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전장 사업 성장 발판을 다지기 위해 고삐를 죈다.
올해 들어 위축된 경제 상황 속에서도 관련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을 발빠르게 발굴해 투자를 집행하는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25일 LG에 따르면, LG그룹 산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최근 포르쉐, 도요타 등 완성차 업체들과 함께 이스라엘 전장 스타트업 '오로라랩스(Aurora Labs)'에 2천300만달러(약 269억원)를 투자했다.
■ LG, 끊임없는 전장 투자로 미래 먹거리 발굴 '속도'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2018년 5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LG가 설립한 기업벤처캐피털이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5개 계열사가 총 4억2천500만달러를 출자한 펀드를 통합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투자를 받은 오로라랩스는 2016년 설립됐으며, 차량 '자가 치유(Self-healing)' 소프트웨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자동차 전장 시스템 등을 감지해 결함을 찾아내고 작동 중지 상황을 예측한다. 이를 거쳐 버그를 해결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원격으로 진행, 오작동을 사전에 방지한다.
안술 아가왈 LG테크놀로지벤처스 상무는 "오로라랩스는 원격 소프트웨어 관리에 대한 혁신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접근 방식으로 (차량) 자가 치유를 가능케 하는 고유한 제안을 갖고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LG그룹은 투자와 인수합병(M&A), 차세대 전장부품 발굴을 통해 전장 로드맵을 완성해나가고 있다. LG 각 계열사는 모바일을 비롯한 각종 전자기기와 사물인터넷(IoT)를 기반으로 한 커넥티드 생태계와 전기차 배터리, 차량용 통신 부품 텔레매틱스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차세대 통신 기술 기반의 자율주행 솔루션 등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LG전자는 2018년 약 1조원을 투자해 자동차용 헤드램프 제조회사 ZKW를 인수하기도 했다.
LG전자의 가전과 로봇 사업 등도 미래차 시장 진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최근 LG전자는 현대자동차와 협업해 의류관리기, 냉장 미니바, 플렉서블 올레드 디스플레이, 차량 내부를 청결하게 관리하는 UV LED 조명과 플로어봇으로 구성된 '아이오닉 컨셉트 캐빈'을 통해 미래차 인테리어 비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협력관계에 있는 완성차 업체와 보유한 기술 기반의 미래 솔루션을 제시해 새 먹거리 확보를 타진, 소비자와 시장의 반응을 보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 경제 위축 속에서도 공격 투자…'위기 속 기회' 찾는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2018년 10월 모빌리티 공유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라이드셀(Ridecell)’을 시작으로 자율주행, 인공지능, 로봇,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바이오 관련 분야의 글로벌 스타트업에 4천6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해왔다. LG의 오로라랩스 투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투자 건들을 포함하면 총 투자액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19로 기업과 펀딩 회사들이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도 발빠르게 투자처를 발굴하며 성장 기회를 찾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적기에 혁신 스타트업에 투자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한 만큼, LG테크놀로지벤처스 실리콘밸리 본사에서 투자처 검토부터 대부분의 투자 결정을 빠르게 이뤄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기업과 펀딩 업체들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좋은 투자처(스타트업)들을 같이 발굴하고 투자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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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행보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경영기조와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구 회장은 LG그룹 사장단 워크숍에서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반드시 기회가 있는 만큼, 발 빠르게 대응해 가자"고 강조했다. 또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도 "위기 이후 성장을 준비하겠다"며 "사업포트폴리오 고도화와 성장동력의 발굴·육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고 멈춤 없는 도전을 이어나가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