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3년 안에 국내 안착…외산폰 무덤서 살아남겠다"

샤오미 국내 총판 한국테크놀로지 이병길 대표 인터뷰

홈&모바일입력 :2020/10/22 09:00    수정: 2020/10/22 09:52

한국테크놀로지 이병길 대표이사.
한국테크놀로지 이병길 대표이사.

"한국 스마트폰 시장은 외산폰이 살아남기 힘든 특수한 시장입니다. 하지만 영원한 외산폰 무덤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샤오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시장을 바라보고 있고, 안착하는 데 3년 정도를 보고 있습니다."

외산폰의 무덤이라는 한국 스마트폰 시장. 이 혹독한 곳에서 한국 샤오미 국내 총판사인 한국테크놀로지 이병길(50) 대표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전략가이자 전술에 능한 경영인인 이 대표는 홍콩 WND 텔레콤 대표이사와 중국 TV 제조업체인 스카이워스의 자회사 스카이워스와이어리스 대표이사를 지내며 중국 이동통신·스마트폰 시장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온 인물이다. 한마디로 중국과 한국의 IT·통신산업과 기업들의 흥망성쇠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전문가다.

그가 이끄는 한국테크놀로지는 올해 샤오미 국내 총판을 새롭게 맡았다.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야 하는 임무다. 하지만 녹록치 않다. 전 세계 스마트폰 강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버티고 있고 애플 아이폰 충성 고객들이 진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제갈량의 지혜와 조자룡의 매서운 칼날 같은 전략이 절실한 이 대표는 상반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 환경에 맞춰 이동통신사 판매 채널 확대에 힘쓰는 등 샤오미 스마트폰의 국내 시장 안착을 위해 달려왔다. 지난 5월엔 LTE 스마트폰 '홍미노트9S'을 출시했으며, 지난 7월에는 40만원대 5G 스마트폰 '미10라이트 5G'를 처음 선보였다. 기대가 컸던 만큼 성적은 다소 아쉬웠다. 이통사 주도의 독특한 단말기 유통구조, 5G 요금제 등 저가의 스마트폰을 온라인으로만 팔기에는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

샤오미 미10라이트.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한국테크놀로지는 이달부터 KT와 SK텔레콤 일부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샤오미 스마트폰이 SK텔레콤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된 것은 샤오미 국내 진출 이후 처음이다.

이 대표는 "홍미노트9S는 오프라인에 진출을 하지 않았지만 높은 판매량을 달성한 반면, 미10라이트는 5G 특성상 요금제와 맞물려 온라인으로만 판매되는 건 제한적이었다"며 "오프라인으로 가지 않고서는 시장 확대가 어렵다고 판단해 이통사 오프라인 채널을 뚫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다"고 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의 점유율 비율이 80%를 넘어, 흔히 '외산폰의 무덤'이라 불린다. 국내에서 살아남은 외산폰은 애플의 아이폰이 유일하다.

이 대표는 "한국 시장은 전 세계 휴대폰 강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있는 나라로, 이런 강자들의 경쟁 우위가 한국 시장에서 외산 스마트폰을 판매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면서도 "하지만 한국 시장이 영원한 외산폰의 무덤이 될 순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 대표가 희망을 품는 이유는 샤오미가 쉽게 죽을 수 없는 차별성을 갖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샤오미는 단순한 하드웨어 기기를 만들어 파는 회사가 아니라, 글로벌한 AI·IoT 플랫폼 회사"라며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가성비 높은 TV, 청소기 등 각종 IT 기기를 전 세계에 발빠르게 공급하는 회사이자 이들 기기를 IoT로 연결해 하나의 월드 플랫폼을 만들어 소비자 가치를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3년 정도 열심히 하다 보면 한국 시장에 샤오미 스마트폰이 의미 있는 포지션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시대가 변하듯 이동통신 시장 및 생활패턴 변화로 소비자들도 스마트해지고 있기 때문에 샤오미의 가성비 높은 스마트폰과 다양한 에코 제품이 선택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테크놀로지는 내년 국내 시장에 올해보다 라인업을 늘려, 다섯 개 모델의 스마트폰을 출시한다는 목표다. 5G 모델 외 4G 모델도 늘릴 계획이다.

이 대표는 "샤오미의 장점인 '싸고 좋은' 저가폰 위주로 라인업을 해나갈 예정"이라며 "통신사 채널 확대뿐 아니라 자급제 채널과도 협력을 공고히 해 한국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과 방향을 연구해서 포지션을 맞춰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동통신사 모델과 자급제 모델의 분리를 통해서 다양한 모델을 소비자들에게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전략도 생각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앞으로 조금 더 친근하면서 재밌는 방식으로 샤오미 스마트폰의 꾸준한 판매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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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포기할 거면 시작도 안 했을 겁니다. 다른 샤오미 에코 제품에 비해 샤오미 스마트폰은 아직 모르는 분들이 많아서 시장 진입이 쉽진 않지만, 재밌고 친숙한 온라인 마케팅 등을 통해 샤오미 스마트폰을 더 많이 알려 이슬비에 옷이 젖듯 조금씩 시장을 늘려나가겠습니다."

이병길 대표의 즐겁고 재밌는 뚝심이 빛을 발하는 날이 기대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