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추진하는 산업은행이 긴박한 한 주를 보낼 전망이다.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의 한진칼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둘러싼 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있어서다.
특히 이번 소송은 국내 항공산업 재편 작업의 성패를 가를 첫 번째 관문이자 최대 고비인 만큼 그 결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25일 KCGI가 한진칼을 상대로 낸 '제3자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대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의 첫 심문을 진행한다.
이에 산업은행 측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과 관련된 이해관계자와 함께 법원에 출석해 한진칼 제3자배정 유상증자 결의의 당위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펼칠 예정이다.
앞서 3자 연합(조현아·KCGI·반도건설)의 주축인 KCGI는 한진칼의 5천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 결의와 관련해 신주 발행을 무효로 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산업은행의 한진칼 투자가 자신들과 경영권을 놓고 맞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방어 수단이 될 것이란 논리에서다.
무엇보다 KCGI는 조원태 회장이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은 3자 연합(지분율 47.71%)이 조원태 회장 측 우호지분(41.4%)에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추후 산업은행이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면 전세가 역전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양대 항공사의 통합은 한진칼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활용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은 한진칼 지분 약 10.7%를 확보하게 된다.
물론 산업은행은 이 같은 구조를 짠 데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양대 국적항공사 뿐 아니라 산하 저비용항공사(LCC)와 지상조업사의 재편까지 계획하는 만큼 지주사이면서 컨트롤타워인 한진칼에 투자해야만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산업은행 측은 한진그룹 계열주 일가를 맹목적으로 지원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10.7%의 지분을 들고 있지만, 어느 누구에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 위치에서 회사의 성장을 돕겠다는 주장이다. 그 일환으로 산업은행은 한진칼과 계약을 통해 성과 미흡 시 계열주를 경영일선에서 퇴진시키는 등의 견제장치를 마련하기도 했다.
따라서 법원의 판단이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신주 발행의 목적을 어떻게 보느냐가 소송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이 '항공업 재편'이란 목적에 주목할 경우 한진칼의 손을 들어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경영권 방어 수단'란 KCGI 측 주장을 받아들일 것이란 진단이다.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5천억원을 납입하기로 한 날이 다음달 2일인 점을 감안할 때 이르면 이번주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만일 법원이 KCGI의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은 사실상 무산된다. 한진칼 유상증자가 양대 국적항공사 재편의 '첫 단추' 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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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법원의 가처분 인용 시 거래는 무산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차선의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양대 항공사의 경영정상화 작업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과 관련해선 그간 외부 기관을 통한 컨설팅을 진행해왔다"면서 "매각이 무산된다면 기존에 세웠던 계획대로 채권단 체제 아래 정상화 작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