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열린 배터리데이에서 전기차 미래에 대한 방향과 도전 과제를 제시했다.
머스크가 워낙 전기차 업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모든 업계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했다.
머스크의 발표를 요약하면 2022년까지 배터리 가격을 56% 절감해 2만5천달러 전기차를 시장에 내놓겠다는 것이다. 배터리 분야에서 선두를 자처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이러한 메시지를 다각도로 분석하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면 테슬라 배터리데이는 우리에게 어떠한 시사점을 줬을까? 이를 다섯가지로 나눠봤다.
첫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전기차를 더 이상 차세대형 미래 자동차가 아닌 일반 대중차로 인식하고 적절한 가격을 제시했다. 내연기관차로서 쌓아 온 자동차 생태계에서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2만5천달러 수준이 적절한 자동차 가격이다. 머스크는 또 이를 달성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테슬라가 그간의 틈새마켓 지향에서 탈피해 대중적 차량업체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원가절감 가능성 중에서 설계 및 공정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56%의 절감 아이디어 중 무려 32%나 말이다. 창조적 원천기술도 양산화로 연결되면 시장원리적 생산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테슬라는 뼈저리게 실감하고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발표한 건식 전극코팅 및 고속 전해액충진 생산방식이 과연 자동차 업계가 요구하는 품질 조건(ppm 단위)을 맞출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기술 장벽은 역시 소재 기술에 있다. 테슬라는 이 분야, 즉 음극재/양극재 기술에서 17% 원가 절감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부분이 업계에서는 발표 전 가장 궁금했던 관전 포인트로서, 로봇택시용 백만마일 단결정 양극재등과 같은 혁신전지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기대됐다. 하지만 발표는 이를 충족하기에는 거리가 있었으며 단지 기존 3원계 배터리(니켈, 망간, 코발트를 조합한 소재를 양극재로 사용하는 배터리) 및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용처에 따라 구분 적용하겠다는 정도의 발표는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다.
넷째, 배터리 내재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는 점을 지켜봐야 한다. 배터리 소재의 확보는 물론 생산지 그리고 나아가서는 양산 공정기술까지도 고려한 유관업체의 인수를 고려할 때 테슬라의 자체생산 전략은 확고했다. 이렇듯 비단 테슬라만이 아닌 여타 자동차제조사들이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여 주도권을 점하려는 경향성은 배터리 부품업계에게는 큰 걸림돌이자 풀어야 할 난제다.
다섯째, 배터리에 대한 치킨 게임을 촉발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관찰됐다. 이 점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으로서 세계 6대 배터리업체 중 3개가 우리나라 업체이고 그리고 이들이 한결같이 3원계 배터리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치킨게임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2019년 현재 배터리 가격은 팩단위로 볼 때 1Kwh당 156달러인 바, 테슬라가 제시한 절감 목표치 56%를 적용하면 1kWh당 70달러인데 과연 이 가격이 2022년에 3원계 배터리로써 달성 가능할지는 매우 회의적이다. 업계분석에 의하면 2023~2024년께 1kWh 당 100달러 가 가능한,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건전히 공동 발전할 수 있는 합리적 목표치로 보인다. 결국, 테슬라의 다소 황당한 목표치에 현혹되지 않는 자제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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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테슬라 강점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다는 것이다. 완전자율주행 베타버전을 1년 6개월 내에 제시하겠다는 발표를 굳이 배터리데이에 한 것이다. 카메라 센서에 의한 영상인식 알고리즘은 인텔의 모빌아이 솔루션이 시장에서 선두적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바, 테슬라는 이에 굴하지 않고 알고리즘은 물론 비메모리 반도체까지도 독자 개발한 것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배터리데이라는 명칭과 걸맞은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핵심 내용이 빈약한 “소문난 잔치 먹을 것이 없는 격”이 되고 말았다. 다만 전기차 업계의 페이스메이커인 테슬라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속도와 방향성을 고려할 때, 해당 경쟁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이를 역으로 활용할 줄 아는 지혜와 전략을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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