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금융권 전반에 확산되는 비대면 트렌드를 반영해 서비스를 간소화하는 것은 물론 일하는 방식에도 다각도로 변화를 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는 모양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상반기 구축한 디지털 전담 조직을 중심으로 은행 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컨설팅을 거쳐 디지털 전환 전략을 수립했으며, 올 들어 ▲전담조직 신설 ▲업무 자동화 ▲데이터 거버넌스 확립 등을 목표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특히 산업은행은 산업금융채권(산금채) 발행·등록 업무 등에 RPA(로봇업무자동화)를 적용하고, 기업여신 업무 처리 시 내부 영업시스템 전산입력도 자동화했다. 또 기업신용평가 인공지능(AI) 재무모형을 개발하고, 빅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 기반을 구축하기도 했다.
올 12월까진 AI 문서관리 플랫폼도 마련한다. 전자문서와 사진, 출력물 등 비전사문서를 전자화해 저장 공유 사용자에게 유사문서 추천 검색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동시에 산업은행은 직원의 참여를 독려하는 데도 신경을 기울여왔다. 임원을 대상으로 ‘DT추진협의회’를 운영하는 한편 사내 플랫폼으로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고, 전직원을 위한 아이디어 콘테스트도 개최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내년까지 기업금융 업무 전반의 디지털화를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여신 업무를 비대면화하고 기업금융 업무에도 AI 기술을 적용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코로나19는 디지털 전환의 다시없는 기회"라며 임직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한 바 있다.
수출입은행도 디지털 혁신 작업에 한창이다. 기업여신과 대형 프로젝트금융(PF)에 특화된 업무 환경에 맞춰 비대면 서비스 체계를 준비하는 등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물론 기업여신이나 PF의 경우 상대적으로 디지털 의존도가 크진 않지만, 기업이 서류를 제출하거나 대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부족해 온라인 창구를 구상하게 됐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앞서 수출입은행은 비대면 서비스 도입에 필요한 조직과 인력, 인프라 등을 분석한 뒤 운영 로드맵을 설계했다. 이에 내년부터 수출입은행과 거래하는 기업은 거래확인과 잔액증명, 이자징수·기일 등 발급을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을 전망이다.
수출입은행은 업무 프로세스 개선에도 신경을 쏟고 있다. 업무 전반에 RPA(로봇업무자동화) 적용을 확대하고, 자동심사시스템까지 도입할 계획이다. 단순·반복적 업무를 자동화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고 사업발굴과 여신 등 핵심 업무에 집중한다는 복안에서다.
이밖에 수출입은행은 코로나19 국면을 감안해 각종 업무에 디지털 기술 활용을 늘려나가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7월 동남아프리카 무역개발은행(TDB)과 ‘화상 채널’로 전대금융 계약을 체결하고, 신입 직원 선발 과정에 화상면접을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기업은행은 다른 두 국책은행에 비해 개인 이용자가 많은 특성상 디지털 기술을 응용해 영업 현장의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먼저 기업은행은 이달 개인대출 신청서류를 스마트폰으로 제출하는 '패스트(FAST) 서류제출 서비스'를 내놨다. 모바일 앱 ‘아이원(i-ONE)뱅크’가 소득금액증명원과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등을 자동으로 수집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서류 제출을 위해 은행을 찾을 필요가 없다.
기업은행은 인공지능(AI) 기반 부동산 자동심사 시스템도 추가했다. AI가 국토교통부, 법원, 국토정보공사 등에서 수집한 공공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출가능 여부와 금액 등을 심사한다.
고객센터엔 음성본인확인(Voice ID) 서비스도 도입했다. 이를 통해 평균 11초 이상의 통화 시간을 단축할 것으로 은행 측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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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기업은행은 기업도 오프라인 영업점에 나오지 않고 온라인에서 기업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다. 이밖에 은행 앱으로 창업부터 상속, 매각, 인수합병(M&A)까지 전 과정을 관리·지원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하기로 했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은 다른 기관을 모방해 단시간에 이뤄낼 수 없는 영역"이라며 "은행별로 조직에 적합한 방향성과 실행과제를 도출하는 것은 물론, 이를 활용할 현장 직원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진단했다.