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제3법 간담회...재계 "규제 손익 따져봐야" vs 與 "정기국회내 처리"

박용만 상의 회장 "병든 닭 잡으려 투망 던지면 모든 닭 어려워져"

디지털경제입력 :2020/10/14 18:27    수정: 2020/10/15 07:58

재계 단체들이 공정경제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주요 법안에 대한 세부 의견들을 내놨다. 민주당은 앞으로도 재계와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기업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입장이다. 

14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공정경제 TF 정책간담회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기중앙회, 상장사협의회, 중견기업연합회, 무역협회, 코스닥협회, 산업연합포럼이 한자리에 모여 공정경제 3법 관련해 재계 입장을 전달했다.

정부의 ▲상법 개정안에는 다중대표소송제도 신설, 감사위원 분리선임, 3% 의결권 제한규정 개편 등 내용이 담겼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강화,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포함한다.

재계는 우선 '감사위원 분리선임, 특수관계인 3% 룰 강화' 건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들은 "과도한 규제로 회사의 책임 경영과 리더십에 관련한 핵심 의사결정체계의 근간을 흔들게 될 소지가 있다"며 "외국계 헤지펀드 등에 의한 주식배당 확대와 국부유출 문제 소지가 있고, 주주 의결권을 보장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에 대해서도 현행 유지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재계는 "자회사를 통한 전략적, 미래 신산업‧신기술 투자에 대한 안정적 실행에 지장을 초래한다"며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소송 남발과 법적 대응능력 부족에 따른 심각한 경영 타격으로 귀결될 소지가 있고, 해외 투기펀드 등에 의한 당기적 이익 추구 방편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경제계-민주당 공정경제TF 간담회. 왼쪽부터 이용우 의원, 오기형 의원, 송기헌 의원, 김병욱 의원, 손경식 회장, 유동수 의원, 홍성국 의원, 김용근 상근부회장.

이어 '소수주주권 행사요건 완화'에 대해서는 "상장회사에 대해서는 '상장회사 특례규정'만을 적용토록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들은 "대형펀드나 펀드연합 세력들의 소수주주권 행사를 통한 단기적인 공격이 빈번해지는 것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중소‧중견기업은 보유기간 요건 폐지시 대응능력이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내부거래규제 대상 확대'도 현행 유지할 것을 요청하며 "우리나라 생태계적 경쟁력 강화를 유지해야 하고 헤지펀드들로부터 기업경영권 방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주회사의 자·손자회사 의무지분율 상향' 건에 대해서도 "자회사 설립을 통한 지주회사의 성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코로나 19로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실물경제로 유입되어야 할 자금이 지분 확보에 과다하게 지출될 우려도 있다"고 호소했다.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규제 내용이 시행령에 위임되어 있는 바, 향후 금융그룹에 과도한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각 단체별 입장도 전달했다.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의 경우 다중대표소송, 전속고발권 폐지, 집단소송제 등 특히 우려된다. 중소영세기업의 경우 소송 대응 능력이 전무하다"며 "대기업의 담합과 달리 중소기업의 담합은 생존을 위한 컨소시엄 개념이다. 협동조합 공동사업도 담합으로 오해 될 여지가 있다. 제조물 책임제 리콜 등 현행 제도 속에서 보완 가능하다"고 전했다. 

상장사협의회는 "개정안의 소액주주 보호 취지는 이해하나 기관투자자나 헤지펀드 등에서 약용 가능하다"고 했다. 무역협회는 "내부 거래, 다중대표소송 등은 최근의 스타트업, 대중소 기업간 오픈 이노베이션 등 혁신 성장을 저해할 우려도 있다"고 언급했다. 코스닥협회도 코스닥 기업들이 영세 중소기업이 대다수라는 것을 강조하며 경영투명성이 개선된 것을 감안해달라고 당부했다.

산업연합포럼은 "상법 개정안의 소액주주보호는 자본시장 선진화 취지, 그러나 엘리엇 사례처럼 법 취지와 무관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현행유지가 최선이나 대안이 있다면 감사위원 선임을 분리하되 의결권을 제한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했다. 

경제계-민주당 공정경제TF 간담회 현장. 유동수 민주당 TF 위원장 등.

재계의 목소리를 청취한 유동수 민주당 TF 위원장은 "현장의 어려움 잘 들었고 잘 헤아리겠다"며 "본 개정안은 좀 더 투명한 기업경영을 요구하는 국민들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1월 민주당 정책위원회 주관 토론회 등 계획이며 이러한 것을 통해 기업의 목소리 더 듣겠다"며 "코로나 위기극복, k 뉴딜 등 미래 성장을 위한 담론에도 재계에서 이야기 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공정경제 3법 TF는 이날 오전과 오후로 나눠 대한상공회의소와 경총을 만나 재계 목소리를 들었다.

이 자리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병든 닭을 잡으려고 투망을 던지면 모든 닭들이 다 어려워지지 않겠나"고 우려를 표했고, 손경식 경총 회장은 "법안의 규제로 인한 이익과 손실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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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수 위원장은 이들 단체에 대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충분히 고민하겠다. 재계가 제시하는 대안들을 경청하겠다"면서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은) 반드시 처리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입법 의지를 재차 밝혔다.

오는 15일에는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이 주관하는 '공정경제 3법 관련 당·경제계 정책간담회'가 열린다. 이 자리에는 대한상의, 경총과 삼성·현대·SK·LG 4대 그룹 경제연구소에서 참석해 재계 목소리를 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