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묵 삼성생명 대표가 연말 조직개편을 기점으로 소비자보호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암 보험금과 즉시연금 분쟁을 비롯한 현안이 산적한데다 내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까지 앞둔 만큼 대응력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10일 조직 개편을 통해 소비자보호팀을 CEO 직속 '소비자보호실'로 격상했다.
이어 현장 소통 강화 차원에서 기존 2개로 운영되던 설계사(FC) 영업본부를 통합하는 한편, 미래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디지털사업부와 데이터전략팀도 확대 재편했다.
특히 전영묵 대표는 이번에 격상된 소비자보호실을 중심으로 민감한 사안을 직접 챙기고 조율함으로써 리스크를 덜어내겠다는 복안이다.
이처럼 전영묵 대표가 소비자보호에 각별히 신경을 기울이는 이유는 삼성생명의 각종 민원 이슈가 회사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영업 현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암 보험 요양병원비 미지급 건이 대표적이다. 삼성생명은 요양병원 입원이 직접적 치료와 거리가 있다는 논리로 줄곧 보험금 지급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금융감독원의 심의 결과에 따라 방침을 조정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의 추가 분쟁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금감원이 삼성생명의 이러한 대처가 보험약관(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 위반에 해당한다며 중징계를 부과해서다.
또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관련 민원 현안도 떠안고 있다. 가입자가 약관상의 연금과 이자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삼성생명의 분쟁 규모가 약 4천300억원(2018년 기준)으로 생보업계에서 가장 많아 회사 차원에서도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4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며, 2건은 내년 중 판결이 나올 전망이다.
덧붙여 삼성생명으로서는 금소법에 발맞춰 대응 태세를 구축해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설명의무와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 금지 등 6대 판매규제가 모든 상품으로 확대되면서 영업이 위축될 수 있어서다. 가령 설명의무 위반 등에 따른 불완전판매가 입증될 시 법인에는 7천만원, 설계사에겐 3천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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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전영묵 대표의 이 같은 노력이 삼성생명과 금감원의 관계 회복으로 이어질지 여부에도 주목하고 있다. 암 보험금과 즉시연금 분쟁, 종합검가 건으로 장기간 신경전을 벌이기는 했지만, 삼성생명으로서는 삼성카드의 마이데이터와 같은 신사업을 추진하면 금감원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소비자보호실을 CEO 직속 조직으로 끌어올린 것은 회사 차원에서 소비자보호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