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의 전장 뚝심...LG, 미래車 금맥 캔다

세계 3위 부품사와 합작사 설립…전장 솔루션 수직계열화 '탄력'

디지털경제입력 :2020/12/24 16:23    수정: 2020/12/26 20:11

LG그룹이 다가올 전기차 시대에 대비해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 강화를 위해 굵직한 투자 결단을 이어가며 고삐를 죄고 있다. 특히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전기차 부품을 생산키로 하면서 그룹 전장사업 시너지가 주목된다.

이같은 행보는 전 그룹 계열사들의 역량을 미래車 전장 사업을 중심으로 한데 모아 융합 비즈니스로 시너지를 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한 불확실한 여건 속에서도 미래 생존동력 확보를 위해 선제적으로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온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선택과 집중' 경영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지난 23일 임시 이사회를 거쳐 마그나와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 합작법인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LG전자가 전장부품(VS)사업본부 그린 사업 일부를 물적분할해 분할신설회사의 지분 100%를 갖고, 마그나가 이중 지분 49%를 인수한다. 인수금액은 4억5천300만달러(한화 약 5천16억원)다.

구광모 LG 회장이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미래형 커넥티드카 내부에 설치된 의류관리기의 고객편의성 디자인을 살펴보고 있다.(사진=LG)

이 합작법인은 내년 3월 주주총회을 통과해 7월 공식 출범하면, 친환경차·전동화 부품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마그나는 풍부한 사업 노하우와 글로벌 고객 네트워크 파워트레인 엔지니어링 역량을, LG전자는 전기차 파워트레인 핵심 부품인 모터, 인버터 제조기술을 보유해 시너지가 기대된다.

재계 관계자는 "LG전자의 전장 부문을 따로 특화, 합작법인을 통해 집중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라며 "전자·화학·통신 핵심 축을 두고 관계사별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큰 틀에서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구광모 회장의 성공 방식이 실현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 LG전자-마그나 합작법인, 그룹 전장 솔루션과 시너지 기대

LG그룹은 투자와 인수합병(M&A), 차세대 전장부품 발굴을 통해 전장 로드맵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LG 각 계열사는 모바일을 비롯한 각종 전자기기와 사물인터넷(IoT)를 기반으로 한 커넥티드 생태계와 전기차 배터리, 차량용 통신 부품 텔레매틱스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차세대 통신 기술 기반의 자율주행 솔루션 등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LG전자는 자동차 부품 사업을 캐시카우(현금창출원)으로 육성하기 위해 2013년 VS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이어 2018년 약 1조원을 투자해 오스트리아 차량용 헤드램프 제조회사 ZKW를 인수했다. ZKW 역시 차세대 헤드램프 양산 기술력을 보유, BMW, 벤츠, 아우디, 포르쉐 등 고객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2019년 말에는 VS사업본부 내 차량용 램프 사업을 ZKW로 이관해 통합했다.

LG전자가 마그나와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 합작법인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하기로 했다.(사진=LG전자)

이번 합작 출범을 기점으로 LG전자는 ▲VS사업본부(인포테인먼트 중심) ▲ZKW(램프)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파워트레인) 등 3각 체제로 자동차 부품 사업을 추진한다.

VS사업본부는 수분기 적자를 이어왔지만, 부지런히 거래를 늘리며 흑자 전환까지 격차를 좁혀왔다. 이번 신설법인 출범도 경쟁력 제고에 상당한 기여를 할 전망이다.

증권가는 내년 3분기께 LG전자 전장사업이 흑자전환을 이룰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LG전자와 마그나의 솔루션 통합, 다수 특허 보유, 유럽 자동차 업체 고객을 이미 확보한 점을 감안하면, LG전자 전기차 부품 수주가 법인 출범 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신증권 박강호 연구원은 "전기차 시장 본격 성장 시점에 모터, 인버터 등 이파워트레인 부품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시장 선점과 규모 경제를 추진하는 시점에서 단독 투자보다 합작 법인 설립이 투자 리스크를 경감, 점유율 확대에 유리한 의사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1위 기업으로 성장한 LG화학은 이달 배터리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자회사로 공식 출범시켰다. 신규 자금을 확보, 급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 맞춰 생산능력을 키우기 위해 구 회장이 과감한 분사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4년 매출 3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올해 초 미국 에서 열린 'CES 2020'에서 선보인 차량용 POLED 디스플레이. (사진=LGD)

LG디스플레이는 전장부문 관련 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POLED)를 공급하고 있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대형화와 함께 차량 내 POLED 적용 애플리케이션이 늘어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수주도 늘었다. 회사는 다양한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개발, POLED의 저전력과 경량화 장점을 발판 삼아 전기차 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LG이노텍은 고부가 차량용 조명 모듈과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용 카메라, DC/DC 컨버터 등 차량용 파워모듈 등을 생산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세계 최초 5G 이동통신 기반 자율주차 기술을 시연하는 등 자율주행을 비롯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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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은 이들 계열사의 전장 솔루션을 완성차 니즈에 맞춰 공급하는 수직계열화를 이루면서 LG전자-마그나의 신설 합작법인 시너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재계 관계자는 "LG그룹 전반에 쌓아온 계열사들의 전장 역량과 이번 합작법인의 유기적인 시너지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LG그룹은 내년 전장사업의 흑자전환과 그룹 신성장으로 본격적인 매출 성장 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