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내년 1월부터 실손의료보험과 종신보험의 보험료를 순차적으로 인상한다. 수익성 악화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는 하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 장기화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소비자의 근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주요 보험사는 내년 실손보험료를 10% 이상 올릴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각 보험사에 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된 '표준화실손' 상품에 대해선 회사가 요구한 인상률의 약 60%를, 2009년 10월 이전에 팔린 '구(舊) 실손'에는 80%를 반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보험업계가 이 의견을 수용하면 표준화 실손 인상률은 10~12%, 구 실손은 15~17%로 결정된다.
그간 보험업계는 실손보험에 대해선 20% 이상의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일부 가입자의 과도한 진료로 적자폭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보험연구원의 통계에서 올 3분기 누적 실손보험 손해율(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출 비중)은 약 130%, 손실액은 작년보다 8.9% 늘어난 2조134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그러나 소비자 부담이 가중될 것을 우려한 금융위가 10%대 인상으로 제동을 걸면서 실손보험료 인상률은 이 수준으로 확정될 것으로 점쳐진다.
생명보험업계에서도 중소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종신보험 상품의 보험료 인상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먼저 ABL생명은 내년 1월 유니버셜 종신보험 등의 예정이율을 2.50%에서 2.25%로 0.25%p 낮출 예정이다. 또 오렌지라이프는 변액종신보험(일반형) 예정이율을 2.85%에서 2.50%로, 변액종신보험(생활자금·보증형)은 2.60%에서 2.30%로 각각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KDB생명과 DB생명 등도 내년 예정이율 인하를 저울질하는 중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내년에 각 종신보험의 보험료가 5~10% 오를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보험료를 운용함으로써 보험금을 지급할 때까지 거둘 수 있는 예상 수익률을 뜻한다. 보통 예정이율이 0.25%p 내려가면 보험료는 5~10% 오른다.
생보업계 역시 보험료를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기준금리(0.50%)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이들의 예정이율은 2%를 웃돌아 역마진 우려가 제기된 탓이다. 보험사는 소비자에게 받은 보험료를 주로 안전자산인 국공채 등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데,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채권금리도 떨어져 수익률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에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보험사도 올 들어 예정이율을 인하했다.
다만 소비자의 반응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위축된 가운데 생활과 밀접한 상품의 보험료가 오르면서 부담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보험사가 과잉진료 등 일부의 책임을 모든 가입자에게 전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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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보험업계는 올해 코로나19 대확산의 위기 속에서도 3분기까지 누적 5조5천74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작년보다 6.1% 성장하는 등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든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와 손해율 상승 등으로 인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실정"이라면서도 "소비자 여론과 상품 경쟁력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