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제조사들 울상 "노트북 LCD 패널 모자란다"

노트북 수요 대비 공급 절대적 부족.."해소 시점 오리무중"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0/11/16 17:10    수정: 2020/11/16 21:11

국내외 PC 업체들이 노트북·모니터용 LCD 패널 공급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사진=뉴스1)
국내외 PC 업체들이 노트북·모니터용 LCD 패널 공급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사진=뉴스1)

12월부터 2월까지 이어지는 PC 성수기를 앞두고 국내외 PC 제조사가 노트북 필수 부품인 LCD 패널 공급 부족 현상에 울상을 짓고 있다. 코로나19로 원격근무·온라인 학습이 보편화되며 노트북과 모니터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 "노트북·모니터용 LCD 패널 절대 부족"

현재 국내외 PC 제조사들은 모니터와 노트북 등 LCD 패널이 탑재되는 제품의 생산 지연을 겪고 있다. 지난 해 대비 노트북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전세계 제조사들의 LCD 패널 생산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 중견 PC 제조업체 관계자는 "현재 해외에서 생산되는 모니터, 노트북 등 완제품 국내 입고가 지연되어 당초 계획했던 출시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PC 제조사 관계자 L씨 역시 "이동성이 좋은 노트북 제품에 수요가 집중되며 이들 제품에 탑재되는 LCD 패널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PC 제조사가 LCD 패널을 여유 있게 미리 확보하기도 어렵다. 물류 비용 때문이다.

L씨는 "LCD 패널은 노트북 부품 중 가장 부피가 크며 무게도 만만찮다. 중소 제조사 뿐만 아니라 글로벌 제조사라 해도 1분기 이상 여유분을 보유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 "노트북 팔리면 모니터도 함께 더 팔린다"

현재 국내외 시장에서는 데스크톱PC보다 노트북이 더 많이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한국IDC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출하된 국내 완제PC 중 노트북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출하량(119만 5천대)의 약 54% 수준(64만 5천대)이다.

취재에 응한 PC 제조사 관계자들은 "데스크톱PC보다 노트북 판매량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PC용 모니터 판매량은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노트북 구매자들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 모니터를 추가로 구입하며 수요가 늘고 있다. (사진=델테크놀로지스)

15인치 이하 노트북에 탑재된 디스플레이의 해상도가 풀HD(1920×1080 화소) 내지는 2K QHD(2560×1440 화소)에 그친다. 동시에 여러 작업을 수행하는 소비자들은 효율이나 생산성 문제로 노트북에 연결할 모니터를 추가로 구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노트북 세 대가 팔릴 때마다 20인치 이상, 27인치 이하 모니터가 한 대씩 추가로 팔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역시 "올 한해 전세계 모니터 출하량이 전년 대비 5.4%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 "애플 우선공급 계약이 패널·부품 부족 현상 부추긴다"

일각에서는 최근 자체 프로세서인 M1 칩을 탑재한 맥북에어·맥북프로 13형 등 제품 대량생산에 들어간 애플이 LCD 패널 부족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애플은 국내외 주요 LCD 패널 제조사 생산라인 증설에 투자해 필요한 만큼 물량을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애플 우선공급 조건으로 계약이 이뤄진다.

애플은 최근 폭스콘 등을 통해 M1 칩 탑재 맥북에어 등 대량 생산에 들어갔다. (사진=애플)

글로벌 PC 제조사 관계자 L씨는 "이런 계약조건을 준수하기 위해 LCD 패널 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구성에 꼭 필요한 드라이버IC 등 각종 부품 역시 애플향(向) 제품에 먼저 투입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제조사에 납품될 물량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 제조 원가·물류 비용 동반 상승

또다른 공급망 관계자는 "현재 LCD 패널 뿐만 아니라 주요 부품도 모자라는 상황이며 수요 역시 폭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트북용 LCD 패널 가격도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LCD 패널 부족 현상은 제조 원가 뿐만 아니라 물류 비용 상승까지 불러온다. 생산 일정이 지연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선편 대신 비싸지만 빠른 항공편을 이용해 제품을 실어 와야 판매 시기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LCD 패널 부족으로 생산 일정이 지연될 경우 선편 대신 항공편으로 완제품을 운송해야 한다. (사진=픽사베이)

문제는 항공편으로 제품을 운송할 경우 물류 비용이 크게 뛰어오른다는 것이다. 국내 한 업체 관계자는 "항공편 운송시 단위는 팔레트, 선박은 컨테이너 단위로 적재하기 때문에 차이는 있지만 1천대 기준으로 최대 5배까지 운송 비용이 뛰어오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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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PC 제조사들은 제조 원가나 물류 비용이 상승해도 이를 제품 가격에 바로 반영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노트북 판매량이 늘어나도 순이익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다.

또다른 글로벌 제조사 관계자는 "지난 해만 해도 올 2분기 이후 LCD 패널 수급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지금은 LCD 패널 품귀 현상을 '변수'가 아닌 '상수'로 놓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