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경총 회장 "공정경제3법, 이익과 손실 따져봐야" 호소

여당 "재계 대안 충분히 경청할 것…법안은 어떻게든 처리해야"

디지털경제입력 :2020/10/14 16:52    수정: 2020/10/14 17:07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여당과 만나 공정경제 3법의 상법 개정안 '3%룰' 등에 대한 재계 우려를 전달하며 "법안의 규제로 인한 이익과 손실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여당은 "재계가 제시하는 대안들을 경청하겠다"면서도 "(법안은)어떻게든 처리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재차 언급했다. 

손 회장은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관한 공정경제3법 TF-경제단체 정책간담회에서 "법안은 규제 성격을 가진 것도 있고, 기업을 도우려는 것도 있다. 지금 (상법·공정거래법 등) 법안 내용들은 대부분 규제다. 규제로 인한 이익과 손실을 따져 보아야 한다. 규제가 손실을 가져온다면 이는 잘못된 규제며 후회스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손 회장은 중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 등 단체들과 공정경제3법 관련 7가지 우려를 전했다. 

▲대주주 의결권을 총 3%로 제한하여 별도로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감사위원 선임 규제 강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상장사 소수주주권 행사 시 6개월 보유요건 완화’ ▲경성담합에 대해서는 누구나 검찰에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전속고발권 폐지’ ▲계열사 간 소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비롯한 ‘내부거래 규제 확대’ ▲지주회사가 신규 자회사를 설립할 시 자본 부담을 증가시키는 ‘지주회사의 자회사 의무지분율 상향’ ▲대규모 기업집단 내 금융회사를 이중으로 규제하는 ‘금융그룹감독법 제정’ 등이다. 

재계-민주당 공정경제TF 간담회. 왼쪽부터 이용우 의원, 오기형 의원, 송기헌 의원, 김병욱 의원, 손경식 회장, 유동수 의원, 홍성국 의원, 김용근 상근부회장.

손 회장은 "기업들이 법을 위반하거나 반칙을 한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처분을 받아야겠지만, 사전적이고 원천적으로 경영이나 사업을 제한하는 규제를 가한다면 기업들이 제대로 뛰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기업이 신기술, 신산업을 위한 경영전략과 과감한 실물투자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회에서 기업들을 도와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가장 쟁점으로 떠오른 상법 개정안 '3%룰' 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3%룰은 감사위원을 다른 이사와 분리 선출하고, 이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을 의미한다.

손 회장은 "국제 투기자본과 국내 투기 펀드의 공격, 소액주주들의 소송남발, 감사위원 분리 선임과 3% 룰에 힘입어 경쟁사 내지 관련 펀드들의 내부 경영체제로의 진입이 이뤄진다면, 기업의 핵심 경영체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우리 기업들은 감사위원 분리 선임과 3%룰 강화에 대해 가장 걱정하고 있다"며 "사법대응 능력과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 중견기업의 경우에는 대형 외부세력의 공격과 소액주주들에 의한 소송남발에 휘말리게 돼 경영 자체가 휘청거릴수 있다"고 호소했다. 

끝으로 "상법, 공정거래법 등 경영제도 관련 문제들은 이것만 따로 떼어내어 볼 것이 아니라, 선진국들에 비해 부족한 경영권 방어제도와 종합적인 관점에서 함께 풀어야 할 사안"이라며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고용위기를 어떻게든 극복하고, 우리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 또한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재계-민주당 공정경제TF 간담회에 참석한 유동수 공정경제3법 TF 위원장 등.

이에 유동수 공정경제3법 TF 위원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경영자들이 일선에서 얼마나 고생하고 치열한 현장에 있는지 느껴진다. 오늘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방문했다"며 "공정경제 3법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이 법안은 20대 국회 때부터 상당히 오랫동안 고민했고 검토해 온 만큼 이번 정기국회에서 어떻게든 처리해야 할 법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계에서) 무조건 안 된다고 하는 것보다 합리적인 대안을 많이 제시해주면 민주당 TF 의원들이 문제점들을 충분히 경청해서 고민을 하려고 한다"며 "공정경제 3법은 어쨋든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재차 입법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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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더불어민주당 공정경제 3법 TF는 이날 오전에도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을 만나 법안에 대한 재계 의견을 청취했다. 박 회장은 "병든 닭을 잡으려고 투망을 던지면 모든 닭들이 다 어려워지지 않겠나"며 우려를 표했고, 여당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겠지만, 공정경제 3법은 반드시 해야 할 과제"라고 못박았다. 

오는 15일에는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이 주관하는 '공정경제 3법 관련 당·경제계 정책간담회'가 열린다. 이 자리에는 대한상의, 경총과 삼성·현대·SK·LG 4대 그룹 경제연구소에서 참석해 재계 목소리를 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