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용약관 동의, 10명 중 7명 "안 보고 한다”

인기협 동의제도 발전방안 토론회..."다른 통제 수단 필요해”

인터넷입력 :2020/11/23 17:36    수정: 2020/11/24 11:59

인터넷 이용에 있어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이용약관 동의를 받고 있지만, 10명 중 약 7명의 사용자들은 이를 제대로 읽지 않은 채 습관적으로 동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형식적인 현행 동의제도 실효성이 낮은 만큼 다른 통제 수단의 도입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이하 인기협)는 23일 개인정보보호법학회, 한국미디어경영학회와 공동으로 ‘이용자 관점에서 바라본 동의제도의 현재와 발전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인기협 이용자 관점에서 본 동의제도 토론회

온라인으로 생중계 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동의제도의 현재를 살펴보고 향후 개인정보 수집, 이용에 필요한 동의제도 개선 및 데이터 활용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첫 발제는 최세정 교수(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가 ‘이용자 관점에서 바라본 동의제도의 현재와 발전방안’에서 인터넷 이용자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동의제도에 대한 인식 및 행동 유형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응답자의 72.18%가 이용약관을 읽지 않고 동의하고 있으며, 68.74%가 이용약관에 습관적으로 동의하고, 72.54%는 약관을 클릭해서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86.64%가 프라이버시에 대해 염려는 하지만 현재 개인정보 보호정책이 적절하다 생각하는 비율은 37.94%에 그쳐, 현행 동의제도의 실효성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 교수는 “소비자는 동의로 인해 본인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프라이버시 보호를 염려하고 있으나, 현행 동의제도는 형식적으로만 진행돼 소비자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어렵고 실효성이 낮아 다른 통제 수단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음으로 김현경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보통신대학원)가 ‘개인정보 보호에 있어서 정보주체 ‘동의’의 딜레마’를 주제로 동의의 법적 의미와 한계, 개선과제에 대한 검토에 대해 발표했다.

김 교수는 현행 동의제도는 고지사항을 읽지 않고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인지적 문제와 데이터 결합 결과와 프라이버시 침해 손해를 예측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로 인해 기술적 측면, 법적·사회적 측면에서 동의의 유효성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현행 동의 방식의 개선을 위해 “전면적 옵트-인(opt-in)을 폐지하고 옵트-아웃과 국가 후견주의를 적절히 조화시키면서 옵트-인은 예외적 경우에만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개인정보처리자의 프라이버시·개인정보 관리능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제도를 선회해야 하고 필수/선택 동의의 유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민호 교수(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사회로 진행된 종합토론에서 고환경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필수 동의가 아닌 필요 최소한의 원칙 준수와 구분 동의 사항의 축소,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제3자 변경 시 매번 동의를 받는 현행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권영준 교수(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는 “동의제도의 근간이 되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은 프라이버시권에서 비롯됐으나 오히려 프라이버시권보다 더 절대화돼 있어 열린 접근이 필요하다”며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의 적정한 균형을 위해서는 지배 중심의 사고방식을 넘어 형량 중심의 사고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보라미 변호사(법률사무소 디케)는 “지나치게 많은 동의 항목을 통해 이용자에 혼란을 주면서도 동의하지 않을 경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하는 약관 등은 무효화할 필요가 있다. 정보주체의 사후적 권리를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병남 과장(개인정보보호위원회 개인정보보호정책과)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 대한 특례 규정 중 강요된 필수 동의 관행 개선, 정보주체의 동의 외에 계약 체결, 이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합리적 개인정보 처리 허용을 통한 동의 만능주의 개선, 동의 단계 및 절차 간소화’ 등을 통해 정보주체의 실질적 동의권을 보장하면서 개인정보처리자의 합리적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이 가능하도록 단계적으로 동의제도의 개선을 추진 중에 있음을 설명했다.

정미나 정책실장(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해외 사업자와 상이한 동의제도는 국내 스타트업의 경쟁력과도 결부돼 있기 때문에 역차별 해소 및 공정한 경쟁 환경 구축을 위해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정지연 사무총장(한국소비자연맹)은 “최소사용의 원칙, 목적 외 이용 금지 원칙만 지켜진다면 동의제도를 완화해도 괜찮다고 보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기술발전에 대응한 데이터 안전한 활용은 기대하고 있다”며 “동의제도는 시장에서의 신뢰확보가 중요한 상황이고, 사실상 제도적 보완장치가 부족한 것이 문제이기에 포괄동의 후 사후 규제로 전환하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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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호 교수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국민의 의식조사에서 일반 국민들은 재산, 금전적 침해 우려 때문에 개인정보가 보호돼야 한다고 응답했다는 결과가 나왔다”면서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자기결정권 보장 등의 함몰된 논의가 아니라, 실질적인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점을 염두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인기협 박성호 사무총장은 “현행 동의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히며 “개인정보 보호의 근본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동의제도를 이용자 관점의 실효성 있는 방향으로 개선해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이 균형을 이뤄 국민이 안전한 보호의 테두리 속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