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쌍용차 추가 지원?…핵심은 지속가능성"

"아시아나항공은 기업 가치 높여 재매각"

금융입력 :2020/09/28 17:39

"대주주가 책임 있는 행동을 하고, 이해당사자도 고통을 분담해야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의 지속가능성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8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자동차 추가 지원 가능성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쌍용차가 스스로 경쟁력을 증명해야만 산업은행도 지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HAAH, 쌍용차 인수 의향…지속가능성 들여다볼 것"

이날 이동걸 회장은 쌍용차가 신규 투자자를 찾으면 지원할 의사가 있냐는 질의에 "인수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을 전해들었으나 아직 어느 쪽으로부터도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사진=산업은행)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HAAH오토모티브홀딩스는 지난 17일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 측에 투자제안서를 전달한 상태다. 제안서엔 약 3천억원에 경영권을 인수하겠다는 것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대출 만기 연장과 추가 투자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동걸 회장은 "투자 유치 건은 쌍용차와 마힌드라, 잠재적 투자자가 협의할 사안이라 산업은행이 관여할 수 없다"며 "마힌드라가 잠재적 투자자와 굉장히 긴밀하게 협상하고 있다는 내용까지만 보고 받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본질은 지속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외부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 산업은행 측도 신중히 들여다보겠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나 정상화 후 재매각…HDC현산 측 움직임 아직"

이동걸 회장은 최근 HDC현대산업개발로의 매각이 무산된 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선 '경영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기업 가치를 높여 재매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동걸 회장은 "HDC현대산업개발과의 거래가 무산된 것은 매우 안타깝지만, 아시아나항공이란 중요한 기업을 계속 허공에 둘 수는 없기 때문에 조치를 취하려는 것"이라며 "조만간 컨설팅을 실시하고 다양한 검토를 거쳐 필요한 시점에 재매각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등 자회사의 분리매각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적절한 시기에 분리매각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에 2조4천억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투입을 결정한 것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예정대로 거래를 마쳤을 경우 투입했을 금액을 계산한 것"이라며 "추후 상황을 보고 추가 자금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언급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대규모 구조조정 여부엔 "비용감축과 고통분담이 필수적인 것으로 본다"면서도 "이를 너무 강요하면 기업의 장기적 존속능력이 훼손될 수 있으니 균형 있는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이밖에 협상 결렬 후 HDC현대산업개발 측이 법적 대응(2천500억원 계약금 반환소송)을 예고한 것을 놓고는 "아직까지 특별한 연락은 없고, 금호산업 측이 HDC현대산업개발의 움직임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면서도 "경영정상화 책임을 맡은 사람으로서 이 사건이 조용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귀띔했다.

■"제주항공, 기안기금 요건 충족…이스타항공은 지원 불가"

이동걸 회장은 저비용항공사(LCC) 지원에 대해선 "기업별 상황이 서로 다르다"며 "각각 신청을 하면 지원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기안기금 요건을 충족하는 LCC는 제주항공과 에어부산 두 곳뿐"이라며 "추후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 계열사 지원 차원에서 들여다보고, 제주항공은 기금을 신청하면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스타항공에 대해선 "코로나19 이전부터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라며 "직접지원이 어렵고 기안기금 요건도 충족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기 체제' 키워드는 '코로나19 극복' 그리고 '혁신성장'

이와 함께 이동걸 회장은 "마음이 무겁다"는 연임 소감을 밝히면서도 "1기 체제의 연장선상에서 ▲구조조정 완수 ▲혁신성장 조력 ▲은행 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산업은행을 이끌어갈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또 당면 과제를 '코로나19 극복'으로 꼽으며 "기업이 직면할 부채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정책이 효율적으로 집행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이동걸 회장은 "새로운 기업 발굴해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작업은 꾸준히 추진해야 할 과제"라면서 혁신성장 지원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세부적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뿐 아니라 전망 있는 기업을 선발해 어떻게 키워줄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펀드 대형화. 스케일업 투·융자를 과감히 시도해 기업이 커나갈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 완수하려면 낡은 관행 개선해야"

이밖에 이동걸 회장은 주요 기업의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려면 낡은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노사가 불필요한 갈등에서 벗어나 안정된 관계를 유지해야만 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이동걸 회장은 "이해관계자인 채권자와 회사, 노조가 엄정하게 역할을 분담하고 그 과정에서 약속한 것을 반드시 지켜줘야 경영정상화를 달성할 수 있다"면서 "노사간, 회사와 채권단 사이의 신뢰가 없다면 회사가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음을 헤아려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경제 성장과 사회 안정 차원에서 임금·단체 협약을 다년제로 바꿔야 한다는 게 개인적 소견"이라고 언급했다. 임단협 시기가 왔을 때 격렬한 논쟁을 펼치더라도 일단 매듭을 지으면 중장기 경영계획 수립을 위해 3~5년간 이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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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동걸 회장은 "세대간 갈등으로 인해 구조조정이 어려워지고 기업 정상화가 지연되는 경우를 목도했다"며 "호봉제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밖에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된 희생을 개인에만 강요할 게 아니라, 사회 전체가 그 고통을 분담해야만 구조조정의 어려움을 쉽게 넘어갈 수 있다"며 사회안전망 구축의 필요성에 대해 피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