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 첫 재판이 오늘 열린다. 정식 재판에 앞서 향후 심리 계획을 정리하는 절차로 피고인들은 불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 권성수 김선희)는 22일 오후 2시 이 부회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이 부회장과 전·현직 삼성 임원들은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행위,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을 시작하기 앞서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입장을 확인하고 향후 입증 계획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 부회장 재판은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이날 피고인들의 출석 여부는 불투명하다.
피고인은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등 11명에 달한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2018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고발한 이후 관련 수사를 이어왔다.
검찰은 최소 비용으로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승계 작업을 위해 '프로젝트 G'라는 계획안을 마련하고,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에 유리한 시점에 삼성물산 흡수합병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짓 정보를 유포, 불리한 중요 정보에 대해 은폐, 주주 매수, 불법로비,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자행했다는 주장이다.
또 삼성물산 경영진들은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의 승계 계획안에 따라 회사와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해 합병을 실행, 회사와 주주들에게 손해를 야기했다고 본다.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이었다는 불공정 논란을 회피하고 자본잠식을 모면하기 위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산을 4조원 이상 부풀리는 분식회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그라나 삼성 측은 삼성물산 합병이 ▲정부규제 준수 ▲불안한 경영권 안정 ▲사업상 시너지 효과 달성 등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인 경영활동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투기펀드인 엘리엇 등이 제기한 여러 건의 관련 사건에서 이미 법원 판결 등을 통해 적법 판단을 받아, 수사팀의 공소사실은 범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삼성 변호인단은 "합병비율 조작이 없고 법령에 따라 시장 주가에 의해 비율이 정해진 기업 간 정상적인 합병을 범죄시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삼성바이오 회계처리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은 수차 번복됐고, 법원도 증선위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사건 및 분식회계 혐의 영장 심사에서 회계기준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큰 만큼 평등한 방청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재판 희망자 응모와 추첨을 통해 방청권을 배부했다. 재판은 중법정에서 열리지만, 추가로 1개 소법정을 중계법정으로 사용한다. 일반 방청객에는 본법정 22석과 중계법정 17석으로 총 39석이 배정됐고, 21일 73명이 응모해 1.8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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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 베트남으로 출장을 떠나 아직 귀국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5개월간 중단됐던 글로벌 현장경영을 재개하고 있다.
삼성은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되면서 향후 기업 활동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재판과 함께 오는 26일에는 국정농단 사건 재판이 열린다. 두 개 재판을 병행해야 한다. 이에 인수합병(M&A), 대규모 투자 등 굵직한 사안을 집행하는 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