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AI) 활용을 촉진하고 부작용을 최소로 줄이기 위한 법, 제도, 규제 정비 로드맵을 마련했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총 30개의 정비 과제를 이끌어낸 가운데, 내년 상반기 내에 데이터의 개념과 참여주체를 명확하게 하는 ‘데이터기본법’ 제정을 목표로 AI 법제 개편의 첫발을 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무조정실은 24일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AI 법제도 정비 로드맵을 확정했다.
AI는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과 기존 산업 혁신, 국민생활 편의 증진과 사회현안 해소에 기여하고 경제 전반의 효율을 올릴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불공정, 계층 간 격차 확대, 고용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같은 역기능에 대한 대응책 우려도 낳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에 따라 법제정비단을 운영하고 추가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11개 분야, 30건의 정비 과제를 도출했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은 “AI의 고유한 기술 특성과 빠른 발전 속도로 새로운 기술과 옛 제도와의 간극을 극복하기 위해 종합적이고 선제적인 정비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법체계와 해외 입법 동향을 분석한 결과를 반영해 글로벌 동향과 조화를 이루면서 우리 실정에 맞도록 법제 정비안을 마련했다”면서 “사회적 합의에 따라 민간자율을 우선하는 로드맵을 마련해 AI 법제도 규제 정비 이정표를 제시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 AI 법제도 정비 첫 과제…데이터기본법 제정
정부는 AI 법제도 정비 첫 과제로 데이터기본법 제정을 꼽았다. 데이터기본법은 데이터의 개념, 데이터의 참여주체를 명확하게 하고 데이터 결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책무를 규정하는 법이다.
현재 국회에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을 시작으로 입법 논의가 시작됐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데이터 3법이 개정됐지만 인공지능의 기반인 데이터를 국가 혁신 핵심자원으로 삼아 데이터 경제를 이끌기에는 추가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부 한 관계자는 “데이터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입법 보완이 필요하고 추가적인 미비점을 발굴해야 한다는 판단이다”면서 “기존 법령의 조항 추가 외에 기본법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의 경우 개인정보에 머무르지만 다른 데이터 정보에 대한 포괄적인 법 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관계부처 간 입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데이터기본법과 함께 개별 산업에 따라 데이터 활용을 위한 입법도 동시에 추진된다.
■ 투명한 알고리즘, AI의 법인격과 책임
AI 알고리즘의 투명성은 기업의 자율로 관리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입법 형태보다 알고리즘의 편향성과 오류를 평가하는 체계를 갖추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알고리즘의 편향에 따른 역기능은 방지하면서 기업의 AI 개발이 위축되지 않게 한다는 계획이다.
AI 창작물에 대한 권리 주체에 대한 인정 여부도 논의한다. AI의 지식재산권 고민을 시작해 향후 민법과 형법 개정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장기적 과제로 설정했다.
AI가 사람을 대신해 결정하는 행위에 대한 논의도 시작된다. 예컨대 AI가 계약을 체결한 뒤 손해가 발생할 경우 예상치 못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AI가 일으킨 손해배상과 범죄에 대한 권리 구제를 고려한 민법 개정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지난 23일 4차산업혁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확정된 인공지능 윤리기준에 대해서는 개발자와 이용자 대상 교육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 산업별 AI 활용 제도 정비
신약개발과 같은 의료 분야에서는 이미 AI가 널리 이용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처음으로 AI 의료기기 인허가 기준을 수립한 만큼 이와 관련한 국제기준을 선도해 만든다는 방침이다.
AI 의료기술 효과성 재평가를 통한 건강보험 적용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추진한다.
금융 분야는 AI 도입과 활용이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다. 편익을 높일 수 있지만 금융사고나 투자손실 우려도 큰 편이다.
이에 따라 사설인증서의 신뢰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전자서명 평가 인정제도’를 운영한다. 금융기관 간 이상금융거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지침 마련과 정보공유 확대를 통해 금융 관련 안전성을 강화한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AI를 활용할 수 있는 규제 혁신에 집중한다. 자율주행차 분야는 이미 수립된 로드맵을 따르고, 자율운항 선박은 내년에 새로운 규제혁신 로드맵을 마련한다.
■ AI 적용 사회분야도 법제도 개편
정부는 행정에 AI를 도입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이에 따른 행정기본법 제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AI 오류로 인한 행정의 권리구제 절차도 함께 마련한다.
AI 도입의 가장 큰 역기능으로 꼽히는 급격한 일자리 변화에 대해서도 사회적인 고민을 시작한다.
특히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으로 출현한 플랫폼 종사자 고용보험 적용을 위한 법령을 개정하고, 산업안전보건 개선 방안을 고민한다는 방침이다.
관련기사
- '한국판 AI 윤리기준' 10대 원칙 담았다2020.12.23
- 윤성로 4차위원장 "AI 경쟁력 위해 컴퓨팅 투자 늘려야”2020.12.23
- 2021년 한국판 뉴딜 이끌 10대 유망 신산업은?2020.12.16
- "투명한 AI 알고리즘”…내년 5월까지 한국판 기본원칙 마련2020.12.14
이밖에 AI 도입에 따라 중요성이 높아지는 디지털 포용 정책을 위해 관련 법안을 내년 하반기 목표로 제정을 추진한다.
강도현 국장은 “로드맵에서 발굴된 과제는 구체적인 법령 제정안과 개정안을 도출할 계획”이라며 “내년에 2기 인공지능 법제정비단을 구성해 신규 과제를 발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