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빅딜 운명의 날…법원 판단은

KCGI 가처분 기각 시 항공사 통합 순항…기업결합 심사는 과제

금융입력 :2020/11/30 16:19    수정: 2020/11/30 16:39

산업은행이 추진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작업의 성패를 좌우할 법원 판단이 임박하면서 향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사모펀드(PEF) KCGI가 한진칼을 상대로 낸 '제3자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대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결론을 금명간 내놓을 예정이다.

앞서 3자 연합(조현아·KCGI·반도건설)의 주축인 KCGI는 한진칼의 5천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 결의와 관련해 신주 발행을 무효로 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산업은행의 한진칼 투자가 자신들과 경영권을 놓고 맞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방어 수단이 될 것이란 논리에서다.

(사진=뉴스1)

이에 민사합의50부는 지난 25일 심문에서 산업은행과 한진그룹, KCGI 측으로부터 신주 발행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정성, 신주 발행 대안 존재 여부 등을 들은 뒤, 늦어도 12월1일까진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쟁점은 법원이 이번 증자의 목적을 어떻게 보느냐다. 산업은행의 발표처럼 ‘항공업 재편’이란 목적에 주목할 경우 한진칼의 손을 들어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경영권 방어 수단'이란 KCGI 측 주장에 따라 가처분을 인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KCGI 측은 조원태 회장이 유상증자를 거치면서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은 3자 연합(지분율 47.71%)이 조원태 회장 측 우호지분(41.4%)에 앞서나, 추후 10.7%의 지분을 가질 산업은행이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면 전세가 역전될 수 있다는 이유다.

반면 산업은행 측은 양대 국적항공사 뿐 아니라 산하 저비용항공사(LCC)와 지상조업사 재편까지 성사시키려면 지주사이면서 컨트롤타워인 한진칼에 투자해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피력해왔다.

동시에 산업은행은 조원태 회장에게 한진칼 보유 지분 전부(1천700억원 규모)를 담보로 받았고, 성과 미흡 시 그를 경영일선에서 퇴진시키는 등 견제장치도 마련했다며 중립을 지켜 회사 발전에 힘쓰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사진=산업은행)

이 가운데 법원이 한진그룹 측 주장을 수용해 가처분을 기각하면, 산업은행은 계획대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 오는 12월2일 5천억원 규모 3자배정 유상증자와 이튿날 3천억원 규모의 교환사채 인수 등 총 8천억원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돕게 된다.

이후 한진칼이 대한항공의 유상증자(2조5천억원)에 참여하며, 대한항공이 다시 1조8천억원을 들여 아시아나항공의 신주(1조5천억원)와 영구채(3천억원) 등을 인수함으로써 아시아나 최대 주주에 오를 예정이다.

아울러 한진칼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동시에, 양사의 LCC인 진에어와 부산·에어서울 등 3사를 통합하는 방안도 구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한다고 해서 걸림돌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성사시키려면 한국 외에도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최소 4개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탓이다. 만일 어느 한 곳이라도 독과점이 야기될 수 있다며 결합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양사의 합병은 무산될 수 있다.

이밖에 산업은행과 한진그룹으로서는 아시아나항공 근로자를 끌어안아야 하는 것도 과제다. 혹시 모를 구조조정 가능성을 우려하는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이 반발하며 노사정 회의체를 만들어 합병 방안을 논의하자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산업은행 측은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각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선 비교적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나라별 항공업의 위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균형 있는 판단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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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지난 19일 "양대 국적항공사와 LCC(저비용항공사)의 점유율(2019년 기준)을 합산하면 국내선의 경우 19년 기준 FSC(대한항공·아시아나) 42%, LCC(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 24% 등 전체 합산 66%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0여 년간 해외 주요 항공사가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1국가 1국적항공사 체제로 재편해 왔다"며 "일부 조정 등 조건부로 인가한 사례는 있으나, 항공사간 기업결합거래를 관계당국이 불허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