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애플·에픽 '인앱결제 공방' 핵심 쟁점은

법리 공방 톺아보기

데스크 칼럼입력 :2020/09/28 17:17    수정: 2020/10/13 11:0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애플과 에픽 간의 ‘앱스토어 전쟁’이 28일(현지시간) 시작됩니다.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퇴출’로 촉발된 이번 소송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앱스토어 비즈니스 관행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많습니다. 에픽이 승소할 경우엔 애플의 앱스토어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앱 배포 과정 독점.

둘째, 인앱 결제 과정 독점.

이 중 특히 관심을 끄는 건 인앱 결제 부분입니다. 애플이 자신들이 제공하는 인앱결제를 제외한 다른 방식을 허용하지 않는 게 과연 경쟁 위반 행위에 해당되느냐는 부분을 다투고 있기 때문입니다. 앱스토어 수수료 30%는 그 다음에 제기될 이슈입니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복잡한 법리 공방을 벌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진=씨넷)

에픽 "인앱결제는 별도 시장" vs 애플 "앱스토어에 통합된 시장"

복잡한 문제를 조금 단순화해볼까요?

에픽은 인앱결제는 ‘별도 시장(after market)’이라는 입장입니다. 반면 애플은 인앱결제 역시 앱스토어 내에 통합된 과정이라고 주장합니다.

조금 어렵나요? 백화점 비즈니스에 빗대어서 한번 따져봅시다.

백화점 입점 업체들은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상품 기준 뿐 아니라 매장 진열까지 백화점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이렇게 하는 건, 개별 상점의 평판이 백화점 전체의 평판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까다로운 과정은 고객이 물품을 고르고 구매 결정을 할 때까지만 적용됩니다. 결제 과정부터는 백화점이 직접 관여하지 않습니다. 고객들은 현금으로 결제할 수도 있고, 카드나 다른 상품권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백화점은 제품 선별과 진열, 그리고 고객 응대까지만 관리하기 때문입니다. 결제 수단에 대해선 백화점이 직접 관여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들은 다양한 선택권을 누릴 수 있습니다.

만약 결제도 백화점이 정한 방법만 사용해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를테면 백화점이 발행한 상품권이나, 계열사 결제 서비스만 이용하도록 강제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진=미국 씨넷)

조금 뜬금 없는 질문인가요? 에픽 게임즈와 애플 간 앱스토어 소송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인앱 결제’ 공방의 바탕에는 이런 논쟁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에픽은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인앱결제만 강요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합니다. 다른 결제 방식도 함께 제공해야만 한다는 겁니다. 지금 같은 인앱 결제 강제는 백화점이 결제 수단까지 통제하는 것과 같다는 주장입니다.

에픽은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이 과정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인앱결제 처리 과정엔 API가 통합돼 있다. 고객이 인앱결제를 하면 API가 결제 수단을 보내준다. 오프라인 상점에서 주인에게 결제 수단을 제시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API가 제시한 방식이 승인되면, 결제 프로세서가 거래를 처리한다.

에픽은 API와 결제 프로세서가 앱 바깥에서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오프라인 백화점 거래 때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소송 승패따라 앱스토어 비즈니스에 큰 영향 미칠듯 

애플의 논리는 다릅니다. 인앱결제 자체를 앱스토어 내에 통합된 시장으로 봅니다. 애플이 제공하는 인앱결제 처리 시스템을 이용하는 건, 백화점들이 입점 업체들에게 요구하는 다양한 기준들과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애플이 보안이나 프라이버시 문제를 내세우는 것도 이런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겁니다.

애플은 앱스토어 인앱결제 때 결제 방식만 강제합니다. 결제 수단은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A, B, C 신용카드 중에서 마음대로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애플은 개인들이 결제수단을 선택하는 단계부터 별도 시장으로 간주합니다. 법리 공방상 그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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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인앱 결제를 ‘별도 시장’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앱스토어 내에 통합된 시장으로 볼 것이냐는 것이 이번 소송 법리 공방의 쟁점 중 하나입니다. 물론 이 쟁점은 애플의 앱 배포 시장 독점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다른 쪽으로 튈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과연 법원은 이 문제를 어떻게 판단할까요? 28일부터 시작될 애플과 에픽 간의 ‘앱스토어 소송’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