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검찰 측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삼성 변호인 측은 수사기록을 보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신속하게 기일을 진행할 것을 요청한 검찰 측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권성수·김선희)는 22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행위,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등 피고인들은 재판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을 시작하기 앞서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입장을 확인하고 향후 입증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로, 피고인의 법정 출석 의무가 없다.
이날 삼성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 사실에 대해 전면 부정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통상적인 경영 활동인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의 합병, 삼성바이오 회계처리가 범죄라는 검찰의 시각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검찰 공소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변호인 측도 "이 사건의 핵심인 합병은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따른 것으로, 자본시장법 위반 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나아가 그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이사로서의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검찰 측은 "본 사건의 사회적·경제적 파장이 큰 만큼 신속한 심리가 필요하다. 수사 기록에 대한 변호인의 열람을 모두 완료했다. 주요 쟁점을 변호인이 이미 파악하고 있다"며 "속행 기일을 진행하고 공판기일 주 2회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수사기록이 19만 페이지에 이르러 기록 검토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3개월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검사들께서는 전체 기록을 파악하고 변론한 반면에 변호인은 피고인 일부만 아는 자료를 통해 밖에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변호인단이 애로를 호소할 것을 예상했다. 기록이 방대한 건 맞지만 순차적으로 복사했기 때문에 중간중간 공유 가능했을 것이다. 사안의 내용과 대다수의 사실 관계, 증거 등은 파악하고 있어 일정 시간 이후에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며 "3개월 이후에야 전체 기록 파악해서 하기 보다 기일을 빨리 잡아서 중간중간 진행 사항 체크하면서 진행됐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준비기일 절차는 다음 번 한 번으로 마치겠다. 가능하다면 준비절차는 두 번에 마치고 공판을 시작할 것이라는 큰 계획을 세웠다"며 "두 달 남짓한 (내년)1월 14일 목요일 411호 대법정 오후 2시로 지정하겠다"고 했다.
이어 "다만 일주일 전까지 변호인께서 증거에 관한 의견서를 내달라"며 "검찰 측은 다음 준비 절차일 때는 공소사실 요지 원칙대로 낭독 혹은 PPT를 해달라"고 했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삼성물산 경영진들이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 승계 계획안에 따라 회사와 주주 이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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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삼성 측은 삼성물산 합병이 ▲정부규제 준수 ▲불안한 경영권 안정 ▲사업상 시너지 효과 달성 등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인 경영활동이라는 입장이다. 투기펀드인 엘리엇 등이 제기한 여러 건의 관련 사건에서 이미 법원 판결 등을 통해 적법 판단을 받아, 수사팀의 공소사실은 범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재판 방청에 응모된 일반 방청객들은 공판 시작 약 30분 전부터 방청권을 배부 받았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큰 만큼 평등한 방청 기회를 제공키로 했다. 일반 방청객에는 본법정 22석과 중계법정 17석으로 총 39석이 배정됐고, 21일 73명이 응모해 1.8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