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는 금융으로, 금융은 IT로...데이터 향한 '사랑과 전쟁'

[4차산업혁명 2021년 전망] ⑥금융·핀테크

금융입력 :2021/01/07 13:52    수정: 2021/01/07 16:13

코로나19는 날벼락처럼 찾아왔다. 그리고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그중 하나가 '4차산업혁명의 대중화'다. 4차산업혁명은 그동안 일부의 선언적인 구호로만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그 인식은 크게 바뀌었다. 4차산업혁명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지디넷코리아는 신축년(辛丑年) 새 해를 맞아 10개 키워드로 4차산업혁명의 진화 방향을 전망해본다.[편집자주]

⑥금융·핀테크: IT는 금융으로, 금융은 IT로...데이터 향한 '사랑과 전쟁'

올해 금융업계는 소리없는 총성이 가득한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오는 2월부터 본인 신용정보 관리업(마이데이터)이 시작된다. 비금융권에 금융데이터였던 신용정보의 빗장이 풀리는 격이다. 금융권과 정보통신기술(ICT)·유통 등 비금융권간 고객 접점에 대한 공방이 펼쳐질 예정이다. 금융 거래 및 신용 정보만을 지녔던 금융권의 반발에 오는 7월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플랫폼 사업도 부수업무로 허용할 예정이다. 이 경우 금융권이 오히려 ICT와 유통업권 등으로 진출할 발판이 될 수 있다. 어떤 방향이든 고객 유치와 수성을 위한 무기는 데이터다. 금융권과 비금융권은 데이터를 두고 손을 잡는 '사랑'도, 고객을 더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전쟁'도 치를 전망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마이데이터 본격 진행, 고객 접점 확보 관건


금융업권을 흔들어놓을 가장 중요한 법 개정 사안은 신용정보법이다. 개정 신용정보법 시행으로 이종(異種)산업 간 데이터 결합이 가능해진데다 정보 주체 동의를 받아 데이터를 통합해 제공하는 마이데이터 사업도 할 수 있게 됐다. 이 사업자가 되면 신용데이터의 관리 외에도 겸영 및 부수 업무로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한 투자자문·투자일임, 금융상품 자문, 대출 중개 주선, 데이터 분석 및 컨설팅을 할 수 있다. 이미 금융위는 21개 업체에 마이데이터 예비인가를 내줬다. 즉, 이제까지 A란 고객이 금융사에서만 가능했던 신용정보를 확인, 관리할 수 있었다면 앞으론 마이데이터 라이선스를 가진 곳이 유통업체라도 자신의 데이터를 이동시킬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당연했던 '금융 생활을 하는 곳=금융사'라는 등식이 깨지는 건 물론이고 금융 상품 추천과 가입의 통로인 고객 접점도 다변화하게 된다.

한국금융연구원 서정호 선임연구위원은 마이데이터 사업과 관련해 최근 보고서에서 "플랫폼 업자들이 고객 접점의 경쟁력을 앞세워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그동안 금융사들이 사실상 독점해 온 고객과의 점점이 상당 부분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자기의 금융 거래 정보 및 상거래 주문 내역 정보 등을 통합해 제공하고 업권을 뛰어넘어 맞춤형 금융 상품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를 고객이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핀크 권영탁 대표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되면 개방된 데이터를 활용하려는 기존 금융권과 플랫폼간 경쟁이 심화되고, 새롭고 혁신적인 서비스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며 "고객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서비스와 사업을 창출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는 기업들에게도 잠재 가치가 큰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역설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데이터 확보 '기싸움'에서 실질적 승자 판가름


결국 마이데이터의 승자는 금융 외의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해 고객에게 딱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미 고객들이 많이 모인 플랫폼은 고객 수만큼 데이터가 쌓여, 경쟁 우위를 확보한 셈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의 본격 진행을 앞둔 2020년은 그래서 금융업권과 비금융업권과 데이터 확보를 위한 '기싸움'이 전개됐다. 누가 더 얼마나 주고, 덜 줄 것이냐는 문제였다. 금융권은 조회·이체·대출 등의 금융데이터를 공급하는 반면 유통업체들은 상거래 정보는 개인정보라 공유하기 어렵다는 입장 차를 좁히는 과정이었다. 이는 플랫폼이 아닌 금융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일이었다. 상거래서부터 검색 이력 등을 보유한 빅테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데이터 종류가 부족한 금융업권은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통신사와 게임사 등 이종산업과 제휴를 맺고 보완작업에 분주한 상태다.

우리은행 황원철 최고디지털책임자(CDO)는 "핀테크 제휴를 통해 데이터 융합 마케팅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받아 놓은 상황이며 이를 위해 데이터 제공자로서 인프라를 올해부터 1년 간 구축하고 관련 서비스도 동시에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진옥동 행장도 금융만을 고집할 수 없는 시대라고 진단했다. 진옥동 행장은 6일 임원 및 본부장 워크샵에서 "끊임없이 변하는 시장을 상대하려면 발 빠른 변신이 필요하다"며 "전통적인 금융만을 고집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신한은행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게임과 융합하는 신 금융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은행권 "우리도 플랫폼으로 간다"


금융위는 2021년 달라지는 금융 규제를 소개하면서 오는 7월부터 은행의 플랫폼 사업을 부수업무로 허용하겠다고 예고했다. 금융사가 이커머스나 배달 등과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운영하고, 플랫폼 내 거래의 결제시스템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런 부수사업이 마이데이터 시대의 금융사의 고객접점을 지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은행들은 전열을 갖추고 전투 태세다. '생활 밀착형 금융 플랫폼'과 같은 단어를 브랜드 마케팅화하고 조직 개편을 진행했다. KB금융지주는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고 그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차원으로 디지털혁신총괄을 디지털플랫폼총괄로 바꿨다. 변화 속도를 앞당기기 위해 IT와 데이터 그외 협업부서 직원들이 한 자리에서 일하는 플랫폼 조직도 마련했다.

그러나 은행의 플랫폼 사업이 성공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은 적다. 한 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만들었던 '위비'는 IT기업들이 금융업으로 진출하고 있는 것을 보고 반대로 금융이 이커머스나 메신저를 만들겠다는 차원서 기획했으나 실패했다"며 "금융이 현존하는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와 경쟁서 빅테크를 흉내내선 이기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NH농협은행 김봉규 NH디지털R&D센터장은 "우리가 필요한 것은 빅테크 등과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한 핵심은 데이터"라며 "데이터를 얼만큼 장악하고 만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이는 즉 가공과 결합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이 핵심인데, 지나치게 큰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현업이나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는게 필요하다"고 짚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금융=은행+규제 민관복합체 사업서 탈중앙화까지도 가능


고객 접점이 다양해지고 코로나19로 기존과 같은 은행 사업 구조로는 시대를 쫓아가기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특히 중개인으로써 은행의 역할은 해체될 수 있다는 견해다.

한국금융연구원 최공필 박사는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엄청 발달했고 재정이 엄청 투입됐다"며 "재정에 기반한 금융인데 이는 결국 디지털화가 가속화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박사는 "즉, 중개인을 통해 전달하는 방식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비용 차원서 쇠퇴할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에 레거시 체제의 은행 중심 금융시스템은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디파이(De-Fi)를 거론하며 "이제까지 금융은 규제를 통해 신뢰를 확보해왔는데, 이제는 스스로의 결정이나 서비스 제공을 통해서 시장의 신뢰를 스스로 구축하는 탈중화된 구조로 바뀔 것"이라고 예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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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등을 앞두고 있는 토스(비바리퍼블리카)는 올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봤다. 토스 이승건 대표는 "지금까지 간편함과 편의성을 중심으로 핀테크 혁신이 이루어져 왔다면 내년부터는 전장이 바뀔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미 간편함이나 편의성은 다른 금융사들도 많이 따라오고 비슷했진 상황이라 이를 넘어서는 혁신적인 서비스가 경쟁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점쳤다.

카카오페이 신원근 전략 총괄 부사장(CSO)은 "최근 한국 금융 시장도 테크핀 플랫폼을 중심으로 많은 부분이 변화하고 있다"며 "이미 달라진 사용자 라이프스타일에 따라가지 못했던 금융 생활의 불편함은 이제 새로운 양상을 띄게 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