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절대 강자가 없던 이커머스 시장에 네이버와 쿠팡이 선두권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으면서, '터주대감' 같았던 이베이코리아가 약 5조원이라는 몸값을 달고 시장에 매물로 나왔습니다.
배달앱 '요기요' 역시 독일 모회사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합병 하는 대신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규제당국의 지시로 약 2조원에 달하는 몸값에 새 주인을 찾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의 흐름을 잘 타고 대중적인 서비스로 자리매김 한 두 회사의 새 주인은 과연 누가될까요?
미래는 몰라도 현재까지 이커머스 우등생 ‘이베이코리아’
온라인 쇼핑 '지마켓'과 '옥션' 등으로 잘 알려진 이베이코리아는 2019년 기준 연간 거래액 19조원, 매출 1조원, 영업이익 615억원, 15년 연속 흑자 등 매력적인 성적표를 가진 업계 우등생입니다. 경쟁사들이 출혈경쟁으로 적자를 보며 허덕일 때 매력적인 상품과 우수한 마케팅 기획력 등 오랜 사업 경험을 살려 곳간에 쌀을 두둑이 쌓아 왔습니다.
특히 쿠팡의 성장세가 가팔랐던 2019년에도 연 매출 1조원 첫 돌파와 전년대비 영업이익 27% 상승이라는 실적을 거두며 이베이코리아의 저력을 시장에 과시했습니다. 멤버십 서비스인 '스마일 클럽'의 유료회원이 크게 늘었고, 자체 간편결제인 '스마일페이' 등의 가입자와 사용이 증가한 덕이 컸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잘 나가는 알짜기업을 놓고 미국 이베이는 새로운 주인을 찾고자 할까요.
먼저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미래를 내다봤기 때문입니다. 몇 년 새 네이버 쇼핑과 쿠팡의 성장세가 무서울 만큼 빨랐고, 판을 뒤엎을 만한 새로운 경쟁력을 찾기 어렵다는 판단이 컸을 것으로 보입니다. 검색 포털 국내 1위 사업자인 네이버를 등에 업은 네이버 쇼핑을 이길 힘도, 물류와 배송에 수조원을 투자한 쿠팡을 넘어설 카드도 딱히 없다는 전략적 판단이 섰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매출과 거래액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나 영업이익률 감소는 이베이에게 잠재적 위기 신호로 읽혔을 가능성이 큽니다. 2010년 20%에 달했던 이베이코리아 영업이익률은 2017년 6.5%, 2019년 5.7%로 감소했습니다. 즉 열심히 벌어 남기긴 했는데, 결국 그 돈이 어디론가 갈수록 새고 있다는 뜻입니다. 영업이익률 하락은 치열해진 경쟁에 따른 마케팅 비용과 인건비 상승 등이 반영된 결과로 보입니다.
결국 이베이 관점에서 현 시점이 이베이코리아를 매각할 수 있는 '골든타임'인 셈입니다. 연간 거래액이나 매출은 계속 상승할 가능성은 크지만, 시장점유율과 영업이익률 측면에서는 낙관이 힘든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지마켓과 옥션이라는 이름난 오픈마켓을 단숨에 거머쥐고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바로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베이코리아는 분명 매력적인 회사입니다. 온라인에서 큰 힘을 못 쓰고 있는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대형 유통 기업들이 인수를 눈독들일만 한 '대어'임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5조원이라는 몸값이 문제입니다. 연 615억원 남길 수 있는 회사를 5조원에 인수해 본전을 뽑고 남길 생각까지 한다면 쉽지 않다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더구나 네이버쇼핑과 쿠팡, 카카오커머스의 공세를 이겨낼 묘안이 없다면 도무지 이해타산이 맞지 않아 보입니다.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도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거론되지만 피인수 측의 ‘받고 싶은 몸값’과 인수 측의 ‘낼 수 있는 금액’의 간극 조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1등 넘볼 수 없는 기업에 팔아야 하는 딜레마 안은 ‘요기요’
현재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모회사인 요기요의 경우는 앞으로 약 1년 이내에 반드시 매각돼야 하는 알짜 배달앱 회사입니다. 이 회사 역시 2조원에 달하는 몸값이 걸림돌이지만, 배달앱 시장 점유율 약 20% 달하는 굳건한 2위 업체란 점이 매력 포인트입니다. 특히 코로나19 등으로 배달앱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 ‘가만있어도’ 매출과 거래액 증가가 분명한 시장에 주요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요기요 인수의 긍정적 요인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앱 거래액 규모는 15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2017년 2조4천760억원, 2018년 4조9천890억원, 2019년 9조2천95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폭풍 성장한 셈입니다.
다만 요기요의 앞날을 전망해 보면 먹구름도 많이 보입니다. 일단 강력한 1위 사업자인 배달의민족을 넘어서기 힘들 뿐더러, 후발주자인 쿠팡(쿠팡이츠)과 카카오톡 주문하기 등과 같은 경쟁사들의 성장세를 가볍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이 스타트업 딱지를 떼고 외국계 기업으로 분류되는 순간,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워진 대기업들의 배달앱 진입 문턱은 더욱 낮아집니다. 또 각 지역별로 생겨나는 공공배달앱들의 약진도 요기요의 성장을 방해하는 작은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요기요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간 69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누적 매출은 3천167억원을 기록하며 빠른 성장을 보였지만, 그 만큼 대폭적인 투자가 뒷받침 된 성과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즉,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당장이라도 고객들이 다른 서비스로 옮겨갈 가능성이 적지 않고, 상대적으로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처럼 충성 이용자가 많지 않다는 점도 감점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요기요를 팔아야 하는 매각 주체인 딜리버리히어로의 셈법도 다소 복잡해 보입니다. 새로운 식구가 된 배달의민족을 위협하지 않으면서도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쓸 수 있는 기업에게 넘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자금력이 있는 네이버나 카카오, 신세계와 롯데, GS 등 유통 대기업이 후보군에 속하지만 “이들이 강력한 경쟁사로 성장하면 어쩌지”하는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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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자금력을 갖춘 사모펀드나 미국 배달앱 회사인 도어대시 같은 외국 기업들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쿠팡도 나스닥 상장 후 자금력을 확보하면 요기요를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는데, 이 또한 쿠팡의 나스닥 상장 시점과 요기요 매각 기한 등을 고려했을 때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입니다. 나아가 쿠팡(쿠팡이츠)의 경우 배달의민족이 요기요만큼이나 가장 두려워했던 경쟁사란 점에서 쿠팡의 요기요 인수 시나리오는 더욱 흐릿해 보입니다.
‘억(億)’소리 나는 기업이 아닌 ‘조(兆)’ 소리 나는 대형 기업들이 시장에 나오면서 과연 누가 이 판에 뛰어들지 업계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관련 시장에서 우뚝 서 어깨에 힘을 줄 수 있다는 분명한 강점을 지녔지만,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는 불안감을 동시에 안고 있는 두 회사의 새 주인은 누가될까요? 또 5년 뒤, 10년 뒤 그들은 투자 대비 높은 수익을 거둔 승자가 될까요, 아니면 시대의 흐름을 잘못 짚은 패자가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