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성패를 가를 법원의 판단이 임박하자 산업은행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양대 국적항공사를 합치는 이번 시도가 국내 항공업 재편을 위한 전략적 선택임을 연일 강조하는 한편, 노조 등 이해관계자에게도 대화를 제안하며 협조를 당부하는 모습이다.
산업은행은 27일 공식 입장자료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동조합, 아시아나항공 열린조종사노동조합 등에 공개적으로 대화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다음주 이뤄질 투자 실행과 향후 PMI(인수 후 통합 전략) 진행 과정에서 주요 이해관계자인 아시아나항공 근로자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취지라는 게 산업은행 측 설명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내에는 총 3개 노조가 운영되고 있는데, 그 중 대한항공과의 통합에 찬성하는 곳은 아시아나항공 열린조종사노조 뿐이다. 다른 두 곳은 구조조정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며 노사정 회의체를 꾸려 합병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선 사모펀드(PEF) KCGI의 ‘한진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법원 결정을 앞두고 ‘특혜 시비’와 근로자의 반대 목소리가 계속되자 산업은행 측이 서둘러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산업은행으로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의 첫 단추인 한진칼 유상증자를 반드시 성사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한진칼이 산업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뒤 대한항공을 거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한 만큼 증자에 실패하면 양사의 합병 자체가 무산될 수밖에 없어서다.
다만 산업은행 측은 한진칼 유상증자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양대 국적항공사 뿐 아니라 산하 저비용항공사(LCC)와 지상조업사의 재편까지 이어지려면 지주사이면서 컨트롤타워인 한진칼에 투자해야만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즉, 계열사인 대한항공에 투자하는 방식만으로는 전체적인 개편 작업의 이행을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또 산업은행은 두 항공사의 통합이 대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을 전제로 하는 '구조조정 원칙' 아래 이뤄졌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칼 보유 지분 전부(1천700억원 규모)를 담보로 내놓으면서까지 책임 이행을 약속했고, 산업은행 역시 성과 미흡 시 계열주를 경영일선에서 퇴진시키는 등의 견제장치를 확보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산업은행 측은 통합항공사가 점유율 확대를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노선 운영 합리와 등으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며 통합의 당위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산업은행의 이 같은 입장은 한진칼 투자가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라는 KCGI 측 주장에 대한 반박이기도 하다.
따라서 법원의 판단이 관건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지난 25일 가처분신청에 대한 심문을 진행한 뒤 이날까지 양측에 보완자료를 제출하도록 요청한 상태다. 또 산업은행의 한진칼 유상증자 대금(5천억원) 납입일이 12월2일이라는 점을 감안해 다음주 초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만일 법원이 '항공업 재편'이란 목적에 주목한다면 가처분은 기각되겠지만, '경영권 방어 수단'이란 KCGI 측 주장을 수용하면 양사의 통합은 무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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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관계자는 "3분기말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 각 737%와 2천432%에 달한다"며 "양사의 2021년 부족자금이 4조8천억원으로 예상돼 긴급한 자금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은행은 국책금융기관으로서 기간산업의 개편 작업이 갖는 의의와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며 "항공업 구조 개편의 성공을 위한 건전·윤리 경영의 감시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