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수소충전소 폐쇄 위기... "국가가 나서야"

[이슈진단+] 주민 집단행동에 가로막힌 양재수소충전소

카테크입력 :2020/11/18 08:47    수정: 2020/11/18 22:28

서울 양재수소충전소의 재개장이 불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달 넘게 서초구 등과 양재수소충전소 재개장 준비에 나선 서울시, 그리고 일반 수소전기차 오너들의 피로감은 더 쌓여가고 있다. 제대로 된 수소충전소 구축과 운영을 위해 지자체가 아닌,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재수소충전소는 지난해 12월13일부터 충전기 작동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 현대차는 충전기 복구에 나섰지만, 올해 2월 충전소 자체의 운영이 더 이상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다. 사실상 충전기 수명이 다 된것이다.

현대차는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양재수소충전소의 운영이 어렵다는 사실을 공지하기도 했다. 새로운 설비를 구축해 올 연말 재개소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대차의 공지 이후 6개월동안 양재수소충전소 재개장을 위한 사업계획은 진전이 없었다. 결국 현대차는 지난 8월 양재수소충전소의 연내 재개장이 힘들다고 서울시에 통보했다.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울시는 현대차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입장이었다.

2020년 9월 26일 현재 양재 수소충전소 모습. 충전소 설비가 철거되지 않고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충전소 재개장 관련 안내문은 없다.

하지만 현대차는 양재수소충전소에 대한 추가 대책 방안을 내놓지 않았고, 결국 현대차는 기부체납방식으로 충전소 운영권을 지난 9월 서울시에 넘겼다. 운영권을 넘겨받은 서울시는 서울에너지공사 등과 함께 충전소 연내 재개장을 위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서울시의 양재수소충전소 재개장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서초구청의 협조가 필수였다. 양재수소충전소가 서초구 내에 위치해 있고, 절차상 서초구청이 충전소 재개장 허가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반에 서초구청은 양재수소충전소 재개장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법적 의무가 없는 주민설명회가 우선이 돼야 한다는 입장도 냈다. 당시에는 서초구 내부에서 양재수소충전소 재개장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 않던 때였다. 이 때문에 서초구청이 이유없이 서울시의 행정을 방해한다는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

그럼에도 서초구청 관계자는 지난달 초 “양재수소충전소는 폐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안전을 위해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수소충전소의 운영방식에 대해 쉽게 알리기 위한 서초구의 순수한 결정이라는 설명이었다.

현재 서울 양재 수소충전소 모습. 시설 노후화로 운영이 중지됐고, 운영 주체가 현대자동차에서 서울시(서울에너지공사)로 전환됐다.

서초구청의 이 같은 해명에도 수소전기차 오너들은 서초구가 의도적으로 양재수소충전소 재개장에 제동을 건다는 비판을 계속 이어갔다. 하지만 서울시는 서초구청의 입장을 받아들여 지난달 26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한 양재수소충전소 재개장 설명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그러자 서초구청 ‘구청장에 바란다’ 웹페이지에는 “양재수소충전소 재개장은 용납할 수 없는 폭거”라는 민원인의 주장이 올라왔다. 사실상 지난달부터 양재수소충전소 인근에 거주하는 일부 주민들의 집단 반대 행동이 시작된 것이다.

해당 민원인은 “양재 수소충전소가 고속도로의 내리막길 가까운 곳에 있어 고속도로의 교통사 고시 차량이탈 충격으로 인한 대형 폭발사고도 예견할 수 있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양재2동 주민센터에서도 양재수소충전소 재개장에 대한 불만이 쌓였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강릉 수소저장탱크 폭발 사고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수소충전소 자체를 위험 시설로 간주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지난달 26일 밤 온라인으로 진행된 서울 양재 수소충전소 개선 관련 온라인 주민설명회 (사진=서울시 유튜브 캡처)

주민들의 불만은 양재수소충전소 온라인 설명회에서도 이어졌다.

한 여성은 질의응답 시간에 “수소가 코로나보다 무섭다”는 반응을 냈다. 또 “미국에서 22번의 수소 관련 사고가 났고, 21번의 사고가 일본에서 일어났다“며 “수소 사고 때문에 뉴욕 공항이 한 때 폐쇄될 정도였다. 수소가 코로나보다 무섭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 여성의 주장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또 설명회에 참석한 한 남성은 강릉에서 발생된 수소저장탱크 폭발사고가 “수소충전소에서 발생된 사고”라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 수소전기차 충전을 위해 운영중인 수소충전소 중 폭발사고가 일어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특히 강릉의 경우 수소충전소가 없다.

서울시는 일부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달 3일 정식으로 서초구청에 양재수소충전소 재개장(변경) 허가 신청서를 냈다. 법적으로 이같은 공문이 구청에 전송되면, 구청은 법정 근무일 5일 이내에 답을 해야 하는 원칙이 있다.

그러자 일부 주민들은 ‘위험물 불안공포속의 주민일동’이라는 명의로 ‘수소충전소 설치 결사반대’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양재수소충전소 앞 사거리에 부착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양재수소충전소 재개장 필요성을 언급하는 민원인 댓글을 남긴 만큼, 서초구가 빠른 시일 내에 재개장 허가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서울 양재수소충전소 앞에 부착된 ‘수소충전소 설치 결사반대’ 현수막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바로 교통문제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서초구청은 10일 서울시의 재개장 요청 결정을 일주일 연기하기로 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10일 "충전소 주변이 편도 2차선 도로이기 때문에, 수소충전을 위해 차량 진입량이 많아지면, 주변 교통 혼잡이 발생할 수 있다"며 "또 중앙선 침범 우려 등도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서초구청은 경찰청 등과 협의를 거쳐 17일 서울시의 요청 사항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또다른 변수가 생겼다. 수소충전소 재개장을 반대하는 주민 10여명의 집단 행동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지난 17일 “주민 10여명을 설득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서울시의 재개장 허가 결정을 다시 일주일 연기해 24일 결론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서초구청과 서울시 등은 주민 10여명을 설득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양재 수소충전소 개선 후 모습을 담은 조감도가 지난달 26일 서울시 양재 수소충전소 개선 주민설명회에 공개됐다. (사진=서울시 유튜브 캡처)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제9조 제1항 제2호에 따르면, 수소충전소를 포함한 고압가스 저장시설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1년 이내에 그 사업 또는 저장소의 사용을 시작하지 않고, 1년 이상 계속해 그 사업 또는 저장소의 사용을 중단하면 사업장 폐쇄가 가능해진다.

양재수소충전소는 사실상 지난해 12월부터 충전소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만약 서초구청과 서울시 등이 주민 설득을 위한 추가 방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양재수소충전소의 재개장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시설 폐쇄까지 이어질 수 있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자체가 해결을 하지 못하면, 국가가 나서서 수소충전소 재개장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지자체가 수소충전소 신규 구축이나 재개장 허가를 내리지 않고, 환경부 장관이 이를 승인하는 방안도 제기된 상황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이같은 방안이 포함된 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내부에서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양재 수소충전소에서 충전중인 서울시내 수소전기버스 (사진=지디넷코리아)

양재수소충전소는 지난 2010년 개소 초기에 현대자동차 내부 연구 목적으로 사용되다가, 지난 2018년 5월 현대차 수소전기차 넥쏘 판매가 활성화되고, 국가적인 미세먼지 저감대책이 나오면서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관련기사

조은희 서초구청장의 민원인 댓글에 따르면 무료로 운영되던 양재수소충전소는 지난 한 해 동안 9천276대의 수소전기차를 충전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서울 시내에 등록된 수소차 등록대수는 총 1천185대다. 이중 서초구는 135대로 가장 많고, 인근 강남구가 96대 등록돼 두 지역 합계 약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주민 편의를 위해 양재 수소충전소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