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는 왜 미디어규제 전면 개편을 꺼냈나

미디어 공적책무와 산업 활성화, 동전의 양면 논의 패러다임 전환기

방송/통신입력 :2021/01/06 17:26    수정: 2021/01/06 17:26

“5기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장 중점으로 염두에 둔 부분은 미디어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큰 방향이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6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5기 위원회 정책과제 브리핑에서, 앞으로 3년 동안 추진할 정책방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공영방송 재허가부터 방송광고 규제, 방송 소유 및 겸영 규제, 상호겸영 규제는 물론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를 포함할 수 있는 법제도 개편 등 다양한 미디어 규제 변화를 예고하면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이유를 꼽은 것이다.

한상혁 위원장은 “단순히 한두개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 규제체계 전반을 다시 한 번 살펴보겠다”면서 “변화된 시대에 맞는 새로운 규제체계가 무엇인지 고민을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전면적인 미디어 규제 개편 논의를 시작하면서 미디어의 공적책무와 미디어산업에 대한 활력 제고를 꼽은 점이 눈길을 끈다.

한 위원장은 “공적책무가 방치될 수 없다는 원칙과 성장동력이 점점 꺼져가는 미디어 산업에 대한 활력을 부여하는 문제는 동전의 양면같지만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라며 “두 가지 과제가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것이 우선이라고 할 수 없고 5기 방통위 과제의 핵심은 미디어가 갖는 공적책무룰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정책당국으로서 방향성을 제시하고, 산업으로서 활력을 찾아나갈 수 있는 규제의 개혁방안을 반들고 실천하는 부분에 있다”고 강조했다.


■ 과거 방통위가 꼽은 정책과제와 어떻게 다를까

미디어 규제체계의 전면적인 개편으로 요약되는 5기 방통위의 정책과제는 앞서 4기까지의 방통위가 발표했던 정책과제와 차이점을 보인다.

예컨대 이전 정권에서 출범한 3기 방통위는 단말기 유통법을 골자로 하는 이용자 보호 정책을 중심으로 7대 과제를 선보였고, 현 정권과 동시에 출범한 4기 방통위는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대표로 10대 과제를 선보였다.

앞선 3~4기 방통위의 정책 과제는 새 정부가 수립하면서 이전부터 제기됐던 문제점을 바로 잡는 방향의 정책과제를 제시했다면 5기 위원회는 전면적인 제도 개편 논의를 꺼내들었다는 설명이다.

방송의 공공성과 이용자 보호 확대 등의 주요 과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개별 정책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과제로 꼽았던 것과 달리 전면적인 개편 논의에 중점을 뒀다. 미디어 정책 어느 한 부분씩 개별로 고칠 것이 아니라 미디어의 환경 변화에 따라 과거부터 유지된 낡은 정책을 전반적으로 고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란 뜻이다.


■ 공영방송 재허가 제도도 바꾼다

공영방송의 재허가를 공적책무 협약으로 대체하겠다는 점이 첫번째 정책과제로 꼽힌 점이 눈길을 끈다. 과거 위원회의 정책과제에서 언급된 적이 없는 내용이다.

매체별 특성을 반영해 허가 제도와 평가 제도를 바꾸겠다는 뜻으로 공영방송은 공적책무 강화를 위해 재허가 제도를 방통위와 공영방송 간 공적책무 협약으로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한 위원장은 “지상파 재허가 심사를 진행하면서 법에 의해 설립된 공영방송인 KBS에 대해 재허가 심사 여부를 다루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봤다”면서 “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정부와 공영방송 사이에 공적책무를 협약 형태로 맺는 것은 영국 BBC의 사례를 본떴다.

영국 정부와 BBC는 협약에 따라 설립목적, 공적목표, 재원, 조직형태 등을 정하고 이를 이행하고 있는지 수시로 이행여부를 평가하는데 이와 유사한 방식을 도입해 방송의 공공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위원장은 “특허를 부여하면서 공적책무를 방송사에 부여해 왔는데 특허의 실효성, 즉 독점적 지위에서 가져오는 이득 또는 수익 창출의 용이성이 사라지면서 무한경쟁에 돌입하게 됐다”면서 “재원 문제가 당장 문제가 되고 있고, 이에 따라 규제 문제도 개편할 필요성이 생기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점에서 공적책무와 미디어산업의 현실 문제를 반영하는 새로운 규제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 방송 재원 문제...수신료 제도 개선 + 광고규제 완화로 귀결

결국 방송의 재원 문제를 해결하면서 방송의 공적책임을 지켜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를 방송에 포괄하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고민까지 이어진 것이다.

방송 재원 문제의 해결 과제로는 대표적으로 공영방송 수신료와 방송광고 규제 완화가 꼽힌다.

과거 정권, 이전 방통위에서도 수신료 현실화와 광고 규제 완화는 단골로 등장했지만 모두가 얽혀있는 과제로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한 점이 5기 위원회가 제시한 정책방향의 특징이다.

이를테면 3기 방통위에서 수신료 현실화 논의에 대응하겠다거나 4기 방통위에서 공영방송수신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했다면, 5기 방통위에서는 KBS의 회계분리 문제와 수신료산정위원회 설치까지만 담았다.

한 위원장은 “국민적 동의가 이뤄지고 수신료 재원을 사용하는 방송사업자의 자구 노력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이를 전제로 수신료 인상 문제, 현실화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며 “그런 기반을 위한 회계분리 문제와 수신료산정위 구성만 추진하고 다른 내용은 계획에 담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방송광고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방송의 성장 동력을 확충하기 위해 광고 규제 개편, 편성 규제 개편 등 방송시장 활성화 방안을 조만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소유겸영 규제 완화 ▲상호겸영 규제 완화 ▲편성 규제 축소 등을 예고했다.

한 위원장은 “미디어 시장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지만 수십년 동안 큰 변화없이 지속된 복잡하고 형식적인 기존 광고 규제를 네거티브로 전면적 전환하겠다”며 “매체별 규제 타당성도 전면 재검토해 규체 차이를 해소하고 기술변화에적합한 종합적인 규제 체계를 새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미디어 개혁기구에서 전반적 제도 개편 논의


이와 같은 광범위한 제도 개편 논의는 5기 위원회가 임기 내에 논의를 마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방통위는 이에 대해 학계, 시민단체, 관계부처, 국회 등이 참여하는 범사회적 기구인 미디어 개혁기구가 설립될 경우 적극 참여하고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한 위원장은 “미디어 개혁기구에 대한 시민사회의 요구, 사회 각층의 요구도 같은 맥락이라고 보여진다”면서 “변화하는 현실에 맞춘 새로운 규제체계를 정립하기 위한 논의구조가 미디어 개혁기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과제들이 정부 차원, 특히 방통위의 개별적인 정부 부처에서 진행할 부분은 아니다”면서 “입법과제를 포함하고 정부 각 부처가 협업을 통해서 진행해야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광범위한 단위의 당사자를 모두 포괄하는 단위의 미디어 개혁기구가 만들어진다면 방통위 역할에 맞는 주장과 의견을 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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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방통위는 3대 목표 12대 정책과제와 별도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별도 과제를 꼽았다. 코로나19 재난상황에서 허위조작정보 대응을 강화하고 민간자율 팩트체크를 활성화 한다는 방침이다. 또 코로나19 재난방송을 강화해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위기를 넘어선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EBS를 통한 비대면 교육 강화와 시청자미디어재단, 언론진흥재단 등을 통한 온라인 미디어교육의 강화도 꼽혔다. 이밖에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공익광고 제작과 지역 소상공인의 방송광고 제작비 지원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