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스피커가 육아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동요나 동화책 들려주기, 모르는 단어 알려주기 등이 아닐까 싶다. 어차피 발음이 그리 정확하지 않은 6세 미만의 아이들과 AI 스피커가 대화하긴 쉽지 않고, 부모가 도와줘야 제대로 된 명령을 할 수 있으니, 기자는 애초에 AI 스피커의 교육 효과에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살아왔다.
그러다 최근 사용해 본 네이버 클로바 램프는 기존 AI 스피커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꾼 계기가 됐다. 클로바 램프는 간단한 명령어를 듣고 더 간단한 임무를 수행하는 그저 그런 스피커가 아니었다. 차분하게 책상에 앉게 해주고, 재미있는 독서를 도와줄 수 있는 묘한 매력을 가진 탁상등이자, 나만의 독서 비서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난 20일에 출시된 클로바 램프의 가장 큰 특징은 책을 읽어준다는 것이다. 램프에 광학 문자 판독 기술인 '클로바 OCR'이 적용돼 동화책이나 한글책, 영어책 등 책의 글자를 인식하고 읽어줬다. 음성 합성 기술인 '클로바 보이스'는 꽤 자연스러웠다. 남자 아이의 목소리가 기본 설정돼 있는데, 아이도 거부감 없이 편안하게 들었다. 여성 어른 목소리도 설정할 수 있다. 이 여성 목소리 '아라'는 기쁨이나 슬픔도 단어 파악을 통해 표현해줘 좀 더 생생한 음성을 들을 수 있다.
우선 집에 있었던 일반 동화책을 램프 아래 둬봤다. 사람이 직접 읽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그 다음에는 제휴 동화책을 램프 아래 펼쳐봤다. 동화책 내용이 음악과 함께 어우러져 각 페이지마다 실감난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현재 클로바는 주요 출판사 2천여권의 음원을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열심히 책을 사다 나른 보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영어 동화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큰 장점이었다. 기자의 아이는 만 5세로 한글로 된 책은 읽을 수 있지만, 영어로 된 책은 혼자 읽기엔 아직 무리가 있다. 클로바 램프라면 문제 없었다. 제휴돼 있지 않은 영어 책도 자연스럽게 읽어줬다. 원어민 발음이라 엄마보다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에코 리딩과 셀프 리딩 기능도 눈에 띈다. "헤이 클로바, 에코 리딩하자"라고 말하면 "OOO친구, 에코 리딩 시작할게요"라고 대답한다. 에코 리딩 기능을 활용하면 펼쳐진 책의 문장을 표준 속도로 한 번, 느린 속도로 다시 한번 읽어 준다.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가 함께 따라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셀프 리딩은 녹음한 음성을 들으며 영어 발음을 연습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헤이 클로바, 셀프 리딩하자"라고 말하면 "OOO친구의 목소리 녹음이 시작됩니다"라고 하며 녹음이 시작된다. 책 버튼을 누르면 녹음이 종료되는데, 녹음한 음성은 네이버 클로바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독서 관리도 해준다. 클로바 앱에서 읽은 책을 확인할 수 있고, 독서 목표량을 설정해 아이에게 책 읽기의 성취감과 동기를 부여할 수 있게 했다.
클로바 램프로 읽은 책은 앱에 자동으로 기록된다. 만약 읽은 책이 더 많다면 책의 바코드를 스캔해 등록하거나 ISBN을 입력해 등록 가능하다. 물론 도서의 제목을 검색해 등록할 수도 있다. 가끔 집에 어떤 책이 있는지 헷갈릴 때가 있는데, 이 기능을 사용하면 대략 어떤 출판사의 전집이 있는지 알 수 있어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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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프 본연의 기능인 조명 기능도 빼놓을 수 없다. 네이버는 독서, 창의력, 수리, 수면 등의 색 온도를 마련하고 상황마다 원하는 색온도를 설정할 수 있게 했다.
이미 클로바 램프는 이벤트 기간에 5천대가 판매되는 등 육아맘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기자가 아이와 함께 사용해보니 만 2세부터도 클로바 램프를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한글을 읽을 줄 아는 아이에게는 클로바 램프가 다소 시시할 수 있지만, 우리에겐 아직 정복하지 못한 '영어'라는 언어가 남아 있으니 초등학교 들어 가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