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구글·페이스북 등 ‘온라인 플랫폼’의 성패를 좌우할 논의의 장이 열렸지만, 아무도 현장을 지켜보지 못했다. 온라인 생중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정부와 산학연 전문가 40여명이 참석한 제1회 ‘온라인 플랫폼 정책포럼’은 관심을 받지 못한채 쓸쓸히 종료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5일 플랫폼과 관련된 주요 쟁점을 논의하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 정책포럼’을 출범했다. 1차 회의를 겸한 이 날 출범식에는 장석영 과기정통부 2차관을 비롯해 방송통신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관계자, 십수 명에 이르는 학계와 연구계 전문가가 참석했다. 구글·네이버·카카오·페이스북 등 플랫폼 업계 임원도 자리를 채웠다.
시작은 거창했다. 현장도 그랬다. 그러나 온라인은 초라했다. 당초 과기정통부는 네이버TV와 유튜브를 통해 이날 행사를 생중계하겠다고 안내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생중계는 원활하지 못했다. 유튜브 생중계는 네트워크상 오류로 아예 이뤄지지 않았다. 네이버TV를 통한 생중계는 행사가 시작한 이후 수십 분 뒤에 시작됐지만, 그마저도 미리 안내됐던 URL과는 다른 주소로 송출됐다. 변경된 연결 주소에 대한 내용은 누구에게도 공지되지 않았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현장이 온라인으로 송출되지 않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국내 건전한 온라인 플랫폼 생태계 발전방안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거창한 포부에도 불구하고, 사전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행사를 주최한 ICT대연합 관계자는 “네트워크 연결에 오류가 발생해 유튜브 생중계는 실패했다”며 “네이버 TV를 통한 생중계는 문제를 해결하느라 포럼이 시작한 이후 뒤늦게 시작했지만, 앞서 안내된 URL과 다른 주소로 영상이 송출된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기에는 ‘온라인플랫폼’을 주제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네이버 카카오 구글 페이스북 등 국내 온라인플랫폼 핵심 사업자가 한데 모여 있었지만, 온라인 생중계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낙제점을 면하기 힘들다.
이 문제에 대해 지적하자 ICT대연합 관계자는 “다른 주소로 생중계가 송출됐지만, 검색을 통해 충분히 접근할 수 있었다”며 “이날 촬영된 영상은 추후 별도로 업로드 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실시간으로 현장을 송출해 실시간 취재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를 떠올리면 무색한 변명이다.
생중계에 실패한 탓에 이날 포럼에서 나온 전문가들의 조언은 주목받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임재현 구글 정책 총괄은 “온라인플랫폼 규제 방안을 정하기에 앞서 충분한 검토와 시장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허욱 페이스북 총괄상무는 “정부가 규제를 만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부뿐만 아니라 산업계도 함께 참여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산업 발전과 이용자 후생을 함께 챙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온라인플랫폼 업계를 대표한 네이버·카카오·당근마켓 관계자도 목소리를 높였다.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 논의되는 규제는 대부분 전통적인 법률에서 짜깁기한 것으로, 온라인플랫폼 기업의 창의적인 사고를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했고, 원윤식 네이버 전무는 “플랫폼 시장은 사용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언제라도 독점 사업자가 소멸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진 만큼, 정교하고 전략적인 접근으로 규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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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당근마켓 대표는 “작년까지 직원 수 20명이던 회사가 올해 들어 80명까지 늘어났고, 이용자 증가에 따라 개인정보보호 등 책임도 무거워지게 됐다”며 “사용자는 많지만 창립 5년밖에 되지 않은 작은 회사 입장에서 이런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 부담되고, 정부가 이같은 점을 고려해 주면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국내 온라인플랫폼 시장을 이끄는 사업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다. 문제는 이 생생한 목소리가 주최 측의 미숙한 준비 탓에 더 이상 생생하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온라인플랫폼의 미래를 논의하는 모습을 온라인으로 볼 수 없는 아이러니는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