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의 '뉴LG' 가속…신설지주, 어떻게 출범하나

내년 5월 2개 지주회사로 재편돼 출범…"GS그룹 독립 방식 유력"

디지털경제입력 :2020/11/27 17:10    수정: 2020/11/27 23:24

LG그룹의 계열 분리가 공식화되면서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내년 3월 주주총회를 거쳐 5월 ㈜LG와 ㈜LG신설지주(가칭)가 출범하는데, 2004년 LG에서 GS가 분리됐던 것과 유사한 시나리오로 신설지주가 새 이름을 달고 독립할 게 유력해보인다. 

㈜LG는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LG의 13개 자회사 출자 부문 가운데 LG상사,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 LG MMA 등 4개 자회사 출자 부문을 인적분할해 신규 지주회사인 ㈜LG신설지주를 설립하는 분할계획을 결의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LG 전자·화학·통신서비스 영역에 집중하고, 숙부인 구본준 LG그룹 고문이 LG상사(판토스),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 LG MMA를 손자회사로 둔 ㈜LG신설지주를 꾸린다. 지주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영역을 더욱 전문화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게 회사 입장이다.

LG전자 여의도 트윈타워 사옥

이후 구 고문은 GS그룹이 2004년 LG그룹과의 공동경영을 마치고 출범했던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LG그룹으로부터 법적 분리를 마친 뒤 독립에 나설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LG는 2004년 7월 인적분할을 통해 제조 중심의 ㈜LG와 에너지·유통 중심의 GS홀딩스 두 개 지주회사로 재편했고, 이듬해 3월 GS그룹이 공식 출범했다. 한 달 뒤 공정거래위원회는 50개 계열사를 둔 GS그룹을 신규 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LG 계열 분리 시그널은 구 회장 체제 이후 포착돼 왔다. 지난해 3월 LG상사는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소유 지분을 ㈜LG에 매각했다. 2018년 10월에는 LG그룹이 구광모 회장 등 LG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판토스 지분 전량 19.9%(39만 8천주)를 미래에셋대우에 매각키로 결정하기도 했다. 출자구조 단순화와 함께 일감 몰아주기 논란 해소를 위한 결정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LG그룹을 이끌어가게 된 구광모 회장의 지배구조와 핵심 사업축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기간 고민을 이어왔던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정황을 미루어보았을 때 GS그룹이 LG에서 출범했을 당시와 비슷한 방식을 채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LG 측도 이번 ㈜LG와 ㈜LG신설지주 분할을 두고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돼 온 사업구조 고도화 전략의 일환으로 지주회사 인적 분할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자료=LG)

LG는 지주회사 별 주력 사업에 대한 전문화와 집중, 책임경영 강화를 통해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도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한 의사결정 체계와 사업구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분할 대상 사업회사의 경쟁력 제고를 통한 기업가치 재평가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LG신설지주는 구본준 고문과 송치호 LG상사 고문이 공동 대표이사를 맡을 예정이다. 구 고문과 함께 할 것으로 예상됐던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는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이번 인사에서 용퇴를 공식화했고, 현재 LG가 발표한 신설지주 이사회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이사회에 내정되진 않았지만 하 부회장의 임기가 남았고 은퇴하고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있는 것을 감안해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 출범하는 ㈜LG신설지주와 관련 LG는 "소재·부품 개발과 지역·세대를 연결하는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으로 ▲건축자재 기업 LG하우시스는 홈·사무 공간 토탈 인테리어 솔루션 역량을 강화 ▲반도체 설계 분야 실리콘웍스는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선다. ▲MMA는 고부가가치 기초소재로 수익성을 강화, ▲LG상사는 성장 산업과 지역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건전화한다. 판토스는 종합물류 기업 도약에 나설 계획이다.

구광모 회장은 2018년 취임 후 3년 만에 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마치고 ㈜LG 핵심사업인 전자(가전, 디스플레이, 자동차 전장), 화학(석유화학, 배터리, 바이오), 통신서비스(5G, IT)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하게 된다. 글로벌 우위인 가전, 대형 OLED, 전지 등의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하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과 혁신 사업모델을 접목해 기업가치를 제고할 계획이다.

LGLGLG

아울러 분할비율은 ㈜LG 0.9115879, 신설 지주회사 0.0884121이다. 이에 따라 내년 5월 1일 분할 절차가 완료되면 기존 ㈜LG 주식 100주를 가진 주주는 회사분할 후 ㈜LG 91주, 신설 지주회사는 재상장 주식 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액면가액을 1천원으로 정함에 따라 44주를 각각 교부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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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 후 존속회사 ㈜LG는 발행주식 총수 1억6천32만2천613주, 자산 9조7천798억원, 자본 9조3천889억원, 부채 3천909억원, 부채비율 4.2%가 된다. 신설 지주회사는 발행주식 총수 7천774만5천975주, 자산 9천133억원, 자본 9천108억원, 부채 25억원, 부채비율 0.3%의 건전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게 된다.

LG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선진형 지배구조인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LG는 지속적으로 사업 영역과 경영관리 역량을 전문화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며 “향후 계열분리 추진 시 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다 단순하게 하면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완화 방향에도 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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