것에서 플래그십 라인업조차도 모델 간 차이를 둬 더 많은 소비자층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 삼성전자의 고민과 욕심…'갤럭시S' 브랜드 이미지 재정비 필요할 때
전작인 갤럭시S20 시리즈의 판매량은 2천600만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갤럭시S8부터 연간 판매량이 4천만대를 넘지 못하더니, 이제는 3천만대도 넘기기가 어렵게 됐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있었다고 하지만 아이폰12의 판매량을 보면 이를 외부 요인으로만 돌리기에는 뒷맛이 개운치 않다.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12 시리즈가 출시 두 달 만에 삼성전자가 1년 동안 판매한 5G 스마트폰 판매량을 앞질렀다는 사실은 삼성 입장에서는 더욱 뼈 아프다.
삼성전자는 전작인 갤럭시S20의 부진을 어디서 찾은 걸까.
이번 갤럭시S21 시리즈를 보면 최상위 모델에서는 '최고 스펙' 추구, 일반 모델에서는 '가격 인하'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S20 시리즈의 부진은 울트라 모델의 스펙이 부족해서, 일반 모델은 가격이 비쌌기 때문인걸까.
회사가 파는 것은 제품이지만, 실상은 그 제품이 가진 이미지다. 아무리 좋은 제품의 기능도 '최고', '최신'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존재한다. 디자인, 성능, 가격 그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합쳐져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든다.
이번 갤럭시S21 시리즈를 보고 나니 스마트폰의 성능이 대부분 상향 평준화가 된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자사 스마트폰을 대표하는 '갤럭시S'라는 플래그십 브랜드 이미지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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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폰'이라는 오명을 벗고, 충성 고객을 늘려 삼성이 주도권을 가져가려면 그 이미지를 좀 더 세련되고, '갖고 싶은' 제품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할 듯 보인다. 아쉬운 건 브랜드 이미지를 재정비하기도 바쁜데 모델 간 급 나누기로 그나마 가지고 있던 플래그십 이미지조차 희석됐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소비자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남게 될까. 그 이미지는 선택받을 수 있을까. 갤럭시S21이 전작의 부진을 딛고 소비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