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에 굴복했던 애플, 아이폰12로 보답받을까

'5G 모뎀칩' 때문에 퀄컴에 항복…고개 숙인 대가 얻을까

홈&모바일입력 :2020/10/13 16:01    수정: 2020/10/13 17:0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5G 모뎀칩' 때문에 퀄컴에 고개 숙였던 애플이 시장에서 보답받을 수 있을까?  

애플이 13일(현지시간) 선보일 아이폰12는 사상 첫 5G 아이폰이란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애플은 5G 아이폰을 내놓기까지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 해 4월엔 2년 여 동안 한치 양보 없이 치열한 분쟁을 벌였던 퀄컴과의 특허라이선스 소송도 서둘러 마무리했다. 현재 상황에선 퀄컴만이5G 모뎀 칩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 때문이었다.

이런 시련 끝에 준비한 5G 아이폰인 만큼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끌어낼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작년 4월 퀄컴과 분쟁 끝내면서 본격적으로 5G 아이폰 준비 

그 동안 애플은 ‘혁신 기업’ 이미지와 달리 시장에선 ‘패스트 팔로워’에 가까웠다. 신기술을 한 발 앞서 도입하기 보다는 시장의 추이를 본 뒤 결정적인 순간에 뛰어드는 성향이 강했다.

이런 전략을 통해 스마트폰, 태블릿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 왔다.

지난 해부터 핫이슈로 떠오른 5G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경쟁 안드로이드 업체들이 연이어 5G 폰을 내놓을 때도 애플은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애플이 5G 시장 진출에 신중한 모습을 보인 건 그 동안의 사정과는 조금 달랐다. ‘신중한 접근’이란 전략적 고려 때문이 아니라, 5G 모뎀칩 안정적 확보가 담보되지 않았던 측면이 강했다.

애플은 2017년부터 퀄컴과 특허 라이선스 분쟁을 계속해 왔다.

원래 애플은 2011년 아이폰4 출시 때부터 2016년까지 퀄컴과 모뎀 칩 공급 계약을 유지했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계약 끝무렵부터 틀어지기 시작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사진=씨넷)

애플은 퀄컴이 필수표준특허 라이선스 관행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퀄컴이 시장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특허 라이선스를 하지 않으면 칩을 공급하지 않는 전략’을 써 왔다고 비판했다.

결국 애플은 2017년 계약 위반 등을 이유로 퀄컴을 제소했다. 분쟁 여파로 애플은 2018년 출시한 아이폰 모델에는 인텔 칩을 사용했다.

LTE 폰까지만 해도 인텔은 퀄컴의 대안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하지만 2018년 무렵부터 5G 경쟁이 불붙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애플이 인텔의 5G 모뎀칩 공급 능력에 의문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상황은 퀄컴과의 특허 라이선스 소송에도 영향을 미쳤다. 계속 분쟁을 하다간 새롭게 열리기 시작한 5G 시장을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진 때문이다.

결국 애플은 지난 해 4월 16일 퀄컴과 특허소송을 갑작스럽게 마무리했다. ‘결사항전’ 태세를 보였던 걸 감안하면 조금은 허무한 마무리였다.

합의 내용 역시 애플에게 불리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UBS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소송 일괄 취하 대가로 퀄컴에 최대 60억 달러(약 6조8천억원)를 지불한 것으로 추산됐다.

전망대로라면 애플은 아이폰 한 대당 8~9달러 가량의 로열티를 퀄컴에 지불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분석됐다.

애플 입장에선 사실상 항복에 가까운 결과였다.

2012년 아이폰5 때 LTE망 대혼란…이번엔 어떨까 

이처럼 애플이 퀄컴에 사실상 굴복한 원인을 따지고 들어가면 5G 모뎀 칩 확보란 현실적인 이유가 자리잡고 있다. 인텔이 5G 모뎀칩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퀄컴과 계속 분쟁을 하는 건 사실상 5G 시장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애플이 지난 해 아이폰11을 출시할 때 “5G 모델은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 것도 이런 사정과 관련이 있었다. 설계부터 제작까지 최소 16개월은 소요되기 때문에

애플이 13일 공개할 5G 아이폰은 그 결실로 나온 첫 작품이다. 애플 입장에선 적지 않은 것을 양보하고 만들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성과를 올려야 한다는 욕심이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욕심이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 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퀄컴과의 분쟁과 화해 외에도 애플의 5G 아이폰 출시가 관심을 끄는 건 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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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지난 2012년 아이폰5 때 LTE를 처음 지원했다. 하지만 아이폰5 출시 직후  주요 통신사들은 한바탕 홍역을 치뤘다.

아이폰 출시 이후 LTE 망이 버벅거리는 사례가 빈발했기 때문이다. 아이폰12 이후 5G 서비스가 어떤 모습을 보일 지도 관심사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