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사상 첫 파업 초읽기…씁쓸한 산업은행

파업 시 물류대란 현실화…산은 "심각한 우려 표명"

금융입력 :2020/12/28 16:49    수정: 2020/12/28 17:02

HMM(현대상선) 노동조합이 1976년 창사 이래 첫 파업 채비에 나서자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지분율 12.61%)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파업이 이뤄질 경우 이제 막 본궤도에 진입한 회사의 경영정상화 작업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물류대란이 현실화됨으로써 수출 기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MM해원연합노동조합은 지난 26일 조합원 369명을 대상으로 올해 임금 인상 관련 쟁의행위 투표를 진행한 결과 97.3%의 찬성표를 얻어 파업을 가결시켰다.

이에 HMM 노조는 31일 2차 노사 조정회의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내년 1월1일부터 집회나 승선 거부 등 쟁의행위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사진=뉴스1)

그간 HMM 노사는 임금 인상안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노조 측이 8% 이상의 인상을 기대하는 반면, 사측은 채권단 관리 체제에선 임금을 급격히 올리기 어렵다며 1% 인상안을 제시하면서다. 노조는 지난 6년간 임금을 동결하는 등 고통분담에 동참해왔고, 올해 회사가 역대 최대 실적을 낸 만큼 사측의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증권가에선 올해 HMM이 매출 6조1900억원과 영업이익 8천200억원 등을 기록할 것으로 점친다. 2010년 이후 10년 만에 흑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산업은행 측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HMM이 국내 유일의 국적 원양선사라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이미 관련 업계 내에선 HMM의 파업에 따른 물류대란을 걱정하고 있다. 연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주요 해운사가 교역량 감소를 우려해 선박 운용을 줄였는데, 하반기 접어들어 수요가 크게 늘면서 선박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는 전언이다.

운임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날 기준 2641.87을 기록하는 등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산업은행 측은 지난 17일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통해 "HMM 노사 간 임금협상으로 향후 쟁의 행위에 따른 해운물류 차질 가능성 등이 제기되는 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대표 국적 원양 선사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노사가 합심해 해결방안을 조속히 찾아 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HMM은 2018년 10월 채권단 공동관리(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에 들어가면서 경영정상화 달성 시까지 임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기로 노사 간 합의했다"면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공적자금이 지원된 점, 국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원활한 해운물류 지원이 필요한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산업은행이 관리 기업의 노사갈등을 놓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시한 것은 한국GM에 이어 두 번째다. 그만큼 사안의 위중함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특히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2016년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해운업 재건을 목표로 HMM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한 바 있다. 1조2천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통해 최대주주에 올랐고, 이후에도 업황이 살아나지 않자 2018년엔 영구채 인수로 2조6천800억원을 추가 투입하며 고강도 구조조정을 위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또 HMM이 최근 들어 경쟁력을 차츰 회복하고 있지만, 산업은행 내부에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진단한다. 앞서 이동걸 회장 역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HMM이 노력 끝에 정상화의 길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면서도 "한진해운과 함께 있었을 때의 시장점유율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관련기사

다만 산업은행 측은 더 이상의 개입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대 주주라고는 하나, 노조와 경영진의 문제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HMM 노사의 협상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양측이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