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먹인 이재용 "새 삼성 만들어 아버님께 효도하고 싶다"

30일 결심공판 최후진술 통해 삼성 준법·윤리 경영 의지 강하게 피력

디지털경제입력 :2020/12/30 19:25    수정: 2020/12/30 19:3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삼성은 이제 달라질 것이다. 저부터 달라지겠다. 재벌 폐해로 지적된 사항도 과감하게 고치겠다.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존경하는 아버님께 효도하고 싶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이 부회장은 30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심리로 열린 국정농단 사건 관련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최후 진술했다. 이날 특검은 이 부회장에 징역 9년을 구형하고 나머지 피고인 4명에 5년과 7년을 구형했다. 삼성 변호인 측도 마지막 변론을 마쳤다.

이 부회장은 "참회하는 마음으로 두 번 다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하면서 이 자리에 섰다"며 "1년 가까운 수감생활을 포함한 4년간 조사와 재판 과정은 소중한 성찰의 계기가 됐다. 과거 제가 무슨 잘못했는지 생각할 시간, 또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님께서 갑자기 쓰러졌다. 경황이 없던 와중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 자리가 있었다"며 "지금 같으면 결단코 그렇게 대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일로 회사와 임직원들이 고생했고, 국민들에게 좋은 모습 보이지 못해 송구스럽고, 답답하고 참담한 시간이었다. 솔직히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문을 발표했다.(사진=뉴스1)

이어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저의 불찰, 저의 잘못, 제 책임이다. 제가 부족했다. 부끄러운 마음으로 깊이 뉘우친다"며 "삼성이라는 기업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준법문화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 나아가 저 이재용은 어떤 기업인이 돼야 하는지 깊이 고민할 수 있는 화두를 던져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준법 경영 의지를 재차 다지기도 했다. 그는 "어렵고 힘들어도 반드시 정도를 걸어가겠다. 우려하는 사업지원TF 조직은 다른 조직보다 더 엄격하게 준법감시를 받도록 하고 투명화하겠다. 어느 누구도 어느 조직도 삼성에서는 결코 예외가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 윤리경영을 감독하기 위해 독립 출범한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해서는 "준법위가 본연의 역할하는 데 부족함 없도로 충분한 뒷받침하겠다. 사건 경위를 하나하나 되짚어보고 2중 3중으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며 "위원분들을 정기적으로 뵙고 저와 삼성에 대한 소중한 질책을 듣겠다. 모두가 철저하게 준법위 틀안에 있는 회사로 바꾸겠다. 준법을 넘어 최고 수준의 회사로 제가 책임지고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5월 준법위 권고를 받아들여 평소 갖고 있던 소신 밝혔다. 제 아이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언급되는 일 자체가 없도록 하겠다"며 "삼성은 일부 분야에서는 대한민국 선두 기업이 됐지만 사회적 역할과 책임, 국민의 신뢰가 얼마나 막중한지 간과했다. 노동, 시민사회 등 삼성이 국민들께 드린 약속을 제가 책임지고 이행하겠다"고 호소했다. 

고(故)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 부회장은 두 달 전 별세한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을 언급하며 울먹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는 "이건희 회장님 영결식 때 아버지를 능가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효라는 의미를 담은 '승어부' 말씀이 아직도 강렬하게 맴돌고 있다"며 "제 정신 자세와 회사 문화를 바꾸고 제도를 보완해 부당한 압력이 들어와도 거부할 수 있는 철저한 준법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삼성 임직원이 우리 회사 자랑스럽에 여기고 신뢰하는 기업 만들겠다"며 "이게 초일류 기업, 지속가능한 기업을 일관되게 추구하는 꿈이기도 하다. 이게 이뤄질 때 비로소 저 나름의 승어부의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존경하는 아버님께 효도하고 싶다"며 다른 피고인들에 대해 "다 제 책임이다. 죄를 저한테 물어달라. 같이 계시는 분들은 평생 회사를 위해서 헌신해온 분들이다. 저를 꾸짖어달라. 이분들은 너무 꾸짖지 말아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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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부회장 등 피고인에 대한 재판부의 최종 선고는 내년 1월 18일에 이뤄질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됐다.

이 부회장은 2017년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가 2018년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받고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일부 금액을 유죄로 봐야 한다고 보고 지난해 8월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