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구글 인앱결제, 美하원 '애플 독점' 보고서에 답 있다

앱스토어 관행 조사에서 힌트 찾아야

데스크 칼럼입력 :2020/10/07 20:41    수정: 2020/10/13 09:2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7일 시작된 국정감사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구글 ‘인앱결제 의무화’였다. 구글은 최근 내년 10월부터 플레이 스토어에서 거래되는 모든 디지털 콘텐츠에 인앱 결제를 의무화한다고 선언했다. 이렇게 되면 게임 유료 아이템에만 적용됐던 ’30% 수수료’가 전면 확대된다. 

의원들은 청문회에서 구글 인앱 결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의원들은 ‘6개월 유예’ 결정을 이끌어낸 인도 사례를 소개하면서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같은 시간 미국에선 거대 IT기업의 독점 문제를 파헤친 보고서가 공개됐다. 450쪽에 이르는 ‘디지털 시장의 경쟁 조사(Investigation of competition in digital market)’보고서였다. 이 보고서를 위해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 산하 반독점소위는 16개월 동안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의 비즈니스 관행을 조사했다. 

이 보고서는 플랫폼 사업자 분할을 비롯한 강력한 제재 조치를 권고했다. 인수 합병 때 “경쟁을 해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하도록 하는 등의 권고 사항도 포함됐다.

(사진=씨넷)

특히 각 업체들이 어떤 형태로 경쟁 방해 행위를 저질렀는지도 꼼꼼하게 소개했다. 그 중 인앱 결제 문제와 관련해선 애플 사례가 눈길을 끈다. 

국내에선 구글이 인앱결제와 30% 수수료의 주범이지만, 미국에선 오히려 애플의 앱스토어 독점이 더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미국에 비해 안드로이드 점유율이 월등하게 높은 한국의 특수성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하원 보고서 애플의 앱스토어 독점 부분을 구글로 바꿔서 읽으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인앱 문제의 본질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다. 의원들껜 그 부분을 꼭 읽어보라고 권한다. (미국 하원보고서 바로가기)

기기 전환비용·브랜드 충성도 때문에 대안 찾기 힘들어 

하원 보고서는 애플이 아이폰용 앱 배포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이 최근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돌파하는 초강력 성장세를 보인 것도 따지고 보면 앱스토어 같은 서비스 사업 독점 덕분이다.

인앱 결제 의무화 문제를 거론하면 ‘대체 시장’을 찾으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미국 보고서는 이 부분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아이폰을 안드로이드폰으로 바꾸는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사실상 새로운 나라에 가서 적응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기회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하원 보고서는 크게 세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첫째. 기기 전환 비용.

둘째. 폐쇄적 생태계

셋째. 브랜드 충성도.

덕분에 애플은 개발자나 소비자가 아이폰을 포기할 것이란 걱정을 할 필요 없이 시장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미국 하원 보고서는 지적했다.

(사진=씨넷)

애플의 앱스토어 지배력은 경쟁업체를 제거하는 데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앱스토어 검색 결과에서 자사 앱을 우선 노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경쟁 사업자를 시장에서 쫓아내버린다는 것이다.

매력적인 기능을 가진 중소 앱이 있으면 비슷한 기능을 iOS에 포함시키는 꼼수를 쓰기도 한다. 윈도 시절 마이크로소프트(MS)가 사용했던 ‘끼워 팔기’와 비슷한 방식이다.

인앱 결제 때 부과되는 30% 수수료도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됐다. 애플이 최근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돌파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 앱스토어로 대표되는 서비스 사업이다.

실제로 애플은 아이폰 판매가 주춤하던 2015년 서비스 사업에 많은 힘을 실었다. 애플 차세대 성장동력인 서비스 사업의 핵심이 앱스토어다. 인앱결제를 기반으로 한 30% 수수료는 애플에겐 ‘성장을 담보해주는 젖줄’인 셈이다.

덕분에 애플은 ‘보통보다 훨씬 높은 수준(supra-normal)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고 미국 하원 보고서는 지적했다.

앱스토어 시장서 애플의 길 가려는 구글, 철저하게 대응해야 

그 동안 구글은 애플에 비해선 개방적인 편이었다. 별도 앱 장터도 허용했다. 인앱결제 역시 게임에만 적용했다.

이번에 발표된 ‘인앱 결제 확대 적용’은 구글도 애플과 같은 길을 가겠다는 선언이나 다름 없다. 따라서 구글 역시 미국 하원 반독점 소위가 지적한 애플의 앱스토어 독점 행위를 그대로 되풀이할 것으로 봐도 크게 그르지 않다.

‘인앱 결제’ 문제에 적극 대처하려는 정책 당국자나 의원들에게 미국 하원 보고서의 애플 부분을 특별히 주목하라고 권하는 건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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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배포 시장 독점을 기반으로 한 ’30% 수수료 공세’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구글과 애플을 키워낸 미국조차 지금 이 문제 때문에 온 나라가 떠들썩한 상황이다.

의원들도 이런 문제의식을 좀 더 깊이 새기고 이 문제를 다루길 바란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