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구글 '인앱결제' 두 개의 해법…넷플릭스와 인도

국수주의적 관점 뛰어넘어야

데스크 칼럼입력 :2020/10/06 17:41    수정: 2020/10/13 09:2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구글 ‘인앱결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게임에만 적용해 왔던 ‘인앱결제 의무화’ 조치를 모든 디지털 콘텐츠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한 게 발단이 됐다.

국내 대형인터넷업체들은 ‘시장이 무너진다’고 아우성이다. 의원들도 관련 입법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국정감사에서도 중요한 쟁점으로 다룰 기세다. 웬만한 학회, 기관들은 전부 관련 토론회를 하면서 숟가락을 얹었다.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정부 기관도 이번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런 대응 행보들을 보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국내 디지털 콘테츠 생태계 붕괴’란 관점을 뛰어넘는 논리가 선뜻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국내 생태계 붕괴' 자체가 틀린 얘기는 아니다. 구글이 정책을 바꿀 경우 국내 산업이 휘청할 가능성이 많다. 음악, 웹툰을 비롯한 인기 콘텐츠들에 30% 수수료가 적용될 경우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국가 단위’로 접근해선 구글이나 애플의 플랫폼 독점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애플이나 구글의 플랫폼 독점은 '미국 기업의 한국 시장 침공’이란 전통 프레임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미국조차 통제하기 힘든 구글, 국수주의적 관점으론 대응 한계 

구글은 이미 단일 국가의 힘을 넘어섰다. 전통 산업시대의 ‘다국적 기업’보다 훨씬 더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미국 기업’ 혹은 ‘외국 기업’이란 프레임에 가둘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국가의 틀 아래 있는 기업이라면 ‘상호 무역협상’ 같은 것들을 통해 실마리를 찾을 가능성이라도 있다. (물론 그것도 쉽지 않다.) 그런데 구글은 미국 정부 조차 제대로 통제하기 힘든 존재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세계를 지배하는 기업’에 필적할만한 존재다.

지금 미국에선 연방거래위원회(FTC), 법무부 같은 규제 기관들이 총동원돼서 앱스토어 독점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의회에서도 구글을 비롯한 거대 IT 기업의 독점 문제에 칼날을 겨누고 있다. 이런 공격에도 불구하고 구글의 독점 관행이 선뜻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구글이란 기업이 미국이란 국가보다 더 강력한 존재처럼 보인다.

‘대형 인터넷 기업’과 ‘인터넷 이용자’의 이해가 엇갈릴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용자들은 오히려 안드로이드 생태계 내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을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들에게 ‘미국 플랫폼의 위협’ 운운하는 게 잘 먹혀 들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따라서 ‘국수주의적 관점’으로 구글을 바라보면 오히려 상황만 더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그런만큼 구글 문제는 ‘거대 플랫폼의 시장 지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물론 이런 관점으로 접근하더라도 해결이 쉽지 않다. 이런 한계를 감안하고 접근할 경우 인앱결제 문제는 크게 두 가지 해결책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번째는 ‘넷플릭스 방식’이다. 넷플릭스는 웹에서만 결제를 받고 있다. 앱은 콘텐츠를 보는 용도로만 사용한다. 구글은 앱 바깥에서 결제하는 건 허용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런 틈을 이용해 인앱결제 수수료를 피해간다.

다만 앱에서 “웹사이트에 직접 방문해서 결제하면 싸게 구독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건 금지하고 있다. 에픽이 플레이 스토어에서 퇴출된 건 이 계약조항을 위반한 때문이었다.

두번째는 ‘별도 앱스토어’를 육성하는 방식이다. 인도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인도는 최대 결제업체인 페이티엠을 중심으로 ‘미니 앱스토어’를 출범시켰다. ‘미니 앱스토어’에서 인도 결제 서비스인 UPI나 페이티엠을 사용할 경우엔 수수료도 받지 않는다.

구글은 이 움직임을 꽤 위협적으로 받아들인 듯하다. 인도가 별도 앱스토어 구축 움직임을 보이자 곧바로 ‘인앱결제 의무화’ 적용 시점을 6개월 연기했다. 개발자나 스타트업들과 ‘생산적 대화’를 하겠다는 게 연기 명분이다.

적당히 호통치다 끝낼 문제 아냐…한계 인정하고 접근해야 

두 가지 방법 모두 간단해 보인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모든 결제는 ‘앱 바깥’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넷플릭스 방식은 쉽게 쓰기 힘든 방법이다. 플레이 스토어 바깥에 확고한 자체 생태계가 구축돼 있어야만 꺼내들 수 있는 카드다. 국내 모바일 서비스 중 선뜻 이 카드를 던질 수 있는 곳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도 방식’은 어떨까? 이것도 마찬가지다. 대안 앱스토어를 만드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힘은 ‘멧칼프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멧칼프의 법칙이란 "네트워크의 가치는 참여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원칙이다. 그런데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힘에 대적할만한 대안을 만드는 게 그리 쉽지는 않다.

페이티엠 미니 앱스토어

구글이 인도의 움직임에 ‘인앱결제 적용 6개월 연기’ 카드를 꺼내든 것도 결국 시장 규모 때문이다. 인도는 휴대폰 시장 세계 2위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게다가 영어 문화권이라 글로벌 확장 가능성도 꽤 높은 시장이다. 이런 규모와 가능성 때문에 구글이 ‘꿈틀하는’ 시늉이라도 하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국내에선 ‘넷플릭스 방식’이나 ‘인도 방식’ 모두 결행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구글(애플)만을 겨냥한 법을 만드는 것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표적 입법’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국정조사에선 많은 의원들이 ‘인앱 결제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모쪼록 국정조사 과정을 통해 좋은 대안을 이끌어낼 분위기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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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쉽지 않다. 한국 같은 작은 시장을 가진 나라가 해결하기 힘든 문제인 것도 맞다.

이런 한계를 알고 이번 사안을 다뤄줬으면 좋겠다. 적당하게 인기를 얻기 위해 엉뚱한 사람 불러다 놓고 큰소리 치는 흉내만 내서는 본질은 고사하고, 변죽조차 울리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문제다. 그 점 꼭 명심해줬으면 좋겠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