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야구로 집행검 들어올린 엔씨, AI로 왕조 이룰까

창단 직후 데이터 야구 도입한 엔씨 다이노스...엔씨소프트 AI 기술 적용 여부도 관심

디지털경제입력 :2020/11/25 10:32

엔씨 다이노스가 2020 KBO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베어스를 4승 2패로 정상에 올랐다.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까지 통합 우승을 이루며 명실상부한 2020년 최강팀으로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엔씨 다이노스는 우승 후 집행검 모형을 들어올리는 세레모니를 펼치며 야구팬은 물론 게임팬으로부터 역대 우승 세레모니 중 가장 참신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집행검은 엔씨소프트의 대표 게임인 리니지에 등장하는 아이템으로 국내 게임업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아이템의 대명사로 꼽힌다.

2013년 1군 리그에 처음 합류한 엔씨 다이노스는 이듬해인 2014년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2018년을 제외하고 매년 가을야구에 진출하며 야구 팬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집행검을 들어올리는 우승 세레모니를 하는 엔씨 다이노스 선수단(사진=엔씨 다이노스 홈페이지).

가을야구를 하느냐 마느냐가 국내 프로야구 팬 사이에서 강팀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자리했다 점과 오랜 기간 우승은 커녕  가을야구 그 자체가 목표인 팀도 적지 않다는 점을 본다면 엔씨 다이노스는 창단 후 굉장히 빠르게 강호 반열에 이름을 올린 셈이다.

엔씨 다이노스가 이룬 이런 성과의 배경에는 데이터 분석이 자리하고 있다. 엔씨 다이노스는 2011년 창단 직후부터 데이터 야구를 구단 운영에 도입해 KBO에 데이터 야구를 자리잡게 한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이런 결과의 중심에는 모기업 엔씨소프트가 있었다. 엔씨소프트는 단순이 구단을 소유한 기업 입장이 아닌 엔씨 다이노스 데이터 야구의 핵심 역할을 하며 구단의 성적 향상에 일조했다.

2011년에는 모기업인 엔씨소프트의 데이터정보센터에 '야구 데이터팀'을 만들어 구단을 서포트하기 시작했으며 2013년에는 전력 분석 프로그램 D라커를 개발해 상대의 허점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D라커는 상대 투수의 릴리스 포인트와 구종별 회전수 등 이제는 현대 야구의 기본이 된 정보는 물론 타자별 배트 스피드와 각도에 맞춘 스윙 궤적까지 계산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김택진 구단주를 헹가래하는 엔씨 다이노스 선수단(사진=엔씨 다이노스 홈페이지).

또한 타구 속도보다는 타격 후 타구의 각도가 장타력 향상에 중요하다는 메이저리그의 발사각 이론을 도입하기 위해 '뜬공 혁명'을 이끈 트랙맨과 랩소도 등 핵심 기기를 구단에 도입해 선수 육성에 활용했다.

현재 기준으로는 대부분의 구단이 도입하고 있는 이론과 기술이지만 엔씨 다이노스는 다른 구단보다 한발 먼저 이를 현장에 도입한 셈이다. 그리고 이번 시즌 출루율과 장타율 리그 1위 기록을 달성하면서 이런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 첫 우승 이룬 엔씨 다이노스...'왕조 달성' 여부 키워드는 AI

스포츠 팬은 항상 강팀에 새로운 것을 증명하기를 요구한다. 플레이오프 단골 진출팀에게는 우승으로 실력을 증명하기를 바라며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팀이 페넌트레이스에서 다소 약한 모습을 보였다면 통합우승으로 실력을 증명하기를 바란다.

이런 야구 팬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엔씨 다이노스가 마주하게 될 숙제는 한국시리즈 2연패 혹은 '왕조 달성' 여부가 될 것이다. 여러 의견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프로스포츠에서 왕조라는 호칭은 리그 3연패를 이룬 팀에게 주어지는 영광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80년대 해태 타이거즈(現기아 타이거즈)와 2010년대 삼성 라이온즈만이 이룬 기록이기도 하다.

창단 후 첫 우승을 이룬 엔씨 다이노스가 왕조를 이룰 것인지를 논하는 것은 무척 이른 감이 있지만 그 중심에 데이터 분석이 자리할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여기에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엔씨소프트의 AI 기술이 엔씨 다이노스의 왕조 달성의 키워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2020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사진=엔씨 다이노스 홈페이지).

이런 전망이 나오는 데는 엔씨소프트가 게임업계는 물론 국내 산업을 통틀어 가장 큰 규모의 AI 연구 조직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011년  김택진 대표와 윤송이 사장 주도로 AI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현재 AI센터와 NLP센터를 통해 ▲게임AI랩 ▲스피치랩 ▲비전AI랩 ▲언어AI랩 ▲지식AI랩 등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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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의 AI 기술은 이미 엔씨 다이노스의 성과에 힘을 보탰다. 지난 2019년 당시 FA 최대어였던 포수 양의지에게 역대 최고액인 계약금액 125억 원을 들이기로 결정했던 바탕에는 AI를 통한 선수 분석이 자리했다.

엔씨 다이노스 관계자는 양의지 영입 당시  "양의지 영입 경쟁에 나서기 전 분석 프로그램을 활용해 양의지의 투수 리드 패턴을 파악하려 했으나 아무런 패턴을 찾지 못 했다"며 세간의 인식과 달리 실제 선수의 가치를 파악하기 위한 분석을 진행했음을 밝히기도 했다. 양의지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고비마다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볼 때 AI 기술이 엔씨 다이노스의 우승에 일조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