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야심차게 시도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작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양대 국적항공사 합병의 첫 관문이자 최대 난관인 사모펀드(PEF) KCGI의 ‘한진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법원이 한진그룹 측 손을 들어주면서다.
다만 양사가 세계 7위 초대형 국적 항공사로 거듭나기 위해선 경쟁당국 기업결합신고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하는 데다, 노조 협상과 같은 과제도 산적해 있어 순항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法 "한진칼 증자, 항공업 재편 위한 경영판단"
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KCGI가 한진칼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이는 산업은행을 대상으로 하는 한진칼의 증자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통합 항공사 경영을 위해 계획됐으며, 계열주의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3자 연합(조현아·KCGI·반도건설)의 주축인 KCGI는 한진칼의 5천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 결의와 관련해 신주 발행을 무효로 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산업은행의 한진칼 투자가 자신들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방어 수단이 될 것이란 논리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한진칼이 산은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경영 판단의 재량 범위에서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라며 "산업은행 역시 주주로서 항공업 재편을 위해 한진칼 지분 참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산업은행, 한진칼 8천억 투입 예정대로…건전 경영 감시
법원 판결에 따라 산업은행은 계획대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산업은행은 오는 2일 5천억원 규모 3자배정 유상증자와 이튿날 3천억원 규모의 교환사채 인수로 총 8천억원을 한진칼에 투입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후 산업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한진칼은 대한항공을 거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함으로써 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완성하게 된다.
아울러 향후 산업은행과 한진칼은 두 항공사를 합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양사 산하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와 부산·에어서울까지 통합한다는 복안이다. 기종 단순화와 국제·국내선 노선망 확대·통합, 심야 시간대 스케줄 개발, 마일리지 통합 등에 따른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산업은행은 이 과정에서 한진칼 지분 약 10.7%를 확보해 통합이 순조롭게 이뤄지도록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 일환으로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보유 지분(1천700억원 규모)을 담보로 잡고, 성과 미흡 시 계열주를 경영일선에서 퇴진시키는 등의 견제장치도 마련한 상태다.
경쟁당국 심사, 항공사 노조 반발은 과제
물론 걸림돌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성사시키기 위한 몇 가지 관문이 남아있어서다.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가 대표적이다. 한국 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최소 4개국에서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 중 어느 한 곳이라도 결합을 승인하지 않는다면 양사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일례로 EU는 지난 2011년 그리스 1·2위 항공사의 통합과 관련해 합병 시 그리스 항공시장의 90%를 점유하는 회사가 탄생한다며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그리스발(發) 국제노선엔 문제가 없지만 그리스 국내 노선엔 독점이 발생해 소비자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진단이었다.
따라서 이번에도 EU의 판단이 관건이다. 2019년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내 점유율은 FSC(대한항공·아시아나) 42%, LCC(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 24% 등 총 66%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두 항공사 근로자와의 갈등도 과제다. 구조조정 가능성을 우려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이 합병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실제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아시아나항공 노조 등으로 구성된 공동대책위는 고용안전 대책을 요구하며 산업은행과 한진그룹을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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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산업은행 측은 "KCGI 측 한진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이 기각됨에 따라 코로나 위기 극복과 재도약에 대비한 항공업 구조 개편 방안 추진에 큰 탄력을 받게 됐다"며 "통합 국적항공사가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하는 모습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건전·윤리 경영 감시자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KCGI를 향해선 "소모적인 논쟁을 뒤로 하고 경영권 분쟁 프레임에서 벗어나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업의 위기 극복과 경쟁력 강화 그리고 항공업 종사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며 "한진칼의 주요주주로서 엄중한 위기 상황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제안을 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