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보험업 진입장벽을 낮춰 '미니보험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보험업계가 기대와 걱정 속에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체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을 우려하면서도 이 가운데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점엔 기대하는 분위기다.
2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는 소액단기전문 보험업 도입을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향후 법제사법위원회 논의를 거쳐 본회의 의결 등 절차가 진행된다.
개정안은 리스크가 낮은 소규모·단기보험, 이른바 '미니보험'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보험업을 도입하고, 이들에 한해 자본금 요건을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행 법령상 보험업을 영위하려면 생명보험과 자동차보험은 최소 200억원, 모든 보험종목을 취급할 경우 300억원의 자본금이 요구되나, 앞으로는 10억원으로도 보험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한다는 얘기다.
소액단기전문 보험사가 취급할 수 있는 상품 종류와 보험기간, 계약당 보험금 상한액, 연간 총 수입보험료 등은 법안이 통과되면 대통령령으로 구체화하기로 했다.
'미니보험'은 저렴한 보험료로 꼭 필요한 보장만 선택할 수 있는 실속형 상품을 뜻한다. 보험 기간이 6개월~1년으로 짧으면서 보험료가 월 1만원 이하로 책정되는 게 특징이다. 최근에는 공인인증서 없이 카카오페이 인증으로 가입하거나, 쿠폰처럼 가족·지인에게 선물하는 보험까지 등장하는 등 그 서비스와 상품 형태가 점차 진화하고 있다.
개정안을 조율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금융위원회는 일본 보험업계에 주목했다. 2006년 소액단기보험업 도입 이후 반려견 보험이나 레저보험, 변호사보험 등 다양한 상품이 활성화되고 있는 점이다.
국내 보험업계도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독특한 콘셉트로 무장한 미니보험 시장이 활성화 될 경우 기존 상품에 대한 영업을 강화할 수 있고, 보험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주요 보험사는 그간 여러 미니보험 상품을 판매해왔다. 월 4천500원(30세 남성 기준)의 보험료로 질병·재해를 보장하는 교보생명의 '교보미니보장보험', 월 250~1천원으로 암 치료를 보장하는 미래에셋생명의 '미니암보험'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동양생명도 암 진단비를 보장하는 온라인 보험 상품을 내놨다. 아울러 매월 탄 만큼 보험료를 지불하는 캐롯손해보험의 ‘퍼마일 자동차보험’ 역시 같은 맥락의 상품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업계의 시선이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경쟁사 증가로 영업 환경이 악화되고, 부실한 보험사가 등장해 보험업 전반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걱정스런 부분으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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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관계자는 "미니보험은 저렴한 보험료로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보장을 제공하는 게 핵심"이라며 "소액단기전문 보험업이 도입되면 상품이 다양해지고, 보험업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보험사가 늘어날 수 있으니 금융위원회가 명확한 설립 기준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