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특검 측 양쪽이 '국정농단' 사건 재상고를 포기하면서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선고한 2년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2월 구속 기소 이후 1, 2심 재판을 받으면서 1년(353일) 남짓 형기를 살았기 때문에 가석방이나 사면이 없다면 내년 7월께나 풀려나게 된다. 앞으로 1년 6개월을 옥중에서 중요하고 시급한 경영 판단을 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아무리 접견을 통한 옥중 경영으로 위기에 대응한다지만 18개월 동안 이 부회장의 공백으로 인한 경영 차질은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전자계열사들은 전문경영인 중심의 일상적인 경영을 해 나간다지만 미래 먹거리를 위한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나 사업구조 개편, 인수합병(M&A) 등 중대한 경영상 판단이 필요한 경우가 문제다. 총수가 없는 마당에 이같은 중대 결정은 자연스레 지연될 수 밖에 없다. 또한 석방 전까지 해외 출장이나 주요 인사들과의 만남이 차단되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경영 보폭은 그만큼 단절되고 축소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이후 엄청난 변화가 예고되는 IT 산업의 흐름과 주요 산업별 쟁점에 대한 정보 접근이나 기회를 포착하는 일도 어렵게 됐다. 외딴 섬 외톨이 신세다. 인공지능(AI), 자동차전장,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 등 미래성장 동력 선점 경쟁에 나서야 하는 삼성에게는 매우 치명적이다. 초가삼가 타고 있는데 강 건너 불구경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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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새해 IT 산업은 파괴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아이폰으로 세상을 바꾼 애플이 또 한 번 세상에 없던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를 만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IT와 자동차 산업계는 빅뱅을 준비중이다. 모두가 미래 IT·자동차 산업의 향방이 어디로 튈지 예견하고 대응책 마련에 동분서주다. 애플뿐만 아니다. 소니도 전기차 ‘비전S’를 세계 주요 전시회 때 마다 들고 나온다. 자율주행과 빅데이터 기술을 연구 중인 구글과 아마존, 바이두도 이 판에 끼지 말라는 법은 없다.
세계 유수의 IT 기업들이 앞선 소프트웨어 기술과 브랜드를 기반으로 향후 벌어질 IT와 자동차 기업 간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 시민사회단체는 이 부회장이 ‘옥중 경영’ 조차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징역형 집행종료 이후 5년간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는 게 이유다. 먹을 것이냐, 먹힐 것이냐, 종속될 것이냐, 지배할 것이냐는 고민과 결단의 문제가 산적해 있는 삼성에게 시련의 시간이 더 깊어지고 있다.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IT산업 현장에서 선단장 없는 선단이 한순간에 방향을 잃거나 침몰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